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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가을말 사전 - 계절마다 더 똑똑해지는 ㅣ 피카 계절어 사전
방주현 지음, 소보루 그림 / FIKAJUNIOR(피카주니어) / 2026년 9월
평점 :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계절을 표현하는 말이 이렇게 많았구나'

아이들과 책을 읽다 보면 생각보다 설명하기 어려운 말이 많다.
분명 자주 보고 느끼는 것인데 막상 이걸 뭐라고 표현하지? 생각하면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특히 계절에 관한 말은 ‘날씨가 시원해졌다’, ‘단풍이 들었다’, ‘낙엽이 떨어진다’ 정도로만 반복해서 사용했던 것 같다.
요즘 계절 변화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 가을이 오는 것을 느끼며 표현할 때 쓰기 좋은 단어들이 꽉꽉 채워진 이 책 <어린이 가을말 사전>은 그래서 아이들이 더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어린이 가을말 사전>은 가을에 만날 수 있는 풍경과 느낌을 72개의 낱말로 담은 책이다.
9월의 ‘시작하는 가을’부터 10월의 ‘깊어지는 가을’, 11월의 ‘저무는 가을’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되어 있어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가을 한 계절을 천천히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
처음에는 제목 그대로 어린이용 어휘 사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단어의 뜻만 알려주는 일반적인 사전과는 조금 달랐다.
각각의 낱말을 어린이의 일상과 감정이 담긴 짧은 이야기로 풀어내서, 그 말이 실제로 어떤 순간에 사용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책 속 이야기가 모두 어린이의 목소리로 쓰여 있다는 점도 좋았다.
아이들이 낱말을 공부해야 할 대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자기 이야기처럼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소보루 작가의 따뜻한 색연필 그림도 책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단풍이나 도토리처럼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을뿐 아니라, 뺨에 닿는 서늘한 바람과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처럼 몸으로 느끼는 가을까지 담겨 있다. 글을 아직 능숙하게 읽지 못하는 어린아이도 그림을 보며 가을에 관해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이다.
여섯 살 아이들을 키우며 요즘 특히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이 어휘력이다.
아는 단어가 많아진다는 것은 단순히 말을 잘하게 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도 더욱 풍성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그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을 아는 아이는 계절을 조금 더 세밀하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기보다는 가을 동안 곁에 두고 그날의 날씨나 아이의 경험과 어울리는 낱말을 하나씩 찾아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산책하다가 도토리를 발견한 날, 낙엽을 밟으며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은 날, 높고 파란 하늘을 본 날에 책을 다시 펼쳐보는 식이다.
책에서 만난 낱말로 아이와 짧은 문장을 만들어보거나, 오늘 발견한 가을을 그림으로 그려보는 활동으로 이어가도 재미있을 것 같다.
영어 단어나 한글 읽기는 열심히 가르치면서도, 정작 우리말을 풍성하게 느끼고 표현하는 경험은 충분히 주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어린이 가을말 사전>은 어휘를 외우게 하는 책이라기보다는 아이가 계절을 자세히 관찰하고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책인 것 같다.
아이들과 올가을을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고, 느끼고, 말해보고 싶은 가정에 추천하고 싶다.
가을이 지나간 뒤에는 아이들의 마음속에도 이전보다 훨씬 다양하고 아름다운 가을말이 남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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