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뇌 - AI 시대, 인간은 무엇을 잃어 가는가
박민혁 지음 / 히든피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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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편리함과 생각하는 힘 사이에서'

'좀비 뇌' 라니...

처음 책 제목을 보았을 때부터 조금 섬뜩했다.

생각하는 힘을 잃은 채 누군가가 만들어준 답을 따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떠올랐다.

동시에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나는 궁금한 것이 생기면 검색창보다 먼저 AI를 켠다.

공부하다 이해되지 않는 개념이 있을 때도, 아이들과 갈 곳을 정할 때도, 글을 다듬거나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때도 자연스럽게 AI에게 묻는다.

시간을 아껴주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알려주니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다 <좀비 뇌>를 읽으며 조금 뜨끔해졌다.

나는 AI를 편리한 도구로만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생각하는 과정까지 조금씩 넘겨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저자가 말하는 ‘좀비 뇌’는 아무 생각 없이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모습을 단순하게 비유한 말이 아니다.

겉으로는 멀쩡하게 생활하고 그럴듯한 결과물도 만들어내지만, 스스로 질문하고 의심하고 판단하는 힘이 점점 약해진 상태를 뜻한다.

AI가 만들어준 답을 읽고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것과, 내가 직접 고민하고 내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분명히 다른 일이다.



책에서는 인간의 생각이 ‘결핍, 마찰, 연결, 내재화’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모르는 것이 있어야 찾게 되고, 막히거나 실패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단단해지며, 다른 사람과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시야가 넓어진다.

그렇게 얻은 것이 비로소 내 안에 쌓인다. 그런데 AI는 이 불편하고 오래 걸리는 과정을 건너뛰고 곧바로 매끄러운 답을 내놓는다.





나는 이 가운데 특히 ‘마찰’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우리는 아이가 문제를 어려워하거나 답을 바로 찾지 못하면 빨리 도와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답답한 시간이 사실은 아이의 뇌가 가장 열심히 일하는 순간일 수도 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언제나 정확한 답을 알려주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실패해 볼 시간을 기다려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상담심리를 공부하는 내 입장에서도 생각할 부분이 많았다.

사람의 마음에는 하나의 정답이 없고, 같은 상황도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AI가 빠르게 정리해준 설명에만 익숙해진다면, 사람을 오래 관찰하고 질문하며 모호함을 견디는 힘이 약해질 수 있다.

상담에서 중요한 것은 정답을 알려주는 능력보다 상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함께 생각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AI를 사용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AI는 우리 생활에서 떼어놓기 어려운 도구가 되었고, 무조건 거부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AI에게 무엇을 맡길지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다.

생각하기 전에 답부터 요구하고 있는지, AI가 만든 문장을 내 생각처럼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


책을 읽고 나니 AI를 잘 사용한다는 것의 의미도 조금 달라졌다. 원하는 답을 빠르게 얻어내는 것만이 능숙한 사용은 아닐 것이다.

먼저 내 생각을 충분히 만들어본 뒤 부족한 부분을 질문하고, 받은 답도 그대로 믿기보다 다시 의심하고 판단하는 것.

AI가 나를 대신해 생각하도록 두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더 넓히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편리함은 한번 익숙해지면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그래서 더 자주 물어야 할 것 같다.

지금 내가 얻은 이 답은 정말 내 생각인가.

그리고 나는 생각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조금씩 내어주고 있는가.


<좀비 뇌>는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인간의 능력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AI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다.

아마 나처럼 편리함 뒤에 감춰져 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좀비뇌 #책추천 #책리뷰 #박민혁 #히든피스 #AI #AI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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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가을말 사전 - 계절마다 더 똑똑해지는 ㅣ 피카 계절어 사전
방주현 지음, 소보루 그림 / FIKAJUNIOR(피카주니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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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표현하는 말이 이렇게 많았구나'


아이들과 책을 읽다 보면 생각보다 설명하기 어려운 말이 많다.

분명 자주 보고 느끼는 것인데 막상 이걸 뭐라고 표현하지? 생각하면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특히 계절에 관한 말은 ‘날씨가 시원해졌다’, ‘단풍이 들었다’, ‘낙엽이 떨어진다’ 정도로만 반복해서 사용했던 것 같다.

요즘 계절 변화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 가을이 오는 것을 느끼며 표현할 때 쓰기 좋은 단어들이 꽉꽉 채워진 이 책 <어린이 가을말 사전>은 그래서 아이들이 더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어린이 가을말 사전>은 가을에 만날 수 있는 풍경과 느낌을 72개의 낱말로 담은 책이다.

9월의 ‘시작하는 가을’부터 10월의 ‘깊어지는 가을’, 11월의 ‘저무는 가을’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되어 있어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가을 한 계절을 천천히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

처음에는 제목 그대로 어린이용 어휘 사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단어의 뜻만 알려주는 일반적인 사전과는 조금 달랐다.

각각의 낱말을 어린이의 일상과 감정이 담긴 짧은 이야기로 풀어내서, 그 말이 실제로 어떤 순간에 사용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책 속 이야기가 모두 어린이의 목소리로 쓰여 있다는 점도 좋았다.

아이들이 낱말을 공부해야 할 대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자기 이야기처럼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소보루 작가의 따뜻한 색연필 그림도 책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단풍이나 도토리처럼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을뿐 아니라, 뺨에 닿는 서늘한 바람과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처럼 몸으로 느끼는 가을까지 담겨 있다. 글을 아직 능숙하게 읽지 못하는 어린아이도 그림을 보며 가을에 관해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이다.



여섯 살 아이들을 키우며 요즘 특히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이 어휘력이다.

아는 단어가 많아진다는 것은 단순히 말을 잘하게 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도 더욱 풍성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그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을 아는 아이는 계절을 조금 더 세밀하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기보다는 가을 동안 곁에 두고 그날의 날씨나 아이의 경험과 어울리는 낱말을 하나씩 찾아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산책하다가 도토리를 발견한 날, 낙엽을 밟으며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은 날, 높고 파란 하늘을 본 날에 책을 다시 펼쳐보는 식이다.

책에서 만난 낱말로 아이와 짧은 문장을 만들어보거나, 오늘 발견한 가을을 그림으로 그려보는 활동으로 이어가도 재미있을 것 같다.

영어 단어나 한글 읽기는 열심히 가르치면서도, 정작 우리말을 풍성하게 느끼고 표현하는 경험은 충분히 주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어린이 가을말 사전>은 어휘를 외우게 하는 책이라기보다는 아이가 계절을 자세히 관찰하고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책인 것 같다.



아이들과 올가을을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고, 느끼고, 말해보고 싶은 가정에 추천하고 싶다.

가을이 지나간 뒤에는 아이들의 마음속에도 이전보다 훨씬 다양하고 아름다운 가을말이 남아 있을 것 같다.



#어린이가을말사전 #방주현 #피카주니어 #소보루 #어린이낱말책 #어휘책 #어린이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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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라고 말하지? : 제대로 알고 부르는 가족 호칭 ㅣ 우리말 표현력 사전 8
이윤진 지음, 임광희 그림 / 한솔수북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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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가족을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 정도로 부른다.

그런데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면 조금 복잡해진다. 엄마의 언니와 아빠의 누나는 어떻게 다르게 불러야 하는지, 고모의 남편과 이모의 남편은 각각 뭐라고 부르는지 아이에게 설명하려다 보면 어른인 나도 순간적으로 헷갈릴 때가 있다.

한솔수북의 <도대체 뭐라고 말하지?>는 이렇게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지는 가족 호칭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알려주는 책이다.

‘호칭을 공부하는 책’이라고 하면 자칫 딱딱할 것 같지만, 재미있는 이야기와 익살스러운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가족 간의 관계와 그에 맞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여섯 살 쌍둥이를 키우다 보니 요즘 아이들이 부쩍 사람 사이의 관계에 관심을 보인다.

“엄마의 엄마가 할머니면, 아빠의 엄마도 할머니야?”, “엄마에게는 이모인데 왜 나한테는 이모할머니야?”처럼 질문이 점점 구체적으로 바뀌는 시기다. 이럴 때 말로만 설명하면 아이도 헷갈리고 나 역시 설명이 길어지는데, 책 속 인물과 그림을 보며 이야기하면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호칭 하나에는 ‘나와 이 사람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가 담겨 있다.

누군가를 정확한 호칭으로 부르는 일은 그 사람과 나의 관계를 알고 표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어휘책이면서 동시에 가족의 관계를 살펴보게 하는 책처럼 느껴졌다.






상담심리를 공부하면서 아이에게 말을 많이 가르치는 것보다, 상황과 관계에 맞게 표현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아이가 사용하는 말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사실 가족 호칭은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다.

평소 자주 만나지 않는 친척의 호칭은 명절마다 다시 검색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 혼자 읽는 것보다 부모와 함께 읽으며 우리 가족을 하나씩 떠올려보기에 더 좋다.

책을 읽은 뒤 실제 가족사진을 보며 이분은 너에게 누구일까? 하고 맞혀보거나, 간단한 가족관계도를 그려보는 독후 활동으로 이어가도 재미있을 것 같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명절을 앞두고 읽기에도 잘 어울리는 책이다.

아이에게 우리말 표현을 알려주고 싶지만 학습서처럼 딱딱한 책은 부담스럽다면,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서 어휘와 관계를 함께 배울 수 있는 <도대체 뭐라고 말하지?>를 추천하고 싶다.

아이뿐 아니라 부모도 헷갈렸던 가족 호칭을 다시 한번 정리해볼 수 있는, 온 가족을 위한 책이다.



#우리말표현력사전 #도대체뭐라고말하지 #가족호칭 #표현력사전 #표현력 #어휘력 #말하기 #글쓰기 #한솔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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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을 다룰 줄 아는 아이 - 감정, 실패, 갈등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의 근육
최재희 지음 / 청림Life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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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내가 겪는 것보다 더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속상해하면 얼른 기분을 풀어주고 싶고, 갈등이 생기면 대신 해결해 주고 싶다.

새로운 일을 어려워하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고, 실패할 것 같으면 조금 더 쉬운 길을 찾아주고 싶어진다.

이 모든 행동은 분명 사랑에서 시작된다.

이 책 <불편함을 다룰 줄 아는 아이>를 읽으면서 나의 행동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책에서 말하는 ‘불편함을 다루는 힘’은 힘든 감정을 참고 견디거나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능력이 아니다.

지금 내가 불안한지, 속상한지, 화가 났는지를 알아차리고 그 감정에 휩쓸리지 않은 채 지금 할 수 있는 행동을 선택하는 힘이다.

아이의 감정을 받아준다는 것이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모두 허용한다는 뜻은 아니다.

'화가 났구나'라고 말해주는 것과 화가 났다는 이유로 소리를 지르거나 다른 사람을 때리는 행동까지 받아주는 것은 다른 문제다.

감정은 충분히 인정하되 행동에는 경계를 세워주는 것.

아이는 그 과정을 통해 감정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운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감정을 빨리 멈추게 하려고 할수록 상황이 더 커지는 경험을 했다.

울음을 그치게 하고, 떼쓰지 못하게 하고, 빨리 기분을 바꿔주려 할 때 아이는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지 못했다고 느꼈을 것이다.

반대로 아이의 마음을 먼저 알아주고 진정할 시간을 주기 시작하자 갈등이 줄어들었다.

감정을 받아준다고 아이가 나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이해받은 아이가 더 빨리 평정심을 되찾는다.

책에서는 아이가 마주하는 불편함을 내면의 불편함, 과제의 불편함, 관계의 불편함으로 나누어 바라본다.

어른에게는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도 아이에게는 제법 큰 과제가 될 수 있다.

낯선 사람에게 먼저 인사하기, 원하는 것을 직접 말하기, 새로운 것을 처음 시도하기, 잘되지 않아도 한 번 더 해보기. 아이는 이런 사소한 도전들을 통해 자기 안의 두려움과 어색함을 다뤄나간다.





쌍둥이를 키우면서 같은 상황에서도 아이마다 느끼는 불편함이 다르다는 것을 자주 본다.

한 아이에게는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이 다른 아이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다른 아이와 비교하고 재촉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에게 지금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불편해한다는 이유로 모든 과제를 없애줘서는 안 된다.

부모가 아이의 불편함을 대신 해결해 줄수록 아이는 편안해질 수 있지만, 스스로 해냈다는 감각을 얻을 기회도 함께 사라진다.

아이가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곧바로 정답을 알려주는 것보다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물어주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아이가 자기 힘으로 한 걸음 내딛고, 잘되지 않으면 방법을 바꾸고,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는 경험 자체가 삶의 기본기가 된다.

나는 아이가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기보다 실패해도 자신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친구와 갈등을 겪지 않기보다 갈등 속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상대의 경계도 존중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불안하거나 화가 나는 순간이 없기를 바라기보다, 그런 감정이 찾아와도 자신을 잃지 않고 다시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





불편함을 잘 다룬다는 것은 무조건 참고 버틴다는 뜻도 아니다.

때로는 한 번 더 도전하고, 때로는 잠시 쉬고, 때로는 도움을 요청하며, 때로는 그만두는 것이 더 나은 선택임을 판단하는 힘이다. 중요한 것은 불편한 감정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행동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뿐 아니라 부모인 나의 불편함도 돌아보게 됐다.

아이가 울 때 빨리 울음을 멈추게 하고 싶은 마음, 말을 듣지 않을 때 당장 통제하고 싶은 마음, 다른 아이보다 늦는 것 같을 때 조급해지는 마음. 어쩌면 아이의 불편함보다 그것을 지켜보는 내 불편함을 견디지 못해 서둘러 개입했던 것은 아닐까.

아이에게 마음의 근육을 길러주려면 부모도 아이가 흔들리는 모습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아이가 넘어지지 않도록 모든 돌을 치워주는 것이 아니라,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믿어주는 것.

아이의 감정을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곁에서 함께 바라봐 주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다정하면서도 단단한 양육이라고 느꼈다.

삶에서 불편함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공부가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고, 관계에서 상처받을 때도 있으며, 아무리 노력해도 실패하는 순간도 찾아온다.

부모가 아이에게 만들어줄 수 있는 세상은 불편함이 없는 세상이 아니다. 그러나 불편함 앞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자기 마음을 돌보며 다시 시작하는 힘은 길러줄 수 있다.

아이 앞의 비바람을 모두 막아주는 엄마가 아니라, 비가 와도 걸어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가 불편함을 피해야 할 장애물로만 여기지 않고, 자신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드는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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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습관으로 자란다
로버트 프레스먼 외 지음, 김준수 옮김 / 다산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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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자꾸만 아이의 미래를 앞당겨 걱정하게 된다.

지금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남들보다 늦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앞으로 더 힘들어지기 전에 무엇을 미리 준비해 줘야 하는지.

나 역시 아이가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먼저 알려주고, 대신해 주고, 조금 더 쉬운 길을 마련해 주려 했던 순간이 많다.

이번에 읽은 <아이는 습관으로 자란다>는 평소에 내가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금 되새기게 됐다.

이 책에선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특별한 재능이나 높은 지능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하고 싶은 것을 잠시 미루는 자기절제, 해야 할 일을 끝내는 책임감, 시간을 관리하는 능력, 원하는 것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소통 능력,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하는 힘. 이런 능력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작은 생활 속에서 습관으로 만들어진다.

쌍둥이를 키우면서 같은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기질과 속도가 참 다르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한 아이는 전환이 빠르고 먼저 움직이는 반면, 다른 아이는 자기만의 속도로 충분히 몰입한 뒤에야 다음으로 넘어간다.

예전에는 그 차이를 고쳐야 할 문제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아이를 내가 원하는 속도로 움직이게 하는 것보다, 각자의 기질 안에서 스스로 조절하는 힘을 기르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책에 나오는 ‘자율 양육’이라는 개념이 특히 와닿았다. 자율 양육은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는 허용적인 양육이 아니다. 지켜야 할 규칙과 경계는 분명히 세우되, 그 안에서 아이가 선택하고 그 결과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아이가 서툴러 보이면 부모는 자꾸 개입하고 싶어진다.

늦게 준비하면 대신 챙겨주고, 실수할 것 같으면 미리 막아주고, 힘들어하면 해야 할 일을 줄여주고 싶다. 당장은 그것이 아이를 돕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부모가 계속 아이의 몫을 대신해 주면 아이는 실패하지 않는 대신, 스스로 해결해 보는 경험도 잃게 된다.

계단은 직접 올라봐야 힘을 조절하는 법을 알 수 있다. 힘들 때 잠깐 쉬어가는 법도, 발을 헛디뎠을 때 다시 일어나는 법도 배울 수 있다.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넘어지지 않는 환경이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인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습관 교육은 아이에게 끊임없이 “빨리해”, “정리해”, “숙제해”라고 말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히려 잔소리를 줄일 수 있도록 반복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해진 시간에 씻고, 놀았던 물건은 스스로 정리하고, 미디어를 보기 전에 해야 할 일을 마치는 것처럼 사소한 하루의 순서를 꾸준히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아이의 습관을 만들어 주겠다는 마음이 또 다른 통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가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마다 화를 내고, 습관을 잘 지켰는지 평가한다면 아이는 스스로를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눈치를 보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좋은 습관은 단기간에 아이를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부모가 일관된 태도로 기다려 주며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일 것이다.





특히 결과보다 노력을 바라봐 주어야 한다는 부분은 내가 요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육아의 방향과도 닿아 있었다.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판단하기 전에 아이가 어디까지 자기 힘으로 해냈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더라도 포기하지 않았다면 그 경험은 아이 안에 남는다.

책의 내용이 학습과 성취에 다소 집중되어 있다는 아쉬움은 있다. 모든 습관을 공부를 잘하기 위한 도구로만 바라보면 부모는 다시 조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이에게 습관을 길러주고 싶은 이유는 꼭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돌보고, 감정을 조절하고, 실패 앞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으며, 자신이 선택한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아이는 부모의 말보다 반복되는 하루를 통해 자란다.

그리고 아이의 습관을 만들기 전에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은 부모인 나의 습관일지도 모른다.

기다리지 못하고 대신해 주는 습관, 아이의 속도보다 결과를 먼저 재촉하는 습관, 한 번 세운 규칙을 부모의 편의에 따라 바꾸는 습관 말이다.

좋은 습관은 아이를 부모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드는 장치가 아니다.

언젠가 부모의 손을 떠난 뒤에도 스스로 선택하고, 감당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삶의 기초다.

아이에게 모든 길을 미리 닦아줄 수는 없다.

대신 어떤 길을 만나더라도 자기 힘으로 한 걸음씩 걸어갈 수 있는 힘은 길러줄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이 조금 더 분명해졌다.

정답을 빨리 찾아주는 엄마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답을 찾을 때까지 믿고 기다려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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