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반양장) - 천 개의 종이학과 불타는 교실 창비청소년문학 118
이종산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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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이 깃들기 위해서는 무릇 역사와 전통이 필요하다. 신도시의 100층짜리 빌딩보다 오래된 건물이, 공항철도보단 1호선이 괴담이 어울리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 괴담이 깃들기 위해 적절한 곳은 학교다. 학교는 신도시에 새로 생긴 학교들을 제외하면 충분히 오래됐고, 공동묘지에 지었다는 확인할 수 없는 정보와 밤이 되면 아무도 없고 괴담을 좋아할 만한 학생들이 가득한, 그야말로 괴담이 나오기 딱 좋은 곳이다. 학교 중에서도 어디인가. 밤에 보면 무서운 석고상이 있는 미술실, 인체해부도가 있는 과학실도 매력적이지만 역시 역사와 전통, 언제부터 있던 건지 모를 옛날 책에 적힌 비밀이나 귀신이 씌인 책이 나오기 좋은 도서관이 최고다. 어, 맞지, 맞지라고 생각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아니, 이게 무슨 헛소리야, 라고 생각했대도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은 학교에 귀신이 나오는 무서운 책인 동시에 그냥 중학교 도서부 애들이 모여서 종이접기를 하며 우정과 약속에 관한 평범한 소설책이다.


1번, 2번은 너무 쉬운데 중간부터 분명히 잘 보고 했는데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게 되는 게 종이접기만은 아니다. 별거 아닌 어린 아이들의 꼬물꼬물 장난같기도, 또 의외로 너무 예쁜 공예품이 되기도 하는 종이접기같은 일도 많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별거 아닌 것이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내게 손을 내밀어주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하고, 희망이 되기도 하는 무언가가 있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종이접기로 표현되었지만 모두에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일, 남이 대신 해주면 안 되는 일이  있다. 이 책의 종이접기처럼 모두에게 재미있는 일,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되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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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베이터 - 디베이팅 세계 챔피언 서보현의 하버드 토론 수업
서보현 지음, 정혜윤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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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은 무섭다. 아니 그 전에 누군가의 의견에 반대하는 의견을 말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의견을 반대하는 거지 그 사람을 부정하는 일이 아님을 알지만 논쟁마저도 전쟁같아 피하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토론에도 국가대표가 있고 코치가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래서인지 그 어떤 표지보다 더 흥미로웠다. 토론의 국가대표가 쓴 책이라니.
처음부터 토론 천재가 아니었던 저자가 어떤 토론을 했고 어떤 성장을 했는지 따라가다보면 어떻게 말해야 상대를,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지 이해하게 된다. 나도 이렇게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욕심이 나고 조바심이 난다.
와...나도 이런 토론교육 받아보고 싶다.
와...나도 이렇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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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한의원
이소영 지음 / 사계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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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너무 이상한 조합이다. 알래스카+한의원. 왜 한의원이 알래스카에 있어? 아니면 알래스카는 그냥 명사고 구름 한의원, 햇님 한의원 같은 건가? 그렇다고 하기에 한국인에게 알래스카는 너무 멀고, 눈이 뒤덮인 알래스카가 한의원과는 잘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는다. 알래스카에 있는 한의원이어도 왜 그런 곳에 있냐고, 한국에 있는 이름이 알래스카인 한의원이라도 왜 이름이 알래스카냐고 묻고 싶은 알래스카 한의원이 궁금하다.


책을 펼치자마자 '이지'는 팔이 너무 아파 손톱조차 깎지 못하고 있다. 그 아픈 팔 때문에 일에 지장이 생겼고, 그로 인해 박 대표는 잔뜩 화가 났다. 이지를 도와줄 사람을 둘을 붙여도 이지만큼 잘 해내지도 못했고, 돈은 돈대로 나가니 결국 이지는 세 페이지만에 짤리고 만다. 나가라는 박 대표의 말에 한 번 매달리지 않고 이지는 쿨하게 나와버린다.


책을 읽으면서, 이지의 팔은 왜 아픈지, 어떻게 하면 치료할 수 있는지, 알래스카 한의원의 주인 고담 한의사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 궁금함이 점점 커진다. 이상해 보이지만 동네 사람들에게는 묘하게 신뢰를 받고 있는 고담 한의사의 진찰은 언제나 수상하다. 이지의 팔은 나을 수 있을까? 나는 이지처럼 아프면 왜 아픈지, 어떤 약을 먹어야하는지, 병명은 무엇인지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 지금도 그렇지만, 고등학생 때 병원을 가면 스트레스 때문에 아픈 거라고 말하는 게 너무 답답했다. '내가 뭐에 스트레스 받고 있는데요? 어느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아픈데요?'라고 묻고 싶었다. 고3 때 병원에서 아픈 건 수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때 이미 수시 합격생이라 수험 스트레스가 1도 없던 때였기 때문이다. 아픈 이유를 안다고 덜 아픈 건 아니지만 인과관계를 알아야 말끔해질 것 같은 느낌이랄까? 명확한 진단을 바라는 이지에게 고담 한의사는 맥점을 정확히 짚으면 상상했던 것보다 더 아플 수 있다고 말한다. 맥점을 정확하게 짚었을 때 이지가 그 고통과 마주할 수 있을만큼 아플까? 고통과 마주하지 못하면 이지는 어떻게 될까? 


너무 아파서, 그런데 이유는 몰라서 귀신이 씌인 것은 아닐까 생각했던 팔이 왜 아팠는지 집중해서 읽으면, 왜 갑자기 아프게 된 건지, 이지가 아픈 이유를 찾아낼 지, 그래서 원인을 해결할 지에 집중하게 된다. 그런데 이지와 고담의 관계에 집중해서 읽으면 소통과 신뢰가 문제를 해결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감탄하게 된다. 왜 알래스카일까에 집중해서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을 준다. 

"그 부족은 예부터 고래를 잡아 고개고기를 먹고는 남은 뼈로 무덤을 만들었어요. 고래 무덤이라고 부르죠. 그 무덤 안에서 잠을 자면 고래 꿈을 꾼대요. 그들의 비밀이 담긴 꿈을. 그래서 그 비밀이 인간 부족에게 전승된 거죠."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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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만나다 사계절 1318 문고 132
이경주 지음 / 사계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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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배경은 조금 독특하다. 죽은 사람들이 자신의 기억을 읽으러 오는 도서관, 로비오다.




이 도서관에 이름도 기억나지 않고, 모든 기억을 잃은 '나'가 있다. 교복을 입고 있으니 학생이겠지만, 왜 여기에 있는지 언제부터 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고, 잠이 오지도 배가 고프지도 않은 이상한 공간이다. 가끔씩 사람들이 오는데 나를 보지도,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처럼 행동해 너무무섭고 혼란스러운데, 꼭 나와 같은 또 다른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나보다 먼저 이 도서관에 와서, 도서관에서 유일하게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그 사람'을 기다리자고 한다. 그리고 얼마 뒤 나타난 '그 사람'은 이 도서관의 사서라고 자기를 소개하며, "너희들이 궁금해하는 건 그 책에 다 있어."라고 말한다.




이 책의 '나'와 '그 애'는 친구 관계로 고민이 있었다. 친구와 어떤 갈등이나 오해가 생기고, 대화하지 않으면 어떤 후회로 돌아오는 지 생각해볼 수 있다. '나'의 아버지가 '나'에게 그 친구와 대화해보라며 "비겁한 건 나쁘지만, 너무 겁이 나면 어쩔 수 없이 그럴 때도 있어."라고 말해준다. 친구의 행동에 실망했다고 관계를 끊어버리기보다는 왜 그랬는지 얘기를 해보지 않으면 정말 왜 그랬는지 알 수 없게 되니까.


'나'와 '그 애'는 같은 친구에 대한 기억을 읽게 된다. '나'가 기억하는 친구와 '그 애'가 기억하는 친구는 같은 듯 다르다. 친한 친구라면 서로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가 보는 것이 그 친구의 전부는 아니듯, '나'와 '그 애'가 기억하는 그 친구의 모습과 감정은 다르다. 우리는 친구의 어떤 면을 보고 있을까? 그리고 그것으로 우리는 그 친구를 다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의 '나'와 '그 애'는 자신의 기억을 다 읽고 어떤 미래를 선택하게 될까? 로비오 도서관의 사서는 다시 돌아가면, 로비오에서의 기억은 모두 잊게 된다고 한다. 로비오도서관은 삶과 죽음의 사이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것을 보여주고, 무엇을 알려주기 위해서 그 사람들을 초대하는 걸까? 기억을 잃어도 로비오에서 알게 된 것들은 계속 남아있는 것일까?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이수를 통해 우정은 시간의 양이 아니라,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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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다의 목격 사계절 1318 문고 131
최상희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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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그림이 굉장히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귀가 달린 어떤 동물의 얼굴 같은 형태 속에 학교운동장을 바라보는 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사람과 너구리다. 얼굴처럼 큰 꼬리가 풍성한 너구리가 세상 평온한 자세로 운동장을 보면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고, 그 옆에 있는 사람도 옆에 앉아 있는 게 사람인지 너구리인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그리고 제목. 닷다의 목격이라는 제목도 너무 특이했다. 누구나 목격은 할 수 있다. 닷다는 누구인가? 인명인가, 별명인가. 이 책은 호기심을 가득 안고 읽게 되었다.

책을 읽자마자 곧 표제작인 「닷다의 목격」을 표지로 그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안 보는 것들이 보이는 소녀 닷다의 이야기다. 아니 그래도 사람 이름이 닷다라니, 비현실적인 것은 다른 사람들은 못보는 것을 보는 이 아이인가, 이 아이의 이름일까, 아니- 이 아이의 이름따위 특이하지도 않다는 듯 놀리지 않는 같은 반 친구들인지, 아니면 애 이름을 닷다라고 지은 부모님인지 의심하며 읽게 되었다. 커가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본 것을 이야기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된 닷다는 교실에서 너구리를 만난다. 너구리 언어로만 이름이 있고 인간의 언어로는 이름이 없어 이름을 지어달라는 이 너구리는 뻔뻔하게도 급식을 먹으러 학교에 다닌다고 한다. 학교에 너구리의 존재를 아는 유일한 존재인 닷다와 너구리는 어느날 학교에서 어떤 사건을 목격한다. 그리고 이 사건은 점점 불공평하고 반칙적인 상황으로 흘러간다. 닷다는 그런 상황에서 자기가 본 것을 말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어떤 것도 비현실적이지 않고 그냥 평범한 일상이라는 것을 이 때쯤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일상 속을 나 아닌 다른 사람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다른 사람의 일상을 보여준다. 이 세상에 주인공은 한 명이 아니다. 모두의 관점에서 모두의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이 책의 다른 단편소설들도 특별한 것 같은 상황에서 특별하지 않은 일상적인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 그게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그런 일상이라도, 다른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일상이라도, 우리는 그 일상을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특별한 상황들에 쉽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저 상황에서 나는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어렵지 않게 든다. 나라면, 교복을 입고 우리 반 교실에 앉아 있는 너구리에게 더 많은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더 많이 얘기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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