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한의원
이소영 지음 / 사계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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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너무 이상한 조합이다. 알래스카+한의원. 왜 한의원이 알래스카에 있어? 아니면 알래스카는 그냥 명사고 구름 한의원, 햇님 한의원 같은 건가? 그렇다고 하기에 한국인에게 알래스카는 너무 멀고, 눈이 뒤덮인 알래스카가 한의원과는 잘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는다. 알래스카에 있는 한의원이어도 왜 그런 곳에 있냐고, 한국에 있는 이름이 알래스카인 한의원이라도 왜 이름이 알래스카냐고 묻고 싶은 알래스카 한의원이 궁금하다.


책을 펼치자마자 '이지'는 팔이 너무 아파 손톱조차 깎지 못하고 있다. 그 아픈 팔 때문에 일에 지장이 생겼고, 그로 인해 박 대표는 잔뜩 화가 났다. 이지를 도와줄 사람을 둘을 붙여도 이지만큼 잘 해내지도 못했고, 돈은 돈대로 나가니 결국 이지는 세 페이지만에 짤리고 만다. 나가라는 박 대표의 말에 한 번 매달리지 않고 이지는 쿨하게 나와버린다.


책을 읽으면서, 이지의 팔은 왜 아픈지, 어떻게 하면 치료할 수 있는지, 알래스카 한의원의 주인 고담 한의사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 궁금함이 점점 커진다. 이상해 보이지만 동네 사람들에게는 묘하게 신뢰를 받고 있는 고담 한의사의 진찰은 언제나 수상하다. 이지의 팔은 나을 수 있을까? 나는 이지처럼 아프면 왜 아픈지, 어떤 약을 먹어야하는지, 병명은 무엇인지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 지금도 그렇지만, 고등학생 때 병원을 가면 스트레스 때문에 아픈 거라고 말하는 게 너무 답답했다. '내가 뭐에 스트레스 받고 있는데요? 어느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아픈데요?'라고 묻고 싶었다. 고3 때 병원에서 아픈 건 수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때 이미 수시 합격생이라 수험 스트레스가 1도 없던 때였기 때문이다. 아픈 이유를 안다고 덜 아픈 건 아니지만 인과관계를 알아야 말끔해질 것 같은 느낌이랄까? 명확한 진단을 바라는 이지에게 고담 한의사는 맥점을 정확히 짚으면 상상했던 것보다 더 아플 수 있다고 말한다. 맥점을 정확하게 짚었을 때 이지가 그 고통과 마주할 수 있을만큼 아플까? 고통과 마주하지 못하면 이지는 어떻게 될까? 


너무 아파서, 그런데 이유는 몰라서 귀신이 씌인 것은 아닐까 생각했던 팔이 왜 아팠는지 집중해서 읽으면, 왜 갑자기 아프게 된 건지, 이지가 아픈 이유를 찾아낼 지, 그래서 원인을 해결할 지에 집중하게 된다. 그런데 이지와 고담의 관계에 집중해서 읽으면 소통과 신뢰가 문제를 해결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감탄하게 된다. 왜 알래스카일까에 집중해서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을 준다. 

"그 부족은 예부터 고래를 잡아 고개고기를 먹고는 남은 뼈로 무덤을 만들었어요. 고래 무덤이라고 부르죠. 그 무덤 안에서 잠을 자면 고래 꿈을 꾼대요. 그들의 비밀이 담긴 꿈을. 그래서 그 비밀이 인간 부족에게 전승된 거죠."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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