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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다의 목격 ㅣ 사계절 1318 문고 131
최상희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평점 :
책의 표지그림이 굉장히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귀가 달린 어떤 동물의 얼굴 같은 형태 속에 학교운동장을 바라보는 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사람과 너구리다. 얼굴처럼 큰 꼬리가 풍성한 너구리가 세상 평온한 자세로 운동장을 보면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고, 그 옆에 있는 사람도 옆에 앉아 있는 게 사람인지 너구리인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그리고 제목. 닷다의 목격이라는 제목도 너무 특이했다. 누구나 목격은 할 수 있다. 닷다는 누구인가? 인명인가, 별명인가. 이 책은 호기심을 가득 안고 읽게 되었다.
책을 읽자마자 곧 표제작인 「닷다의 목격」을 표지로 그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안 보는 것들이 보이는 소녀 닷다의 이야기다. 아니 그래도 사람 이름이 닷다라니, 비현실적인 것은 다른 사람들은 못보는 것을 보는 이 아이인가, 이 아이의 이름일까, 아니- 이 아이의 이름따위 특이하지도 않다는 듯 놀리지 않는 같은 반 친구들인지, 아니면 애 이름을 닷다라고 지은 부모님인지 의심하며 읽게 되었다. 커가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본 것을 이야기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된 닷다는 교실에서 너구리를 만난다. 너구리 언어로만 이름이 있고 인간의 언어로는 이름이 없어 이름을 지어달라는 이 너구리는 뻔뻔하게도 급식을 먹으러 학교에 다닌다고 한다. 학교에 너구리의 존재를 아는 유일한 존재인 닷다와 너구리는 어느날 학교에서 어떤 사건을 목격한다. 그리고 이 사건은 점점 불공평하고 반칙적인 상황으로 흘러간다. 닷다는 그런 상황에서 자기가 본 것을 말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어떤 것도 비현실적이지 않고 그냥 평범한 일상이라는 것을 이 때쯤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일상 속을 나 아닌 다른 사람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다른 사람의 일상을 보여준다. 이 세상에 주인공은 한 명이 아니다. 모두의 관점에서 모두의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이 책의 다른 단편소설들도 특별한 것 같은 상황에서 특별하지 않은 일상적인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 그게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그런 일상이라도, 다른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일상이라도, 우리는 그 일상을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특별한 상황들에 쉽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저 상황에서 나는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어렵지 않게 든다. 나라면, 교복을 입고 우리 반 교실에 앉아 있는 너구리에게 더 많은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더 많이 얘기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