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들리지 않는 어머니에게 물어보러 가다
이가라시 다이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인상깊은 책이었다. 생각할 거리가 팝콘처럼 팝팝 튀어나왔다. 그런데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할지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지 정말 어려웠다. 


세상에 태어나서 관계를 맺는 첫 타인은 부모이라고 한다. 부모에게 애정을 받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 다른 타인과의 소통에도 활용한다. 그렇게 세상에 태어난 아가의 세상은 점점 넓어진다. 부모가 하는 행동을 따라하거나, 부모의 말을 따라하는 것은 어린아가의 성장에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런데 이 글의 주인공은 부모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성장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같은 표현방법을 사용하는 부모자식도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은데, 표현방법이 다른 어려움을 감히 상상하기 쉽지 않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저자의 부모님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아이를 대신 길러주겠다고 한 이모의 말이다. 이모는 이미 어려움을 겪으면서 살아가는 동생 부부를 위한 희생을 하겠다는 배려였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장애가 있는 부부를 고립시키는 선의일 수도 있다는 말에 양쪽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되고, 그래서 더 복잡한 심정이었다. 부모님이 서로의 짝으로 청인이었으면 하는 이유도 공감이 갔다. 부부가 같이 살고 있는 집을 방문한 할아버지가 초인종을 눌러도 응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얼마나 막막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그 부부가 얼마나 살기 어려울지 걱정되는 마음도,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고 싶다는 바람도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포기하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하는 것이 그 부부를 도와주는 방법이었을까? 책을 다 읽은 지금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나의 동생이어도, 자식이어도, 이미 한참 성인이 지난 부모님이어도 쉽게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라는 말은 많이 듣지만, 도움을 받는 사람이 원하는 도움이었을까 생각하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원하는 도움을 주면서 살고 있었을까?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란 무엇일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집에서 수어를 쓰지 않았고, 부모님은 특수교육을 조금 늦게 받은 세대다. 책을 읽으면서 다른 나라의 이야기지만, '아, 맞다. 특수교육이 당연하지 않았던 시대가 있었지. 그 과도기가 있었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된다. 부모님은 특수학교를 즐겁게 기억하고 있지만, 선생님은 더 좋은 교육을 해주지 못한 점을 아쉬워하는 점도 굉장히 인상적이다. 우리의 교육의 목표는 무엇일까? '교육부'의 명칭이 '교육인적자원부'일 때가 있었다. 교육을 통해 인적자원을 길러낸다는 취지가 드러난 이름보다 현재의 '교육부'의 이름이 훨씬 낫지만, 여전히 교육의 목적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특수교육의 목표는 무엇일까? 우리는 성장하면서 어떤 사람이 되길 바라고,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할까? 나와 너의 다름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존중하고, 또 같이 살아야할까? 이 책은 참 담담하게도 여러 질문을 한다. 그 질문들은 하나같이 너무 어려운 질문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복어 문학동네 청소년 70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는 내내 왜 아무도 사과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입장. 그놈의 입장. 그게 자꾸 나를 쑤셔 댄다."

는 장귀녀 사장의 말처럼 '그놈의 입장'이 사과를 못하게 하는 것일까. 일은 벌어졌는데, 그 누구도 사과하지 않아 억울한 사람, 상처받은 사람만 한 가득이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지는 것 같아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서 사과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미안한 짓인 줄 알아야 다음부터 안 그럴 거 아닌가. 이 책에는 미안한 일인 줄도 모르거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는 사람들이 한가득이다.

두현이 학교가 동물의 왕국이라면 자신은 복어일 것 같다고, 겉으로는 온순해보이지만 그 속에 독과 이빨을 숨기고 있는 복어가 마음에 든다고 말한 것이다. 속으로는 이빨과 독을 숨기고 있는 무서운 동물이지만, 두현에게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언제나 뜨끈한 복국을 내어 주고, 두현은 맛있게 먹는다. 미안한 일을 한 줄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고, 일상을 살 수 있도록 복국을 내어주고, 복국을 함께 먹는다.

겉으로는 온순해보이지만 속에 독과 이빨을 숨기고 있는 복어지만, 맛있는 복국이 되는 것처럼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지만 속에는 상처를 숨기고 있는,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해줄 수 있는 복어같은 이 아이들의 일상을 응원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지음 / 달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그동안 실패가 두려워 장애를 핑계삼아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해왔다. 잃어버린 것만 생각했다. (203쪽)]

누구든 실패가 두려울 때면 핑계를 대는 것이 있다. 내가 외국어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은 먹고 살기 힘들어서 그런 것이며, 내가 운동신경이 없는 것은 아빠를 닮지 않고 엄마를 닮은 탓이라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일들이 있다. 누구든 내 마음이 가장 중요해서, 내 마음이 실패하면 상처받을까봐 핑계대고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누구든 못하던 일, 안하던 것을 시도하는 것은 시작이 되고, 열심히 노력해서 잘하게 되면 정말 좋은 일 아닌가! 이 책은 이 당연한 사실을 알려준다. 이 책은 장애를 극복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저자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저자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하고 반복되는 일상도 살아가고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저자가 바라보는 세상과 사람들의 이야기는 잘 편집된 토크쇼처럼 술술 읽히고, 저자의 무수한 시작을 응원하게 된다. 책의 제목처럼 '축제가 될' 시작들을 응원한다. 당신의 축제는 너무 재미있었고, 또 오고 싶은 축제예요.

나는 그동안 실패가 두려워 장애를 핑계삼아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해왔다. 잃어버린 것만 생각했다. - P2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란다 복제하기 사계절 1318 문고 143
캐럴 마타스 지음, 김다봄 옮김 / 사계절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완벽했던 일상을 살던 미란다는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장 먼저 놀란 것은 아직 치료방법이 없다는 점 그리고 그 다음으로 놀란 건 그 병이 유전병이라는 것이다. 유전에 의한 발병이 아닐 수도 있다지만 너무 희박한 확률이다. 나는 이렇게 운이 없는 아이일까? 생각이 많아진 미란다는 부모님의 너무나도 어색한 대화를 들어버린다. 어색한 대화, 이상한 상황 속에서 미란다는 자신이 병에 걸렸을 때를 위해 복제한 '어린 나'같은 '다른 존재'를 만난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지만 나와 같은 유전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어른들은 그저 미란다의 만약을 위한 복사본, 백업이라고 매정하게 말한다. 미란다는 자신과 같은 얼굴을 한, '어린 나'같은 존재를 그렇게 볼 수는 없다. 미란다는 선택하게 된다. 그 존재를 어떻게 정의할지, 어떻게 해야 옳은지. 매 순간, 미란다는 자신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는 선택을 계속 하게 된다. 어른들이 반대하기도 하고, 훼방을 놓기도 하는 선택의 순간에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미란다의 선택은 맞는 선택일까? 생각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나'다운 것은 무엇이고, '부모'다운 것, '자녀'다운 것, '언니'다운 것,'동생'다운 것은 어떤 것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된다. '진정한 나'를 찾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추상적인 말이라 너무 어려운데, 미란다의 선택을 통해 '나'와 '가족'의 경계, '내가 지켜야 할 것', '진짜 나와 다른 사람을 구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미란다는 응원했든, 이해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든, 미란다는 '나'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는 친구임에는 틀림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라의 세계가 열리면 사계절 1318 문고 144
이은용 지음 / 사계절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고 말을 한다. 그런데 그런 일을 찾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면 좋은데, 나보다 잘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계속 하는게 의미가 있을까?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이 정도 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하고 싶은 일은 있어도 거기에 평가와 비교가 들어가면 한 걸음 뒤로 물러서게 된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말은 말처럼 쉽지 않다.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도 괜찮은 마음'이 필요한데, 그 마음이 어른인 나에게도 쉽지 않다. 이 책의 주인공인 하라도 좋아서 시작한 그림이 어느 순간 몇 등안에 들어야하고 평가우위에 있어야한다는 압박과 거기에 도달하지 못해 좌절로 그림을 포기하게 된다. 하라의 성격이나 상황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인 일이다. 성과가 나오지 않고, 다른 사람보다 잘하지 못한다고 느껴 어느 순간 멈추게 되는 일은 말이다.

다른 사람보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은 마음은 포기해야만 오는 것은 아니다. 리온은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감정과 표현에 최선을 다했다. 리온과 같은 마음을 갖는 건 어렵지만, 그래도 리온이 멋있다고만 생각해도 괜찮지 않을까? 진로 고민을 하고 있는 학생이나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아 고민인 학생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하라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도 열릴 세계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한 세계가 만들어지는 데 얼마나 많은 가능성이 포함될까?"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문장이었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려면 몇 개의 선택이 달라지면 될까? 몇 번의 용기와 몇 번의 노력이면 새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을까? 우리의 세계는 몇 개의 선택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세계일까? 또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포함한 세계일까?

이 책의 제목인 '하라의 세계가 열리면'가 무슨 뜻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하라가 마주한 새로운 이세계가 하라에게 어떤 새로운 걸 알게 되는 그 곳이 '하라의 세계'인지, 아니면 원래 살던 세계로 돌아와 새로운 마음으로 바라 본 이 곳이 '하라의 세계'인지 말이다. 그리고 '하라의 세계가 열리면' 어떻게 되는지 이어질 말을 채워본다면 이 책의 의미가 선명하게 떠오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