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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 손미나의 로드 무비 fiction
손미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유명인이자 방송인이었던 작가 였기에 어쩌면 이 책을 읽지 않으려 했었다는 것이 솔직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여러 사람에게 호기심을 담은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듯 했고, 회자되는 횟수도 많아지는 것을 보고 나름의 최소한의 궁금증은 가지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빌려 읽을 수 있었기에 서슴없이 펼쳐 들게 되었다.
저자가 방송인이었음에도 그만두고, 공부를 하러 떠난 외국... 그 후에 여행기도 출간하고... 글을 쓴다는 것에 관심이 있나? 싶긴 했지만, 소설을 출간하리라고는 개인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이기에 조금 놀랐던 것도 사실이었다.
연애소설? 로맨스라고 소개하고 있다.
주인공 네명이 중심이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다. 테오, 레아, 장미...그리고, 로배르...가 중심인물이다. 또한 장미와 로베르가 현재 시점을 살아가는 인물이고, 테오와 레아는 현재보다 앞선 시간을 영위하며 살았던 인물들이니 쉽게 표현하면 현재와 과거의 사랑을 공존하는 방법으로 펼치는 전개 기법을 사용해서 이끌어 가며 풀어내는 형식이라 할 수 있을 듯 싶었다.
내용 판단에 앞서 현재의 이야기는 검정 글씨로 풀어 가고, 과거 인물 이야기는 뭔가 구분을 짓고, 더 명확하고 헷갈리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을까? 다른 색으로 서술해 가는 형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개인적으로는 탐탁치 않았다. 검정색으로 써 내려가도, 헷갈리지 않고 읽을 수 있었겠다 싶은 생각도 스물 피어올랐고, 다른 색으로 씌어진 과거 연인 이야기 부분이 나올때마다 조금 집중이 안되서 짜증이 섞여 책읽기 방해 요소로 작용했다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을 배경으로 하여 풀어낸 소설이기에 각 장소에 따른 풍광에 대한 묘사가 부드럽고, 서정적이며 수채화를 몇편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테오와 레아의 사랑을 중심으로 그들의 아름답다고 하긴 먹먹하고 가슴 시릴 정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사랑의 힘으로는 못할 일이 없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들의 삶이 일단락되어지고, 현재 시점에서 장미라는 작가가 본인의 꿈을 위해 대필작가로 나서게 되는데 바로 테오와 레아의 이야기를 추적해서 담아내는 조건이었던 것이다.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해 한국에서 유럽으로 출발했고, 그 곳에서 우연을 가장한? 만남이 이루어지고, 그 남자의 도움을 철저하게 받게 되는데.. 바로 그 인물이 로베르였던 것이다. 운명이라고 하긴 심한 기운이 감돌았다. 결국, 장미의 일을 도와줄 수 밖에 없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품고 있었던 남자, 결국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연인의 느낌으로 발전되고 사랑을 하고, 결혼에 이르지만 말이다.
이들이 좇은 테오와 레아의 파란만장한 사랑을 담은 삶 속의 비밀을 파헤치고, 현재 어찌 살아가고 있는지 알게 되는데...
책을 덮고 미모자꽃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선 책에서 표현된 부분을 인용해 보려 한다.
" 음... 아직은 미모자가 필 계절이 아니라 보이지 않네요.
저쪽에 보이는 게 바로 미모자나무인데
원래는 종류가 수백 종이라고 해요.
이 마을엔 겨울이 끝나갈 즈음 짧고 가는 솜털 뭉치 모양의
샛노란 꽃들이 피죠.
사실 꽃이 핀다기보다 나무를 가득 덮어 버린다 싶을 정도로 탐스러워요.
미모자 나무가 얼마나 많은지, 2월 마이면 마을 전체가 노란 숲 속에 폭 싸여 버리죠."
:아! 그림 속에 있던 노란 꽃이 그건가 보군요. ~"
- p. 145 -
바로 이어서 저자의 말을 인용해 보고자 한다.
한 사람의 정서와 감성, 세상을 보는 시각과 가치관, 영혼의 크기와 꿈의 대부분은
그가 자라온 환경과 삶의 터전, 지나온 시간의 경험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
파리는 음울하고 서글픈 얼굴을 지녔지만, 반면 놀라우리만치 아름답고 신비롭다.
무엇보다 파리는 나처럼 예술과 큰 상관 없이 살아온 사람도
스케치북과 물감을 사다 그림을 그리고 노래와 시를 쓰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그 안에서 보 낸 시간은 헤밍웨이가 말했듯 매 순간이
'움직이는 열정'이었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한 권의 책인 것이다.
- p. 8 (작가의 말 중에서) -
위의 두 부분을 인용한 것은 개인적으로 억지로 짜맞춘 말도 안될 수 있을 법한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 연인을 등장 시키고, 그 연인들이 서로 얽히며 사건의 중심에 서게 하고, 연관성을 부여하며 이야기를 풀어낸 것은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미모자를 대신 할 만한 게다가 미모자가 피어나는 시기~ 봄을 전후해서 우리나라에도 자연에서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꽃들이 여기 저기서 얼굴을 내밀고, 사람의 마음에 감성을 자극하며 생기를 불어 넣어 준다. 바로 그 대표적인 것이 산수유와 생강나무의 꽃일 것이다. 두가지 모두 노란색 꽃을 틔워 내서 자태를 뽐내며 계절을 알리니 말이다.
물론 넓은 세계관적 가치관 함양과 또한 여러가지 배울 것들에 대한 시각을 다른 나라로 돌려서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굳이... 외국을 배경으로 한 점이 좀 개인적으로 거슬렸달까?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 의견은 개인적 느낌이며 억측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이 두가지 점이 개인적으로 이 책 내용에 대한 공감을 하는 데 방해 요소를 작용해서 많은 울림으로 남기지 못했음이 아쉽고 씁쓸하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여러가지 장점을 극대화 시킨 내용을 담은 책이 분명할 수 있다. 하지만, 심할 정도로 서정적 요소를 끌어내어서 연인들 사이의 이야기도 밋밋한 느낌으로 별 정점 없이 지나버렸다는 것이 좀 아쉬웠기도 했다. 중간에 예전의 테오와 레아의 행방을 찾아 다니는 장미와 로베르의 시선의 움직임을 묘사하기도 했지만, 부족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고 하겠다.
유명인의 책이라고 기대와 호기심을 많이 담아서 였을까?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느낌으로 개인적으로는 마무리 했음이 조금 아쉬웠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유럽등지의 마을에 대한 풍광 묘사를 엿보는 재미를 얻었다는 가치만이 울림으로 가득 채워졌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