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컷 울어도 되는 밤
헨 킴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헨킴의 아트 에세이 실컷 울어도 되는 밤


아트 페어를 자주 가지만, 인상적인 그림이나 일러스트는 잘 기억해도 작가의 이름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헨킴의 일러스트를 접했지만, 누구인지는 잘 알지 못했었다.

그러던 지난 6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우연히 한 책을 보게 되었는데, 책의 제목도 매우 좋았지만 일러스트가 인상적이어서 끌렸던 작품이었다. 현암사에서 출간하고 이다혜 기자가 쓴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였는데, 이 일러스트에 끌려서 책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꽤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여러 페이지의 책의 어느 한 페이지에 깊은 어둠 속에 반짝이는 별과 달을 보고 있는 여자의 뒷모습은 왠지 쓸쓸해 보이면서도 잠시 쉬고 있는 모습이어서 편안함이 느껴졌다. 더 큰 혼란의 페이지로 뛰어들기 전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앉아있는 느낌이었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본 이다혜 기자의 에세이집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일러스트에 혹했었던 기억이.


그래서 너무나 반가웠던 헨킴의 아트 에세이 실컷 울어도 되는 밤.

헨킴의 일러스트는 흑백으로 그려졌다.

칠흑 같은 어두움과 구원 같은 빛의 세계는 서로 대립하는 느낌이 아니라 보완하는 느낌이다.

흑백이 서로 섞인 그레이 톤의 색감이 나타나기도 하고, 어둡지만 완전한 어두움이 아닌 은은한 빛이 있어서 무섭지 않고,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그림 에세이는 크게 네 가지 파트로 되어 있고, 자기 위로의 느낌이 강한 [밤이 되길 기다렸어], 관계의 위로를 다룬 [너와 나], 꿈의 위로를 다룬 [good night], 휴일의 위로를 다룬 [sunday mood]로 공통된 주제는 어둠 속의 달빛 같은 위로의 감정이다.

아무래도 가장 공감이 많이 가는 일러스트가 많은 파트는 [밤이 되길 기다렸어]다.

이리저리 지친 내 마음을 은은하게 비춰주는 달빛 같아서 좋은 일러스트들이다.

현대인의 퍽퍽한 하루 일상을 마무리하는 느낌의 일러스트가 많아서, 밤에 읽으면 더 마음의 위안을 얻을 것 같다.일러스트의 전반적인 느낌은 흑백의 조화로 굉장히 깔끔하고 단아하지만, 뭔가 뒤틀리거나 꼬인 느낌이 있다.

동양화 같은 느낌이 아닌 것 같으면서도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그림들인데, 보고 있노라면 어느 작품은 한없이 편안한 느낌을 주다가도 비비꼬인 불편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작가의 어둡고 아름답게 뒤틀린 환상을 그린다는 한마디가 딱 와 닿는다.한 여름밤 작가가 그린 환상 속으로 한 번 푹 빠져보는 것이 어떨까.


여름이라서 그런지 한껏 와 닿은 이 그림. 정말 욕조 안에 몸 담그고 싶은 무더위였다. 

예전의 나에게 안녕을 고하는 모습.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한마디도 못하는 답답한 심경을 무인도에 버려진 메시지가 가득 담긴 병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은 심정을 그린 걸까.


때론 악몽을 꾸거나, 달콤한 꿈을 꾸거나 그 모든 건 한여름 밤의 꿈만큼이나 덧없지만 그래도 꿈은 나를 위로해준다.


한남동에 있는 대림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 당구장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에도 갔다 왔는데, 그림 에세이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되시는 분들께 추천한다. 

작가의 작품 세계나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더욱 잘 느껴지는 전시였다.특히 낮보다 저녁 이후에 가면, 친구와 함께거나 혼자라도 괜찮은 전시회다.


헨킴의 전시회 "미지에서의 여름" 야자나무에서 달 해먹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기분이란 어떨까?


구슬모아 당구장 안의 전시회장에 있는 해먹. 전반적인 느낌이 낯선 섬에 휴가 온 기분이다.


대형 달이 걸려있는 뒷배경으로는 반짝이는 별들이 있고, 달 아래 있는 의자에서 앉아 별을 감상하며 음악을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잠이 온다. 대형 달을 바라보면서 친구와 함께 맥주나 커피를 마시면서 있노라면 하루 피로가 말끔하게 사라질 것 같다. 

전시관에 들어서면서 지나가면 불이 켜지는 조명에 그려진 일러스트도 멋지고 신기하다.

전시장 안이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인데, 어딘가엔 해먹도 걸려있고, 휴식 의자도 있고 바도 있는 매우 편안한 분위기이다. 

의자에서 그냥 잠을 자도 될 것 같다.

한때 당구장이었던 곳을 개조한 곳이어서 그런지 관련 기념품도 당구와 관련된 초크 지우개, 당구공 사탕 걸 판다.

작가가 관람객에게 선사하는 휴식과 위로의 느낌이다.

10월 1일까지 무료로 전시한다고 하니 이태원이나 한남동 갈 일 있으면 한번 가보길 추천한다.



지나가면 자동으로 불이 켜지는 일러스트가 그려진 조명.


전시회 가운데에는 바가 있어서 맥주와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앞쪽에는 당구장 물건과 함께 전시 굿즈와 미술관 굿즈를 판매한다.


작가의 작품 중 가장 큰 의미를 차지하는 달. 저 아래 의자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바에서 바라보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일러스트 전시


휴식의자 쪽에 있는 일러스트와 조명. 티백 속에 숨어서 푹 젖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의 일러스트 일려나. 


야광 포스터 굿즈. 타투랑, 스티커, 엽서, 책을 함께 파는데, 타투 스티커와 함께 좀 탐났던 굿즈다.


방명록에 찍을 수 있는 도장도 존재하는데 꽤 멋지다. 전시의 흔적을 남기고 싶으신 분은 다이어리에 찍어가셔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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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에서 - 맛, 공간, 사람
크리스토프 리바트 지음, 이수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레스토랑하면 일반적으로 가격이 비교적 비싼 상류층을 위한 장소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단어 자체가 가지는 뜻은 음식을 파는 모든 식당을 뜻한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레스토랑은 그야말로 모든 종류의 레스토랑이다.
맥도날드같은 패스트 푸드 레스토랑, 서민이 즐기는 공간인 캐쥬얼 다이닝 레스토랑, 격식있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까지.
시대의 변화에 따른 레스토랑의 변천사와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드나들던 기자와 지식인들, 또 일어났던 역사적 한 장면까지 세세하게 잘 묘사되어 있고, 책 읽는 내내 다큐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진행된다.
기사를 쓰기 위해 잠입해서 일을 하는 여기자, 흑백 갈등의 현장이 된 레스토랑에서의 모습, 스페인 이민자가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모습 등등 매우 흥미로운 장면들이 묘사된다.
특히 조지 오웰의 소설에서 묘사된 웨이터와 주방장의 모습과 서열과 계급 시스템에 대한 기술등은 매우 사실적이어서 해당소설인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읽고 싶게 만든다.
한 마디로 이 책을 읽으면 책 중에 언급되는 유명요리사와 소설, 미술작품 등을 더 알고 싶은 욕망이 불끈불끈 생긴다.
초기 레스토랑에서 현재에 이르는 레스토랑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동안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코스 요리 먹듯이 좀 더 음미하면서 정독을 하면 좋은 책이다.
이 책을 바탕으로 레스토랑 관련 다큐가 꼭 제작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길 바라면서 책 읽은 뒤 보면 좋을 영화나 드라마를 추천해본다.
책 속에서 언급되는 영국의 유명 셰프이자 칼럼니스트인 나이젤 슬레이터의 토스트(요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내용), 앤소니 보데인의 동명 에세이 원작인 키친 컨피덴셜(LA의 유명 레스토에서 벌어지는 온갖 해프닝), 덴마크에서 북유럽식 다이닝 코드를 새롭게 만든 노마 레스토랑을 다룬 노마 : 뉴 노르딕 퀴진의 비밀을 영상으로 접하면 이 책이 뭘 말하고 싶은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책을 읽은 뒤 꼭 한번 보시길 추천한다.
이외에 더 추천하고픈 영상은 국내에서는 로맨틱 레시피로 소개된 백걸음의 여행이라는 영화(프랑스 레스토랑과 인도 이민자들의 레스토랑에 대한 이야기), 엘리제궁의 요리사를 보면 새로운 시도를 하려던 선구자적인 요리사들의 이야기, 이민자로 살아가면서 현지음식과 전통음식을 어떻게 잘 조화시켜갔는지에 대한 과정을 알 수 있다.
레스토랑에 대한 알쓸신잡같은 이 책은 시대적 상황, 사회문화적 분위기, 대표적인 사건, 사람등 다양한 시점으로 작성한 책이기에 읽다보면 살짝 산만한 느낌이 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읽는 관점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책이기에 여러번 반복해서 찬찬히 읽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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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스트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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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책처럼 어느 순간 정상인의 생활에서 멀어진 주인공들의 상황과 비슷해 보였다.

일의 기약 없이 오늘의 생존을 위해서 사는 여자 주인공 알렉스.
본명 없이 위장 신분과 가명으로 일정 기간 옮겨 다니며, 쫓기면서 사는 고단한 인생을 살고 있다.
의사로 살던 그녀는 조국을 위해서 테러리스트를 심문하는 케미스트로 지냈었지만, 어느 순간 조직의 표적이 되어 쫓기고 있다.
조직이 보낸 암살자를 경계하는 부비 트랩을 설치하고, 방독면을 쓰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는 나날들이 계속되고, 그녀는 지쳐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쫓던 보스 카스턴은 수백 명의 인명을 노리는 테러리스트를 잡아서 정보 캐는 걸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또 다른 함정인지, 아닌지도 알아차릴 시간도 없이 그녀는 수백 명의 인명을 구하기 위해 타깃을 쫓게 된다.
그리고, 대니얼이라는 타깃을 쫓아가다가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유명한 스테프니 메이어의 신작 소설 케미스트. 냉혹한 스파이의 세계를 새롭게 그린 신작

끊임없는 추격전과 신뢰와의 싸움. 주인공의 내적 갈등이 돋보이는 책.

뱀파이어와의 사랑 이야기 트와일라잇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스테프니 메이어가 새로운 후속작으로 낸 케미스트.
화학약품을 인체에 주사해서 고문하고 심문하는 케미스트인 여자 주인공은 소설 시작부터 조직의 타깃이 되어 쫓기고 있다.
제이슨 본처럼 계속해서 쫓기지만, 상황에 익숙하고 재빠를 뿐 무적은 아니다.
자신의 특기인 화약약품 주사로 부상의 아픔을 견디거나, 상대방에게 재빠르게 약품을 주입할 수 있는 특기가 있다.

살인 병기지만, 기억을 잃어버린 채로 추적을 당하는 스파이물의 효시인 제이슨 본.

제이슨 본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책 시작에 제이슨 본과 아런 크로스(본 레거시)에게 바친다는 헌정사가 있다.

본 시리즈보다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스파이물로 유명한 미국 드라마 앨리어스 시리즈(떡밥의 제왕 J.J. 에이브럼스)가 오히려 생각났다.
매번 새로운 위장 활동과 위기관리 능력이 아주 대단한 여자 주인공 시드니와 살짝 닮은 면이 있다.
자신이 믿던 사람들이 죽거나, 배신을 당하는 면도 매우 비슷하다.

CIA와 다른 기관의 이중스파이가 되는 유명한 미국 드라마 앨리어스. 시즌 2까지 배신과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로 제니퍼 가너의 매력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드라마. 스파이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는 주인공 시드니의 고뇌가 느껴진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액션 장면도 꽤 등장해서, 소설 읽는 동안 시드니 역의 제니퍼 가너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주인공 알렉스에 대한 묘사가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자그마한 의대생(너드)의 느낌이라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스파이의 모습에서 벗어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평범해 보이는 외모가 오히려 눈에 띄지 않아서 잠입하기 편하다.

케미스트라는 또 다른 자아를 불러낼 때의 느낌.

주인공은 작품 속에서 내내 신뢰와 관련한 내적 갈등을 심하게 겪는다. 누군가를 쉽게 믿을 수 없는 상황, 언제나 최악을 생각하고 늘 플랜 B를 생각해야 하는 스파이의 세계.

위기 상황에서 자신이 쫓는 타깃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상황을, 본능적인 것이라고 분석하는 태도나.
(살짝 철벽녀의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연속되는 위기 상황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랑의 감정에 빠지지 못하고 다음 위기에 대비해야 하는 모습은 기존의 작품에서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이다.
트와일라잇 영화에서도 보다시피 넘치는 로맨스 장면들과 손발이 오글거리는 대사들로 가득했던 그녀의 작품이었기에, 이번에도 그럴 것인가 싶었지만.
아드레날린이 솟구칠 만큼 긴장감 있는 상황에서 로맨스는 사치라는 현실적인 느낌이 강해서 의외로 놀랐다.

쫓고 쫓기는 과정과 액션 장면 등등, 영상화되면 좋을 장점들이 많이 엿보이는 소설이었다.
타깃을 쫓다가 새롭게 알게 된 조직의 함정, 역추적하며 알게 되는 조직 뒤에 숨어있는 또 다른 음모.
스파이물에서 흔히 보던 이야기지만, 주인공이 여자 케미스트에 너드인 점이 나름 신선한 케미스트.
잠 못 이루는 열대야에 읽기 딱 좋은 스파이물이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백미는 에필로그.
영화에서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며 나오는 쿠키영상을 감독이 관객에게 선사하듯, 에필로그 부분이 꽤 재미있다.
소설 전반적으로 진지하면서도, 스피디하게 진행되다가 에필로그에서 숨겨뒀던 유머를 한꺼번에 날리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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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고바야시 미키 지음, 박재영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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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집안 일 안 도와주고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남편의 모습을 본다면 정말 주먹을 불끈 쥐고 살의를 품을지도 모르겠다.


사회 초년생 무렵이었을 때, 직장에서 어느 고참 여직원이 결혼한 뒤 직속 상사가 내뱉었던 말. 

*대리는 남편한테 아침밥도 안 차려준다더라. 
남자를 안 챙겨주는 여자는 나쁜 여자야.


마음속으로는 부글부글했지만 나는 침묵을 지켰고, 오랜 세월이 흘러 직장 아닌 알고 지내던 동생의 이야기. 결혼 후 허니문 베이비를 가졌지만 힘들게 맞벌이를 하는 부인을 두고 무심코 하는 푸념. 

결혼하면 아침밥은 부인이 챙겨주길 기대했었는데...


이 말을 듣고 나는 발끈할 수밖에 없었다. 
그놈의 아침밥. 결혼 전 혼자서도 안 챙겨 먹는 아침밥을 왜 다른 사람이 챙겨주길 바라는 건지. 
도대체 처음 저 말을 들었을 때로부터 십수 년이 넘게 지났지만, 나와 다른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의 사고방식도 어떻게 저렇게 변함이 없을 수 있는 것인지. 
이제는 외벌이 아닌 맞벌이가 아니면 살 수 없는 시대이고, 여자의 사회진출도 그만큼 늘어났는데 아직도 사회적 시스템이나 사람들의 사고는 더 나아지지 않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을 구체화시켜 결혼 뒤 여자들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절절한 현실을 보여주는 책.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매우 자극적인 제목이지만, 결혼 뒤 여자들이 느끼는 한에 비하면 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것 같다. 
이 책의 사연들이 참 낯설지 않은 것은 결혼한 주변 사람들과 자라면서 보는 엄마와 할머니의 상황들이 비슷해서일까.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저런 말 한마디가 쌓이고 쌓여 아내가 남편에게 살의를 품게 되는 계기가 된다.


주변의 상황들을 봐도 그렇다. 출산 후 육아휴직이 쉽지 않다 보니 직장을 그만두는데, 맞벌이가 아니면 생활이 되지 않으니 다시 재취직하고 싶어 하지만 출산 전과는 전혀 다른 조건이고 그 조차 쉽지 않다.


결혼은 여자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결혼 뒤에 겪어야 할 모든 상황들을 비교해도 여자의 일방적인 희생이 요구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여자들보다 오히려 남자들이 많이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들은 너무나 절절하게 이해가 되는 상황이지만, 의외로 많은 남자분들이 결혼 후 여자가 처한 현실에 대해서 너무 모르기 때문에 더 많은 환상을 가지는 건 아닐까. 
결혼 후 아이를 낳은 뒤 끊어지는 여자들의 경력, 맞벌이는 당연하게 생각되는데 출산 휴가는 생각보다 받기 힘든 상황. 
뛰어난 경력을 유지하고 싶어도 출산 공백 후 재취직이 쉽지 않고, 아이와 집안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파트타임이나 비정규직 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결혼하는 여자들은 고민이 많다. 아이를 가질 것인지 말 것인지. 아이를 가진다면 내 경력은 그 뒤로 어떻게 설계해나갈 것인지. 
임신을 하면 더 고민이 많아진다. 아이가 태어나면 바로 엄마의 역할을 주변에서 기대하게 되지만, 주변의 그 누구도 그 문제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야기해주지 않다. 
맞벌이를 하는 워킹맘은 아이에게도, 동료에게도, 어린이집 선생님에게도 자꾸만 미안해진다.
왜 미안해야 할까. 


육아와 집안일에서 여자가 좀 더 해방된다면,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내들이 진화하는 만큼 남편과 사회 모두 진화해야 서로 행복해질 수 있다.


이제는 남자들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육아도 가정일도 여성보다 더 잘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만큼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더욱 필요하다.


82년생 김지영, 화제의 웹툰 며느라기처럼 이 책도 비록 이웃나라 일본의 이야기이지만, 절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여성들이 결혼 후 어떻게 남편에게 살의를 느끼게 되기 시작하는지, 전업주부의 일상은 어떤지, 흔히 황혼이혼과 졸혼이 흔하다는 베이붐 세대의 이야기와 육아와 집안일에 동참하고 싶어도 쉽게 그렇게 할 수 없는 남편의 상황, 사회와 시스템의 변화까지 전반적으로 살펴본다. 
결국 책 속 여성들의 상황은 더 이상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구조적 문제인 것이다. 
여자는 육아와 집안일의 굴레와 악습에서 좀 더 벗어나고, 남자도 함께 육아와 집안일에 기꺼이 동참할 수 있게 저녁이 있는 사회로 가는 문제가 시급하다. 
그리고 결혼 외에 다른 형태의 가정이 어색하지 않은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혼이나 싱글맘, 싱글 파더, 또 다른 형태의 가족이 자연스럽고, 각자의 구성원들이 편하게 아이를 키우고, 혼자 살아가기에 불편하지 않은 사회가 되어야 또다른 갈등을 조장하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여자가 행복하기 위해선 남자가 변해야 한다. 남자가 변하기 위해선 사회가 변해야 한다. 
제목은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지만, 실은 오히려 남편과 함께 오래오래 공존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책이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커플이나, 행복하고 서로 존중받는 결혼생활을 지속하고 싶은 부부가 꼭 읽어봐야 하는 책. 

육아는 부모가 함께 하는 것이다. 집안일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당연히 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부모가 함께 육아를 할 수 있게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드는 것이 중요히다.


아내와 공존하기 위한 현명한 남편에 대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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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피부 여행 - 생명의 보호벽, 피부에 관한 놀라운 지식 프로젝트 매력적인 여행
옐 아들러 지음, 배명자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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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피부는 우리 몸과 영혼, 인생을 비추는 거울이다.

피부는 우리 몸과 영혼, 인생을 비추는 거울이다.

붉은 기가 있는 핑크색 피부에, 조금만 건조해도, 기온차가 생겨도, 감정에 의해서도,  때문에도 금방 빨개지는 얼굴과  때문에 평소 고민이 많다민감하고, 햇빛에도 금방 화상입고 뭔가 잘못 먹으면 그대로 두드러기가 나는 피부. 덕분에 여름이면 방콕할 때가 많다.
열이 많은 체질이기도 해서, 사춘기를 지나며 왕성해진 피지 분비와 여드름으로 넓어진 모공 때문에 콤플렉스만 많아진  피부.
그냥 병원 가서 관리받을 걸, 괜히 병원 안 가고  피부에 허튼짓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비누와 여드름용 토너 등등  모든 것들이 피부에 가혹행위를 했다는  깨닫게 해주는 매력적인 피부 여행.
아주 가끔씩 별로 관리 안 하는  같은 오빠의 피부가  나보다  뽀얗고 주름 없이 팽팽한    굉장히 부러워서 비결이 뭐야라고 물어보면  성질나는 대답을 해서 열받았었는데.
 책을 통해보니, 남자들은 피부를  괴롭히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피부 구조적으로 이미 여성은 주름이 생기기 좋은 피부 구조를 가졌다.

이래서 남자의 피부는 셀룰라이트 없이 평평하다고 한다. ㅠㅠ

이런 그림을 보면 슬퍼지지만 팩트

일러스트 보고 웃음이... 그러나 다리에 털이 많이 난 남자들은 여자들의 부탁을 잘 안 들어주지.

저 포즈들은 다 이유가 있는 포즈. 

특히 여자가 머리를 넘기는 이유는 페로몬을 퍼뜨리기 위한 행동이라 한다.

  바르는  좋다는  알고 있었지만, 우리가 목욕  혹은 겨울철에 바르는 보디 오일이나 페이스 오일이 피부에 매우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오일 대신 차라리 크림이 낫다고 하니, 많은 분들 참고하시길.

여름철에 많이 쓰는 데오도란트에는 암과 치매에 치명적인 알루미늄이 함유되어 있다.

햇볕에 매우 취약한 피부를 가지고 있기에 피부와 햇빛이라는 챕터를 매우 흥미롭게 보았다. 
특히 올바른 선크림의 사용법과 용량에 입이  벌어졌다. 소주 2 분량을 온몸에 발라줘야 하고 얼굴 만에는 500원짜리 분량을 발라줘야 제대로  효과가 나타난다니, 그동안 나는 자외선 차단제도 제대로  바르면서  난리를  건가 싶었다.

선크림을 제대로 바르려면 소주컵 1~2잔 분량. 얼굴엔 500원 크기로 발라줘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을 받은 부분은 보디 케어에 대한 부분인데, 비누 특히 천연비누로 몸을 매일 씻는  피부에 매우 좋지 않다는 부분이었다. 천연비누를 사용하는 것보다 차라리 합성 세정제가 낫다고 한다.
매일 씻는다면 그냥 물로만, 비누를 사용한다면  전체가 아닌 중요 부분  겨드랑이, , 접히는 부분 등만 약산성 비누나 세정제로 씻어내는  좋다고 한다. 
제대로 씻는  일주일에   샤워로. 목욕도 피부를 노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 머리는 피지 분비가 많기 때문에 매일 감아도 상관이 없다고 하는데, 서서 머리 감는  얼굴 피부에 최악이라고 한다.
(샴푸가 얼굴에 닿기 때문에...)

물만으로 샤워하라는 것도 충격이지만, 천연비누보다 합성 세정제가 차라리 낫다니 충격이다.

서서 머리를 감는 이유는 잘 헹굴 수 있고, 허리에 좋아서 였는데, 피부에는 안 좋다니.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부분, 그동안   알고 있던 부분이 많아서 정말 많이 놀랐다.
(충격과 공포에 휩싸임.)
무엇보다 지금  얼굴의 홍조가 심한  그동안 피부를 혹독하게 괴롭힌 결과라는 사실에 슬퍼진다. 좋은 피부를 위해서 피부 내적인 노력(식습관) 중요하게  놨기에, 피부에 관심이 많은분들께 추천해드리고 싶다.
피부에 대한 내용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책이라서,  기대 없이 읽었는데  빠져서 속독했다.
다른 시리즈인 매력적인  여행(장도 위도 좋지 않습니다)  재미있을  같아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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