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허 아이즈
사라 핀보로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제목만 봐서는 도통 무슨 소설인지 예측이 불가능한 비하인드 허 아이즈


기본적으로 영국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한다. 
특히 영국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인데, 이유는 독특한 영상과 배우들의 연기도 한몫하겠지만, 시청자의 암묵적인 희망이나 바람을 고스란히 배반하는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이 가장 크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등장하기에, 영국 드라마를 본 사람은 빠져들 수밖에 없다. 
드라마뿐만이 아니라 재미난 스릴러 소설도 영국 작가의 소설을 즐겨읽는 편인데, 영국 드라마에서 수없이 당해왔던 뒤통수를 강타하는 스토리텔링을 능가하는 소설이 있어 소개해본다. 

비하인드 허 아이즈 .
제목만 봐서는 무슨 소설인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등장하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명언도 이 소설을 더 궁금하게 만들어준다.


이 소설은 비밀에 관한 이야기가 주제인 것일까. 알쏭달쏭하다.


남편과 이혼한 뒤 싱글맘으로 아들 애덤과 살아가는 루이스. 
외로움에 어느 날 술집에서 만난 매력적인 남자와 만나 잠시 잠깐 즐겼는데, 
하필이면 그 남자가 새로 취직한 직장의 상사다. 
그리고 그 완벽해 보이는 남자 데이비드 곁에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아델이라는 젊은 부인이 있다. 
어차피 직장 상사에 아름다운 부인까지 있는 유부남에게 얽혀봐야 좋지 않기에, 두 사람은 그냥 친구로 지내기로 하지만. 
당연하게도 일은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는다. 
병원 근처에서 아델과 우연히 마주친 루이스는 자기도 모르게 그녀와 친구가 되고. 
데이비드와의 불륜은 그만두려고 했지만, 오히려 더 깊이 빠져버리게 된다. 
너무나 매력적이지만 유부남인 데이비드는 루이스의 멋진 연인이고, 친절하고 아름다운 데이비드의 아내 아델은 그녀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맺어서는 안되는 복잡한 관계에 얽혀버린 루이스는 점차 완벽해 보이는 데이비드와 아델 뒤에 숨겨진 비밀에 대해서 서서히 알게 된다. 
비밀을 알게 될수록 데이비드와 아델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당황하는 루이스는 왠지 독자와 비슷한 심정이다.


주인공 루이스의 심정을 나타내는 장면.


극 중 루이스의 친구 소피는 현실을 굉장히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파악하는 편이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고, 그 비밀을 모두 알려는 순간 미쳐버린다는 책 속의 말이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다. 
그리고 누군가 다가올 때 그 사람이 어떤 의도로 접근하는지, 상대방이 누군지 100% 알기란 어렵다. 
누군가와 비밀을 공유할수록 가까워지게 되지만, 점차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비밀이란 상대방의 강력한 약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상대방을 몰락시키는데 가장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비밀을 공유하는 것으로 다가오는 관계는 개인적으로 지양하는 편이다. 
늘 그런 관계는 결말이 좋지 않았다. 
이 소설은 바로 그런 관계의 진실에 대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어떤 상황을 통제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의심의 씨앗을 심기란 생각보다 쉽다는 걸 알려준다. 


아델과 데이비드에게 숨겨진 어두운 과거란 과연 무엇일까.


2부를 넘어가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아델의 속마음은 나중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왜 충격인지는 결말까지 비밀이다.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빠져드는 늪같은 불륜의 관계


소설은 과거와 현재, 데이비드의 아내인 아델과 루이스의 관점으로 교차 진행되는데, 시점이 교차될 때마다 과연 누가 진실을 이야기하는건지 혼란스럽다. 특히 과거 부분엔 데이비스와 아델의 어두운 비밀과 관련된 이야기가 상당히 조금씩 진행되기에, 독자 입장에서는 둘 중 누가 믿을만한 사람인지 판단하기가 힘들다. 
심지어 주인공 루이즈조차 갈팡질팡하는 상황. 
1부에서 2부, 2부에서 3부로 갈수록 단순해 보이던 스토리가 점차 복잡해지고, 뻔해 보이던 스토리의 결말은 오히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이었다. 
결말을 읽으면서 느꼈던 당혹감은 아마 이 소설을 읽는 분들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것이다. 
독자가 작가에게 완벽하게 통제당한 기분이랄까. 
이제는 너무나 많은 스토리를 접해서 긴장을 늦추고 읽었던 독자에게 날리는 작가의 멋진 한방 같은 소설이다. 
나에게 어서와 이런 소설 처음이지를 선사해준 비하인드 허 아이즈. 
누가 이 소설의 결말을 눈치챌 수 있었을까. 
한동안 읽었던 완벽한 부부 사이에 관한 소설들이 다 떠오르면서, 이 소설을 대수롭지 않게 읽기 시작했던 나를 반성하게 된다.
다음 소설이 너무나 기대되는 사라 핀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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