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동물학교 1
엘렌 심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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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낸시에 이은 엘렌 심 작가의 차기작 환생동물학교


엘렌 심 작가의 전작 고양이 낸시는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그리는 따스함을 그리는 작품이었다. 
쥐 마을에 어느 날 버려진 새끼 고양이는 총체적 난국이지만, 너무나 귀여운 낸시의 모습에 쥐 마을의 모든 사람들은 납득해버리고 만다. 자랄수록 쥐와는 확연하게 다른 고양이의 모습으로 자라는 낸시지만, 정작 더 초조해하는 건 쥐 마을 사람들이었다. 자신들과 다르지만, 그 모습을 서서히 받아들이며 인정하고, 또 알려주는 모습은 매우 사려 깊다.
아마도 친구가 선물해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엘렌 심 작가의 작품 고양이 낸시.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사람들과의 관계인데, 엘렌 심 작가의 작품에서는 너무나도 쉽게 알려준다.
어른조차도 잘 할 수 없고,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실제로는 잘 되지 않는 부분들을 딱 집어서 전달한다. 때로는 글과 함께 한 그림의 위력이 이렇게나 크구나라고 감탄한다. 

앞서 소개했던 반려동물들의 웹툰 극한견주, 뽀쨔툰을 보면서 아마도 궁금해지는 점이라면, 그렇게나 주인을 잘 따르고, 사랑을 받고 주던 반려동물들의 사후세계는 과연 어떨 것인가이다. 
너무나 착하고 사랑스러운 반려동물들은 다시 태어나면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인가라는 궁금증으로 시작하는 작품이 바로 환생동물학교다.


반려동물이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해 존재하는 환생동물학교, 귀여운 스티커도 함께.


동물이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해서 동물의 습성을 버리고 인간 세계에서 잘 적응할 수 있는 교육을 해주는 환생동물학교. 
환생하기 전 잠시 머무르는 공간이 바로 환생동물학교라는 점에서 몇 달전 개봉했던 영화 원더풀 라이프와 비슷하다. 천국으로 가기 전 7일간 어느 공간에 있으면서,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기억을 선택하는 과정이 있는 것처럼, 인간으로 태어나면 기억하지 못할 환생동물학교에서의 기억들.


중간 지대에 잠시 머물러있는다는 점에서 이 두 영화가 묘하게 떠오르는 환생동물학교.


그런 환생동물학교 AH-27반에 새로 부임하게 된 담임 선생님과 7명의 학생들의 하루하루는 좌충우돌이다. 
동물의 습성을 지우고 인간 생활에 익숙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지만, 처음이라서 뭐든 서툴기만 하고, 무엇이 아이들을 위하는 것일까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다른 동물이어서 그런지 개성과 성품이 다들 제각각인 동물 친구들.
AH-27반 친구들은 사랑하는 주인님과의 추억을 그리워하며, 동물의 습성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물일 때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아이들에게 무리하게 인간의 생활습관에 익숙해지도록 교육해야 하는지. 
하지만, 인간으로 환생할 아이의 인생을 생각하면, 장기적으로는 유리한 상황이다. 
늑대소녀처럼 동물일 때의 습성을 제대로 지우지 못한 채 환생하면, 인간들 사이에서 적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뭐든지 초짜인 선생님의 선택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다독이면서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것.


아직 초짜인 선생님의 선택은 의외로 간단하지만 쉽지 않은 방법.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그리고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다독여주는 것이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 받고 싶은 다정한 다독임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저렇게 쉽게 설명하다니, 감동받았다.

아이들은 때론 격하게 싸우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충돌하면서 서로를 더 이해하고 가까워진다.
싸우고 나서, 어른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서로 화해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아이들.
무심한 듯해도 상대가 알게 모르게 배려해주는 모습.
엘렌 심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함축적인 메시지는 서로 다름에 대한 이해와 배려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작가의 따스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배려의 매너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 

혼자 깔때기 상태로 있는 친구가 무안해 할까봐 모두 깔때기를 쓴 모습은 감동이었다.


공놀이를 좋아하지 않는 개에게 친구가 건네는 다정한 한마디.


서로 거칠게 싸우는 것 같아도, 서로 충돌하면서 다시 사과를 하는 모습이 너무 좋다.


배려란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으로부터 나온다는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환생동물학교.
마음을 나눈다는 건, 상대방의 아픈 과거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는 큰 이야기를 해준다.
있는 그대로 현재 상대의 행복을 바라는 게 상대방을 위한 것이라는 건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진리.
언젠가 모두 인간이 되기 위해 동물의 습성을 지워야 하고, 그 과정에서 힘들고 슬픈 일들도 분명 있겠지만 인간이 되어서 다시 만났을 때 서로 다시 친구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영화 원더풀 라이프에서의 한 장면처럼 동물이었던 과거의 기록을 볼 수 있다.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읽으면서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질 웹툰 환생동물학교.
유난히 추웠던 올겨울의 추위를 봄처럼 녹여줄 아름다운 이야기를 꼭 읽어보시길.
아직도 겨울인가 한껏 움츠러들었던 상처 입은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줄 스토리로 가득하다.


환생동물학교의 아이들이 인간으로 환생하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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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여자들 - Dear 당신, 당신의 동료들
4인용 테이블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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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를 푸는 일러스트가 상징적으로 느껴지는 책. 

그래서인지, 인터뷰는 친구와 나누는 대화같이 편안하다.


유명한 만화가인 요시나가 후미의 단편집 중 <사랑해야 하는 딸들>이라는 작품이 있다.
주인공을 둘러싼 3대 여성 (엄마, 할머니, 본인)과 친구들과의 일상 에피소드를 잔잔하게 그린 작품은 모든 내용이 가슴깊이 와닿았지만, 특히 4번째 에피소드가 가장 공감 갔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함께 했던 3명의 친구들이 그 후 각자 서로 다른 길을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중학교 때까지 진취적인 성격으로 높은 이상과 꿈을 가졌던 친구들이 현실적인 상황에 부딪치면서,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볼 때 안타까웠다.
책 속에서 가장 공감 가는 내용은 친구들에게 결혼식에 참석해달라며 쓴 편지였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일은 그만두지 않고 힘내고 있습니다.

사실은 괴로워서 그만둬 버리고 싶은 직장도 
앞날이 보이지 않는 불안도 순간 모두 다 잊게 해 주는 말이었다.


대학 졸업 전부터 이미 막연히 느끼고 있던 직장 내 차별은 현실로 부딪치게 되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집이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스카우트되어 간 직장의 상사는 사회 초년생에게 차근차근 일을 가르쳐주지 않았고, 알아서 적응하길 바랐다. 하지만, 생전 처음 비서+관리+경리의 멀티 업무를 맡아서 잘 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업무의 강도도 높았지만, 무엇보다 적성에 전혀 맞지 않았고, 손님 접대시 차를 타고 커피잔을 설거지하면서 사무실의 모든 업무를 해내기란 무리였다.
가끔씩은 당시 화제가 되는 모 야동을 찾아달라는 요구를 하거나, 업무를 제대로 알기 전부터 장부 조작의 비리를 배우라고 하곤 했다. 때로는 회장의 친인척이 무리한 결제를 요구하면서 소리를 지르기도 해서, 첫 직장에서는 하루에 한 한 번 이상 화장실에서 서럽게 울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후의 직장에서는 뭔가 좀 달랐을까? 그래도 오픈 마인드의 직장이라고 생각했던 게임회사에서 여자 혼자 입사해서 많이 들었던 소리는 외모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관리 매니저가 내 엉덩이가 크다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고, 당시 회사의 회장은 체조시킨다고 들어와서 내 허리가 뻣뻣하다며, 여자 허리가 저래서 시집은 어찌 갈까라는 모욕적인 말까지 했다. 
때론 술자리에서 여자가 있어야 분위기가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회식을 하기도 했다.
몇몇 직장에서는 여자니까 사무실 책상을 닦으라거나, 커피를 타라는 건 그나마 양반이었던 것 같다.
어느 직종에서 일하건 일하는 여성에게 사회이든 사람들이건 관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동료 이전에 늘 여성이라는 플레임이 우선이었고, 그러한 특성으로 색안경 끼고 평가했다. 

평범한 직장인이라기보다는 문화예술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계신 분들. 

프롤로그 자체가 힘이 된다.


책은 평범한 직장인들이라기보다는 문화 예술 각 분야에서 알려진 분들의 인터뷰였다.
영화감독, 기자, 아티스트, 에디터, 출판 업계 등등, 미혼이거나, 비혼이거나, 기혼인 다양한 여자들의 인터뷰.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비슷한 또래 여성들의 일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친구들과 대화하듯 부담감 없이 다가왔다. 업계에서 승승장구하며 성공한 사람들도 비슷한 나이쯤 같은 고민을 했다는 걸 알게 되니까 살짝 위로가 되었다. 
회사를 퇴사하고 이직하다가 때론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 유학을 가기도 하고, 프리랜서로 승부를 내기도 하는 그녀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길게 바라보면서 일한다는 게 어떤 것인가를 알게 된다.
롤모델이 없어서 직접 새롭게 도전하거나, 직장이나 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이래서 성공했다는 스토리나, 독하게 버텨야 한다는 류의 흔한 자기계발 서적인 내용이 아니어서다.
오히려 직장에서 그녀들이 겪은 일들이나, 살아온 인생을 담담하게 들려주어서 더 마음에 와닿았다.
힘들었던 부분이나, 한계를 느꼈던 부분. 하고 싶은 일을 했지만 현실적인 충돌 등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분들과의 인터뷰는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프로필로 시작한다.


그녀들이 이야기하는 한마디가 마음에 와닿는다.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려는 그녀들.


영화에 관심 있다 보니, 백은하 배우 전문기자와 이지혜 기자, 윤가은 영화감독의 인터뷰에 더 집중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특히 백은하 기자의 인터뷰에서 그녀와 비슷한 고민들을 많이 했었기에 많이 공감 갔다.
인터뷰에서 따스함이 느껴졌다. 
관련 분야로의 진출을 꿈꾸는 많은 분들에게 현실적인 멘토링이 될 것 같다.
일을 어떻게 하게 되었고, 자신만의 업을 어떻게 발전시켜왔는지, 그 과정에서 했던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왔는지. 
앞으로 계속해서 일을 하기 위한 노력들은 무엇인지 먼저 경험했던 그녀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자. 
개인적으로 사회생활 초년생 때 이 책을 읽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참 지나서 읽어도 충분히 위안이 된다.


여자라는 플레임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현 영화감독과 작가.


공감이 가장 많이 갔던 백은하 배우 전문기자의 인터뷰.


마지막으로 가장 공감하는 백은하 배우 전문기자의 인터뷰 중 한마디.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포기하고 막 살까?
아니,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는 일들을 찾을 수 있는 거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각자가 잘 사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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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커리어 - 업의 발견 업의 실행 업의 완성, 개정판
박상배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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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끼리 만나면 맨날 하는 이야기, 앞으로 뭐 해 먹고 사냐에 대한 대답을 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했다.


언젠가 자주 보던 웹툰(제목이 생각 안 남)에서 할머니가 사랑하는 손자에게 너는 무슨 일을 하고 있니라고 물어보자, 손자는 어느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러다가 돌아가시기 전에 할머니가 하시던 유언, 직장인이 아니라 직업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에 눈물을 흘리며, 그때부터 직업인이 되기 위해 준비하게 되었다는 내용을 본 기억이 있다. 
어느 직장에 다닌다는 건, 젊은 시절엔 자신이 뭔가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는 착각을 갖게 한다.
처음 직장에서의 가졌던 초심의 마음가짐과 긴장감은 서서히 시간이 지날수록, 시스템에 익숙해지는 순간부터 태만하게 만든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얼마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정리해고를 당하거나, 이직 준비 없이 막막하게 번아웃 상태에서 직장을 그만두기도 한다. 직장을 떠나면, 일단 막막해지는 게 일반적인 현실이다.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보면 딱 좋을 책, 빅 커리어.


 빅 커리어의 단계. 

나이별로 단계가 있는데, 물론 그대로 진행되면 좋겠지만, 사람에 따라서 개인차가 있을 것 같다.


친구들끼리 만나면 늘 자주 이야기하는 주제가 있다. 앞으로 뭘 하면서 먹고 살 것인가.
이 문제는 친구들을 만난 대학교 때부터 꾸준히 이야기해온 주제인데, 생각해보면 과연 진지하게 앞으로의 인생과 커리어에 대해서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던가.
그냥 하루하루, 적응하기 바빴고, 살아가기 바빴다.
본인의 인생인데도 남의 인생처럼, 그렇게 보내온 시간들.
IMF 이후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진지 오래고,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으면서 일하고 싶어도 그렇지 못한 현실이라는 건 아마 요즘 사람들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일에 익숙해져서 이제 좀 할만하다고 생각되었을 시점이면 현역이 아닌 관리직으로 대체되면서 서서히 정리해고가 앞당겨진다. 설상가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앞둔 시점에서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시점이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기회조차 잘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빅 커리어라니, 그런 게 가당키나 할까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구체적인 사례의 사람들의 이야기도 실려있다.


직장인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우선순위의 법칙을 요렇게 바꿀 수 있다.


하지만, 평균수명은 늘어나고,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줄어드는 만큼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의 준비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책은 크게 빅 커리어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이야기한 뒤, 업을 발견, 실행, 완성할 것인지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딱히 모르는 내용은 아니다. 
이미 몇 년 동안 직장생활을 꾸준히 해왔고, 직업인으로의 스킬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실들이다. 하지만, 아직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좀 막막한 사회 초년생이나, 직장인으로만 살다가 인생의 제2 막을 준비하는 분들이 이런 책을 읽는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책 속에 정답은 없다.
책을 보고 본인의 커리어를 찾아서 방황하고 설계해나가야 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니까.
요즘은 책 속에서 정답을 찾으려는 분들이 많다. 시대가 불안하고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그런 경향이 더 큰 것 같다. 그래서 정답을 알려주는 뉘앙스의 자기 계발서도 많이 등장하고(하지만 결코 정답이나 핵심 노하우는 책에서 빠져있다.), 사람들은 문학작품보다 그런 종류의 책을 많이 보고 있다.
어떤 책이건, 읽으면 도움이 된다. 
읽어봐야, 도움이 되는 내용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고,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다음번엔 비슷한 종류의 책은 피해서 읽지 않으면 된다.

이 책은 텍스트만 읽어보기보다는 커리어 코칭 강연회를 가보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다양한 분들과 함께 직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편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도서관이라고 경험하고 분야를 먼저 경험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커리어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책에서 정답을 찾기보다는 책을 읽고 정답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인생 선배에게 직업인이 되기 위해서 받는 조언, 빅 커리어.


책 속에서 공감 갔던 부분. 

아무리 사소한 업무를 하더라도 그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며 임하면 쌓여서 업무 스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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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온도 -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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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모르겠고, 책에 그려진 탐스러운 복숭아는 영화 아가씨의 하정우를 떠올리게 한다. 아니면 말고.


학창시절 국어와 문학 시간을 가장 좋아했지만, 고전 문장을 다루는 시간 혹은 시조를 읊는 시간만 되면 견딜 수 없는 따분함과 이해할 수 없는 외계 언어의 수업을 듣는 기분이었다.
분명 국어시간임에도, 왜 따분하게만 들렸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문을 읽는 방법, 예전 표기법을 외우는 방법 등등에서 느껴지는 답답함과 막막함이 그렇게 만들었다.
오로지 재미나게 들었던 것들은 야사였다.

그리고 세월 지나 국립 중앙 박물관이나 덕수궁 미술관에서 당대 선비들의 그림과 글을 볼 수 있는 전시회를 했을 때, 친구들과 구경하면서 든 생각은 선비들도 덕질을 하는구나. 
선비들도 매란국죽만 그린 게 아니었구나. 
오늘날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해도 버금갈 정도의 아기자기한 그림이나, 문장의 내용들을 보면서,
조선을 사는 선비들의 일상이 늘 근엄하지만은 않았겠구나 싶었다.
인스타그램에서의 인증샷처럼 보이는 화려한 개인 물품들의 그림들, 화구나 진귀한 과일들을 그린 그림을 보면서 우리네 일상생활과 그들의 일상생활도 별다를 게 없었구나를 느꼈었던 전시회였다.


선비의 덕질 클래스를 잘 보여줬던 국립중앙박물관 전시회인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실은 그 이외에도 여러모로 멋진 전시)


조선시대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이 없는지라, 그나마 열심히 읽었던 건 몇몇 손꼽히는 사람들의 책들뿐. 이덕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물론 기억하고 있을 리도 없고, 알고 있지도 못했다.
알아낸 사실이라곤, 조선시대 후기의 실학자라는 것과 유명한 책덕후에다가 단 음식을 좋아했다는 점이었다. 그의 호가 오죽하면 선귤당이겠는가. 단 귤을 좋아하는 선비라니, 왠지 공감 간다. 
(그래서 책표지가 탐스러운 복숭아인 것인가 수긍이 간다.)

문장의 온도라는 제목을 보고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책이 아닐까 하고 착각을 했지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자고로 최고의 글쓰기의 스승은 많이 쓰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좋은 문장을 많이 접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은 늘 좋은 문장의 책을 읽는 것을 권장하셨고, 통신체와 줄임말 등이 만연한 유행 소설들을 읽는 걸 좋지 않게 생각하셨다. 
그런 의미에서 문장의 온도는 간결한 문장과 담백한 표현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일상을 표현한 그의 문장들은 참 아름답다.


어찌 보면 이 책은 책 덕후인 조선의 실학자 이덕무의 마니아인 한정주 고전연구가의 애정 어린 책이다.
책덕후를 책덕후가 소개하는 책이라니, 참으로 흥미롭지 아니한가.
수능세대라 원문으로 이덕무 문장의 아름다움을 직접 해석하고 공부하는 흥분을 함께 느낄 수 없는 아쉬움이 크지만, 책을 읽다 보면 정화되는 느낌이다.
그동안 얼마나 복잡하면서도 뜻이 잘 전달되지 않는 문장에 오염되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몇 번을 읽게 되는 매력이 있다. 
그렇기에 쫓기듯 이 책을 읽지는 마시라 권하고 싶다.
정말 고요한 어느 날 밤, 마음의 안정이 필요할 때 이 책을 소리 내어 읽는다면 더욱 좋겠다.

책은 이덕무의 소품문인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의 문장들로 이목구심서의 문장들은 대부분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선귤당농소의 문장들은 표현을 참 맛깔스럽게 잘했다. 
후자의 문장들을 읽으면 이덕무가 이 글을 작성할 때 당이 몹시 당겼나 보다 싶을 정도로 배가 고파진다. 
그만큼 문장의 표현력이 선명해서 그린 풍경이 눈에 확 떠오른다.

가장 공감 가는 문장들, 혹은 다정하게 토닥이는 문장들은 4장 '세상에 얽매이거나 구속당하지 않겠다'에 가득했다. 그의 문장들을 읽어보자.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문체가 있어서 글은 귀중한 법이고, 

그런 글을 쓰기란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는 문장.


조선의 선비가 전하는 셀프 위로의 방법 책. 무언가 우아함이 느껴진다.


요즘 시대에 살았으면, 너무나 잘 살았을 시대의 선구자 이덕무. 

이미 최근 트렌드인 나 홀로 놀기의 달인이 아니던가.


독서와 가난, 웃음에도 등급과 품격이 있다니 역시 선비의 글답다.


인생을 이미 먼저 산 선배의 느낌이 드는 문장들.


유난히 춥고 사건사고가 많은 요즘, 잠들기 전 한 문장씩 아껴서 정독하거나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읽어도 좋은 문장들이 가득한 책이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귤차의 향기가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면, 선귤당농소가 더 읽고 싶어진다. 이유는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 그렇지만, 표지의 먹음직스러운 복숭아를 보면서, 아가씨의 하정우를 떠올리는 나는 틀렸다. 


잘 익은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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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이용한.한국고양이보호협회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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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의 이용한 작가와 

한국 고양이 보호 협회가 공동 집필한 캣맘과 애묘인을 위한 길고양이 가이드북. 

작년 르누아르 전시에서 보았던 고양이를 안은 여인이 갑자기 생각났다.


우리 동네 아파트 단지 근처에는 길냥이가 있다. 
고양이는 집사에게 선택받는 게 아니라, 집사를 간택한다는 말이 맞는다는 사실을 그 길냥이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시다가 늘 길냥이와 눈이 마주쳤다는 엄마.
그 이후로 볕을 쬐면서 발라당 포즈를 취하며 엄마를 쳐다보거나, 가만히 지날 때 쳐다보곤 한다고 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는 한 번이라도 보고 싶었는데, 잘 보지 못하다가 우리 집 앞쪽에 볕이 들어오는 날이면, 나무 그루터기 위에 식빵 자세로 모든 햇볕을 빨아들이겠다는 포즈로 앉아있었다.
엄마만 보면 빤히 쳐다보고 피하지 않는데, 내가 반가워서 앞서가는 순간 녀석은 잽싸게 도망간다. 
그 후에는 피하지는 않았는데, 눈을 안 마주친다. 
그런데 막상, 간택 받은 엄마는 고양이가 싫으시다고 한다.
하지만 말씀만 그러실 뿐, 언젠가 길냥이를 위한 사료를 조금 받았을 때 고양이에게 준 건 엄마였다.


고양이와 인간의 공존을 위한 중요한 법칙 TNR (포획 - 중성화 수술 - 방사)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 길냥이는 많이 보았다. 
하지만 어린 시절 고양이란 나에게 에드가 엘런 포의 검은 고양이처럼 불길한 존재, 9개의 목숨을 가졌고, 앙심을 품고 복수하는 존재로의 느낌이 강했기에 별 관심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 학교 주변에 명물 길냥이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몸보신에 좋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사라져서 슬펐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누군가가 고양이 초상화까지 그렸었다.
그 후로도 길냥이는 때론 너무 추운 날 인간의 손을 타는지, 집 앞에서 애절하게 울어대기도 했고.
한밤중에 갓난아기 우는소리를 내기도 했으며, 짝짓기 후 새끼 고양이들이 보이기도 했다.
정말 안타까웠던 건 손바닥 크기밖에 되지 않는 너무 작은 고양이가 영하 10도의 추위에 자동차 아래에 있다가 집까지 쫓아왔을 때였는데, 당최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모르는 그럴 때마다 가슴만 아플 뿐이었다.


고양이는 좋아하지만, 길고양이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책.


길냥이는 좋아하는데,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그들과 공존하기 위한 입문서인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그 존재에 대해서 잘 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책은 크게 길고양이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과 길고양이 그것이 궁금하다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표지 일러스트와 책 중간 파트 구분의 일러스트는 정하 작가의 작품, 

스티커와 책 내용 일러스트는 봉지 작가의 작품이다.


길냥이에게 당장 먹이를 주고 싶어도, 사료로 뭘 줘야 할지 몰라서 SNS와 길냥이 커뮤니티에서도 조언을 구하거나 자료를 뒤져보기도 했다. 너무 맛있는 사료를 주면, 일반적인 사료를 잘 안 먹을 것 같아서 걱정되기도 해서. 영양가가 좋으면서도 가격 적당하고 너무 질이 좋지 않은 사료를 알아보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한 번 주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줘야 할 텐데, 과연 내가 그걸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되었다. 결국 나는 길냥이를 위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고, 매해 그 고양이를 다시 보는 것만으로 안심하곤 했다. 
그런 고민을 할 때 이 책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책은 길냥이를 대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고 꼭 알아야만 하는 지식들에 대해서 꽤나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고양이의 신체의 비밀에 대해서도 꽤 자세하게 나와있다.


집사나 애묘인이라면 모두 알 고양이 용어 사전, 꼬리를 통한 고양이의 상태.


그루밍을 한다는 것은 건강한 상태, 매우 궁금했던 고양이 발라당의 의미.


또한 잘 몰라서 못했던 고양이에게 어떤 식으로 먹이를 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도 차근차근 잘 알려주고 있다. 먹이면 안 되는 음식들에 대해서도 잘 언급해놔서 너무나 유용했다.
(한때 고양이가 너무 배고파 하면서 고통스럽게 울어대서, 식빵을 줬는데 쳐다보지도 않아서 결국 물을 줬던 기억이 난다. 고양이가 식빵을 먹을 리가 ...)
특히 책에는 날고기나 날생선이나, 우유(고양이 전용 우유를 줘야 한다고 한다.), 건어물 종류는 절대 주면 안 된다고 쓰여있어서 살짝 충격받았다. 고양이가 우유를 먹는 장면도 많이 나왔었고, 생선도 먹는 장면이 많았는데, 만화에서 나오는 건 익힌 생선과 고양이 전용 우유였었구나 하고 뒤늦게 깨달았다.


길고양이에게 필요한 건 동정이 아닌 용기와 꾸준한 책임감, 올바른 지식이다.


그리고 책을 읽다가 본 것 중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 예쁘고 귀엽고 불쌍해 보인다고 새끼 고양이를 함부로 냥줍하지 말자는 점이다. 어미가 먹이를 사냥하러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일 수도 있는데, 외부인의 냄새가 묻으면 새끼를 찾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좋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강조하는 부분은 길냥이와 공존하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한다는 점이다. 고양이의 관점에서도, 함께 살아가는 이웃 입장도 고려하는 관점이 모두 설명되어 면이 사려 깊다.
언젠가, 사무실의 막내가 새끼 고양이를 멋모르고 데려와서 다시 있던 장소에 두고 오라고 했는데, 어미와 잘 재회했는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과거에 새끼 고양이가 너무나 애절하게 울었을 때, 그냥 두고 왔어야 하는 게 어찌 보면 최선이었다는 생각이 드니까 마음이 놓였다.
물론 책에서는 예외적인 상황일 경우도 설명해놓고 있다.


아기 고양이를 함부로 냥줍하지 말 것,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길냥이를 존중해달라는 점이다.


Q&A에서는 꽤 다양한 상황에 대해서 자세하면서도 딱 필요한 답변을 해놓았다.
전문가 칼럼으로 톡소플리스마와 AI 간염에 대해서 잘못 알려진 통념을 바로잡는 지식이 실려 있어서 매우 도움 된다.
또한 캣맘과 캣대디에 대해서 좋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는 이웃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대한 방법도 설명해 놓았다. 다시 강조하지만, 책의 시점이 물론 고양이의 입장에서도, 주변 이웃 함께 배려하는 시선으로 쓰여있어서 일방적이지 않다. 


불법 포획업자에 대한 대처 방법, 쥐약 살포, 

개미 쫓는 방법 등등 Q&A에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심쿵하는 고양이 사진들과 일러스트들도 너무 귀여운 책. 

또 계절에 따른 길고양이 돌봄 방법에 대해서도 잘 나와있다.


길고양이를 입양한다는 건 정말 많은 걸 생각해보고 해야 할 행동이다.

야생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길고양이는 그들 나름의 자유와 질서가 있고,
길 위에서의 삶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막연히 생각만 하고 실천할 생각을 하지도 못했었기에, 고양이에 대한 상식, 길고양이를 어떻게 존중해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알려주는 이 책이 너무 반가웠다. 또한 책의 수익금 일부는 길고양이 구조, 치료 지원에 쓰인다고 하니, 길고양이를 사랑하시는 분에겐 금상첨화다.
특히 요즘처럼 고양이 열품이 불 때, 그냥 좋아하기만 했지 정작 잘 알지는 못했던 길고양이에 대해서 한층 더 잘 알 수 있게 되어 좋았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싸구려 동정이나 애정보다는 끈기 있는 책임감과 용기 있는 실행력이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도움을 주려면 제대로 알고 줘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잘 지킨 책이기에, 길고양이 초보 입문자에게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고양이에 대한 명언들에서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써본다.

만약 주인 없는 길고양이와 
친구가 되는 법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언제나 운이 좋을 것이다.
- 미국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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