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로 하여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
편혜영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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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가지고 댕기기 좋은 표지와 달리 책의 내용은 꽤나 무겁고 어두운 주제였다.


정권이 바뀌기 전 생겼던 어처구니없던 상황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요즘의 분위기는 문제 있는 상황에 대해서 확실하게 말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이제 더 이상 문제 있다는 것에 대해서 침묵하지 않는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갑질 논란, 특혜 논란, 미투 문제 등등 여러 가지 문제가 터지고 있다.
그동안 침묵하고 외면하면서 키워온 문제들이 서서히 터지고 있기 때문에, 가끔씩은 파헤치면 누구라도 문제없는 사람이 없다면서 사회가 너무 예민해졌다고들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 문제가 고쳐지고 수정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현재 그 사회로 가는 과도기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편혜영의 장편소설 죽은 자로 하여금은 한때 조선업으로 호황이었던 이인시의 선도병원이라는 조직 속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읽다 보면 직장 생활을 한 번이라도 했다면 공감할만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직장 내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남는지,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을 하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건조하고 담담하게 기술해나가는데 이것은 한때 당했던 일이기도 하고, 같이 저지른 일이기도 하다.
그런 상황으로 몰리기 전까지의 상황에 대해서 기술하는데, 그 과정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건 인간이란 한계 상황에 몰리면 결국 본성을 드러내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최악의 상황으로.

소설을 읽다 보면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건, 하얀 거탑이 떠올랐다. 대학병원이라는 조직 속에서 재능 있던 의사가 점차 권력과 야망으로 점차 변해가는 과정을 그려냈다면, 소설은 조직 속에서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잠식되고 타락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병원이라는 조직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그린 하얀 거탑과 영국 bbc 드라마 바디스


선도병원에서 오래된 고참인 이석은 병원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다. 
조선업의 호황기에 병원이 한참 커가던 시절부터 일해왔지만, 이제는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간 죽은 도시인 이인시에는 빈 병상만 늘어간다. 새로 입사한 무주는 이석의 도움을 받아 쉽게 병원에 적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석의 비리를 알게 되고 그를 고발하기로 맘을 먹는다.


이인시의 현재 상황과 선도병원 속에서의 이석의 상황. 마치 모기업 중공업 사태를 보는 느낌이다.


무주가 이석의 비리를 고발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무엇일까.


장부상에서 이석의 비리를 보게 되었지만, 이석의 개인적인 상황과 자신에게 대해준 것들을 생각하면 선뜻 고발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그를 고발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언젠가 아버지가 될 자신이 아이에게 떳떳하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비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였을까.
소설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단순하지 않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소설을 읽으면서 자꾸만 과거에 직장 내에서 당했던 일들, 혹은 행했던 경험들이 떠올라서 괴로웠다. 


태어날 아이에게 떳떳하기 위해서 무주는 이석을 고발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가 택한 방법은 홈페이지에서의 폭로.


그리고 그 이후 이석은 병원을 그만두게 되고 그가 그만둠과 동시에 병원에는 영문모를 의료사고가 터진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그런 상황을 밝히기보다는 아무렇지도 않게 무마하려고 한다. 마치 모 병원에서 일어났던 사건처럼. 무주는 그런 상황들이 점차 견디기 힘들어졌고, 동료들 사이에서는 겉도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소설 속에서 병원에 일어난 의료사고는 감추고 정당화한다.


옳다고 생각해서 이번에는 침묵을 지키지 않고, 비리를 고발했지만 직장 내에서 고립되고, 어려움을 당하는 상황은 어디선가 많이 본 상황이다. 하지만, 무주 자신은 과연 옳은가. 
무주 또한 비리를 저지를 때 관행대로 그냥 태연히 저지르다가, 서울에 있던 병원에서 쫓겨난 상황이 아니던가. 자신이 특별히 무능해서가 아니고, 자신만 비리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다른 사람을 고발한다.


직장에서 다른 동료들에게 배척당하자 살아남기 위해 무주가 하는 말 조심해요.


그리고 이석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번엔 승진까지 해서.
하지만, 이석이 무주와 다시 마주쳤을 때의 예전의 그가 알던 이석이 아니었다. 
이미 병원이라는 불합리한 조직과 함께 싸워서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결국 타락 해버리는 쪽을 선택하는 사람들. 그들을 비난하기엔, 그런 과정을 한 번쯤 겪었던 상황을 생각하면 쉽지 않다.

병원은 말이야. 불리한 건 절대 들춰내지 않아.
또 원하면 뭐든 감출 수 있어.
물론 들출 수도 있지. 노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말이야.


직장 내에서 살아남는 방법으로 택하는 방법은 대다수 타락하는 쪽이지 않을까.


소설을 읽으면서, 자꾸만 떠오르는 건 개인적 경험이었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무주처럼 내면적 갈등을 많이 겪을 것 같다. 언젠가 속으로 욕했던 직장 상사의 모습을 나도 모르게 답습하고, 입사 초반과는 달리 점차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고 점차 침묵해가던 직장생활의 경험이 떠올라서 견딜 수가 없었달까.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의 이석과 이인시는 닮아있다. 

영혼 없이 빈 껍데기만 된 이석의 모습이 안타깝다.


이미 우리가 경험해왔던 우리 사회의 추한 단면들을 모아놓은 듯한 소설은 왠지 대학시절 처음 알게 된 우리나라 역사의 진실과도 닮아있다. 그때 겪었던 충격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한동안 혼란스러웠던 시기를 보냈던 때가 떠오른다.
진실을 마주한다는 건 정말 무거운 현실이다. 때로는 잠식할 거 같고, 견디지 못하고 그냥 타락을 선택하기도 한다. 누군가 시킨 것이고, 관행이라고 생각하면 자신이 당할 비난을 미룰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렇게 우리 사회의 문제는 자꾸만 커져왔고 곪아왔다. 
사람은 꼭 옳은 선택만을 하는 건 아니지만, 자신의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다시 선택할 기회를 갖는다. 
소설에서 무주는 그렇게 마음을 먹는 걸로 끝맺는다. 그렇게 희망을 이야기한다.


전임자가 그만둔 이유는 부당함에 대한 저항이었다. 

그리고 무주 또한 이번엔 자신이 해야 할 것을 뚜렷하게 깨달는다.


책의 두께는 얇았지만, 소설의 무게감으로 꽤나 읽기 힘들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책을 읽으면서 무언가 잘못되었단 걸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닐까.
사회를 반영하는 문학의 힘을 이 책에서 느꼈다. 
그렇게 우리 사회는 불편함과 문제점을 쉽게 이야기하고, 한 발 더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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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래빗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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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국내에서는 골든 슬럼버의 작가로 알려진 이사카 고타로의 장편소설


아마도 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제작된 골든 슬럼버의 작가인 이사카 고타로를 잘 알고 계실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으로 이사카 고타로를 첫 경험하게 되었고 의도하진 않았지만 독감으로 침대에 누워서 보게 되었다. 그런데 작가의 서문이 너무나 자신만만해서 읽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미스터리 소설 가이드북에 아이라 레빈의 데뷔작 죽음의 키스 소개하는 글처럼, 독자가 읽다가 깜짝 놀랄 만한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으로 쓴 소설이라니.
어지간히 자신의 작품에 자신이 있지 않으면 저런 소개 글도 쉽게 쓰지 못하겠지라는 심정으로 읽게 된 화이트 래빗.

누워서 읽다가 어느 부분에 다다르면 놀라서 몸을 벌떡 일으킨다.

본과 한국에서 영화로 제작된 골든슬럼버와 화이트 래빗 일본판 표지


작가가 좋아하는 3가지 영화를 참고했지만, 호스티지에 가장 비슷하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작가가 살고 있는 센다이를 배경으로 뭔가 평범치 않은 직업을 지닌 주인공 우사기타가 등장한다. 
바로 유괴 전문 벤처기업에서 인질 매입 담당으로 일하는 주인공이라니! 첫 등장부터가 뭔가 수상쩍다.
그런 일을 하지만, 귀여운 부인과 알콩달콩 하게 잘 살고 있던 그에게 갑자기 전달된 조직으로부터의 전화. "네 아내를 유괴했다."


사랑하는 아내와 오붓한 시간을 보낼까 싶었던 주인공에게 날벼락 같은 메시지.


아내의 유괴범이자, 보스인 이나바는 조직의 돈을 가로챈 컨설턴트 오리오를 데려오라고 협박한다. 아내를 찾기 위한 그의 노력은 또 다른 인질극, 훗날 흰토끼 사건으로 알려지는 인질 농성 사건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그 집을 털러 들어온 탐정 겸 빈집털이 구로사와도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것도 어설픈 연기를 하다가 그만 들키고 만다.


나름 양심이 있는 빈집털이의 메모도 놓고 가는 센스 있는 구로사와.


소설은 시간차를 두고, 등장인물들과 장소의 시점에서의 스토리가 진행된다.
그냥 넋 놓고 읽다 보면,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계속해서 그렇게 진행되다 보니, 엔딩은 도대체 어떻게 마무리될까 싶은 궁금증이 자꾸 생기게 되는 소설이었다. 작가가 서문에서 말한 대로 침대에서 몸을 확 일으킬 정도(기력이 떨어져서 그럴 수도 없다.)는 아니었지만, 이런 트릭이 가능하구나 싶은 감탄사는 절로 튀어나오는 소설이었다.


작품상에서 크게 교섭팀 쪽, 인질범 쪽으로 나뉘어서 진행되지만 그것도 결국 트릭 중 하나였다.


무겁다기엔 좀 가볍게 진행되는 소설은 때론 레 미제라블 속 대사와 함께 성선설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다수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다.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죄를 짓지 않은 자는 없지만, 죄를 인정하고 올바른 사람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이야기해 준다.
범죄에 휘말리게 된 원인은 의도적인 사람도 있지만 우연히, 혹은 재수 없이 말려든 경우도 있다. 누구나 그렇게 범죄에 휘말릴 수 있는 현실에 대해서 그리기도 했다.
또한, 죄를 저지르면서 사는 사람들도 일상생활이 있다. 우사기타나 구로사와 등등 모두 범죄를 저지르지만, 그들의 일상은 평범한 사람들과 같으며, 나름 범죄를 저지르지만 피해자의 불안을 최대한 줄여주는 방향으로 저지른다.
오히려 겉보기엔 선한 쪽에 속해야 하는 사람이 몰래 범죄를 저지르고 은폐하다가 범죄자와의 대화 후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자백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람의 선입견이 오히려 이 소설 속 트릭의 한 부분이 되기도 한다. 


가볍고 빠르게 전개되는 소설 속에서 작가의 메시지가 매우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문구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알쏭달쏭하군. 
인간의 역사는 늘 그래.
나쁜 짓을 하고도 자기만 안전지대에 있다니 악질이잖아. 
집단의 규칙을 태연하게 어기는 놈은 불쾌해.

독감의 열에 시달리면서 침대 위에서 꽤나 재미나게 읽은 소설, 화이트 래빗.
작가는 다이하드, 네고시에이터, 호스티지를 결합해서 호스티지같은 작품으로 썼다고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떠오른 작품들은 따로 있었다. 
장진 감독의 바르게 살자와 춤추는 대수사선의 번외 편 교섭인 마시타 마사요시가 떠올랐던 건, 무겁지 않으면서도 빠르게 전개되는 스토리와 그 속에 담겨있는 메시지 덕분일 것이다.
처음으로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을 읽다 보니 그의 다른 작품들도 매우 궁금해진다.


미스터리 작가이고 싶다는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에서 장진 감독과 춤추는 대수사선 번외 편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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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와 공작새
주드 데브루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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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친구들이 수업시간에도 읽었던 할리퀸 로맨스의 여왕 주드 데브루의 신작 파이와 공작새.


남녀공학을 다니다가 여고로 넘어갈 즈음, 주변 친구들이 수업시간, 보충수업, 자율학습 시간에 잠깐의 일탈로 많이 읽던 할리퀸 로맨스와 순정만화들. 당시 할리퀸 로맨스보다 오빠의 영향으로 존 그리샴이나 마이클 클라이튼, 시드니 셀던의 소설을 더 많이 읽어서 많이 접하지는 못했지만, 존재를 모르지는 않았다.
그냥 평범한 로맨스보다는 추리소설 같은 면이 가미된 스토리를 더 선호해서 고딕 로맨스 소설인 다락방 시리즈를 더 즐겨 읽었다. 
대학교에 가서야 칙릿 소설을 찾게 되었고, 뒤늦게 주드 데브루를 접한 건, 그녀의 작품인 계약 결혼을 만화로 각색한 신일숙 선생님의 <사랑의 아테네>를 보고 나서이다.
살짝 뻔하지만, 할리퀸 로맨스가 여자들이 꿈꾸는 로맨스를 완벽하게 그려낸 재미난 소설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사랑을 글로 배웠어요가 내심 부끄러웠기에, 그 재미를 로맨스 영화를 잔뜩 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주드 데브루의 대표적 인기작 계약 결혼을 순정만화로 각색한 신일숙 작가의 작품 사랑의 아테네.


수많은 로맨스 영화 중에서 노라 에프론의 로맨스 영화를 가장 좋아했지만, 할리우드가 가장 사랑하는 로맨스의 대가는 따로 있었다. 바로 19세기 작가인 제인 오스틴. 
그녀의 작품들은 한때 활기가 필요했던 할리우드에 고전의 재해석 붐을 일으키기도 했으며, 로맨스 소설과 영화의 기본 공식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두 남자가 한 여성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라던가, 차도남인 것 같지만 실은 남몰래 여주인공을 알게 모르게 배려해주고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던가.
겉보기에 괜찮아 보였던 남자가 실은 바람둥이에 나쁜 남자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는 것 등등.
많지 않은 제인 오스틴의 작품 중 가장 매력적인 작품은 오만과 편견이다.
거의 몇 년 단위로 새롭게 리메이크되거나, 각색한 작품들이 지금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고전에 충실하되, 각 시대에 맞게 각색되었던 오만과 편견 중 뛰어난 작품 3편. 

1940년, 1995년, 2005년작

각자 다른 매력, 차도남 미스터 다아시의 전형을 보여줬던 로렌스 올리비에, 콜린 퍼스, 매튜 맥퍼딘


이미 현대적으로 각색된 여러 작품들이 있기에, 주드 데브루의 신작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21세기 감성으로 재해석한 거면 느낌이 어떨까 매우 궁금했다. 
엄친아면서 어린 시절부터 알고 있었던 남자와 정말 매력적이지만 나쁜 남자 사이에서 고민하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 너무나 좋아하던 오만과 편견의 소설 속으로 직접 찾아가서 다아시와 사랑에 빠지는 허무맹랑한 내용의 제인 오스틴 다시 쓰기.
오만과 편견의 미스터 다아시를 너무 좋아해서 현실 속의 남자에게 만족을 못하던 주인공이 결국 오스틴랜드라는 19세기 코스튬 패키지여행을 하면서 자아와 사랑을 찾는다는 오스틴랜드.


현대적으로 각색된 작품들. 브리짓 존스 다이어리, 제인 오스틴 다시 쓰기, 오스틴랜드.


주드 데브루는 영리하게도, 오만과 편견의 연극을 한다는 스토리를 생각해낸다. 
21세기 현대 감성이지만, 연극처럼 3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등장인물로 캐스팅된 주인공들의 충돌을 그리고 있다. 현대의 미스터 다아시는 리전시 영화 스타로, 엘리자베스는 능력 있는 레스토랑의 요리사로 등장한다. 그녀의 소설답게 첫 시작부터 모든 여자들이 꿈꾸는 장면이 등장한다.
드라마에서도 많이 나오는 알몸 샤워 신을 소설의 시작부터 놓다니, 역시 할리퀸 로맨스의 귀재답다.


잠이 덜 깬 건 아닐 테고, 실제 상황에서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과연?!


집 주인이면서, 유명 스타인 줄 모르고 갑작스럽게 낯선 남자의 알몸 샤워 신을 목격하게 된 여주인공 케이시. 그녀에게 끌리지 않은 건 아니지만, 자신의 파파라치가 샤워 장면을 핸드폰으로 촬영한다고 오해한 영화배우 테이트 랜더스. 
둘은 첫 만남부터 좋지 않았다. 마치 엘리자베스와 미스터 다아시가 그러했듯이.


미안함에 그녀는 먹을 것을 챙겨서 테이트 랜더스의 집에 가보지만, 

이런 이야기나 몰래 듣게 되었을 뿐이다.


나중에 사태 파악이 된 케이시는 집주인인 테이트 랜더스의 집 앞으로 가보지만, 우연히 엿듣게 된 내용은 좋지 않은 내용뿐. 실은 케이시에게 나름 끌렸지만, 첫 만남에서의 오해는 훗날 두 남녀 사이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되는 계기가 될 뿐이다.


두 번째 만남에서는 오해의 골이 더 깊어지게 되었다.


후에 사과를 하고 싶어 갔던 케이시의 숙소에서 우연히 그녀가 만든 파이를 만든 몰래 먹게 된 테이트는 애완 공작새의 공격을 받게 되고, 집은 난장판이 된다. 때마침 오만과 편견 오디션 진행 중인 일행에게 파이를 가져다주려던 케이시와 마주친 테이트는 당황한다. 
첫 만남에서 미안해하던 감정은 사라지고, 인기 배우이건 말건 몰래 자신의 파이를 먹어치우는 파렴치한 테이트를 보고 케이시는 폭발한다.


원래 사과하려 했지만, 테이트의 뻔뻔스러움에 그만 폭발하는 케이시. 

이 소설의 묘미는 케이시와 테이트의 말싸움이다.


일하던 레스토랑에서 해고를 당하고,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받은 케이시와 다음 오디션까지 잠시 쉬고 있는 스타 테이트 랜더스. 작은 마을 섬머힐에서 열리는 오만과 편견 연극의 주인공인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역을 제안받게 된다. 테이트의 여동생과 조카를 따라서 온 매제 데블린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연극 공연이 가까워지면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갈등은 점차 심해진다.

미스터 다아시가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했다가 매정하게 차이는 장면 또한 재현되었다.


500페이지의 짧지 않은 소설은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흥미진진해진다. 
19세기 소설에서 부당하다고 생각되었던 스토리는 21세기에 새롭게 구성되어서 선보인다. 
특히 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을 주드 데브루가 재해석하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또한 원작 소설에서보다 많이 부각된 리디아와 배넷 부인의 역할은 작가 자신의 모습을 대변하듯 자연스럽고 삶의 지혜와 연륜이 느껴진다. 젊은 세대에게 꼰대스러운 잔소리나 충고를 하기보다는 스스로 깨닫고 선택하도록 옆에서 가만히 지켜봐 주는 역할을 하는 모습은 멋지다.

이 소설에서도 몽고메리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주드 데브루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문 중 하나라는 몽고메리가 마치 오마주처럼 나오는 것도 나름 재미나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멋지게 재해석하면서도, 고전은 오마주한 주드 데브루의 신작 파이와 공작새, 일단 성공적. 파이를 대표하는 평범한 요리사 엘리자베스와 빳빳하고 오만하지만 아름다운 공작새를 상징하는 영화 스타 테이트.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사소한 오해로 최악이었지만, 갈등과 충돌을 겪으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보편적인 연애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해와 갈등 끝에 티격태격하는 두 남녀에 푹 빠져서 오래간만에 학창시절 감성으로 읽었던 할리퀸 로맨스 소설.
작가의 능숙한 스토리텔링에 당신도 모르게 결말을 향해 가고 있을 것이다.


실은 소설을 읽으면서, 순정만화가 원수연 선생님의 풀하우스가 떠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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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견주 2 - 사모예드 솜이와 함께하는 극한 인생!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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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툰의 인기 웹툰 극한견주 2권이 벌써 나왔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우리 집에도 댕댕이가 왔다. 
어떤 계기로 오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잡종견이었지만, 아직 어린 새끼였고 엄마와 떨어져서 낯선 곳으로 오게 된 게 매우 불안해했던 기억이 난다.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아직 어린 나이라 대소변을 가릴 줄 몰랐고, 바들바들 떨기만 하는 새끼에게 우리 가족들은 그다지 살갑게 굴지 못했던 것 같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강아지를 키운 경험이 있던 건 유일하게 엄마뿐이었는데, 당시 엄마는 바쁘셨다. 그래도 밥 챙기는 것부터, 이런저런 상황의 처리는 엄마가 맡게 되셨던 것 같다. 
나와 오빠는 그냥 안아주고 놀아주는 것 정도만 했던 기억이었는데, 그마저도 잘 안 해줬던 기억이다.
한마디로 우리 집 식구들은 반려견을 키울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아무리 순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새끼 강아지는 더더욱 키울 여건이 안 되었다.
아빠는 대소변 제대로 못 가리는 새끼를 좀 사납게 야단치기도 하셨는데, 항상 나한테 와서 숨었던 기억이 난다. 어디 갔나 싶으면 잘 때 항상 내 머리맡에서 조용히 자고 있던 귀여운 강아지는 우리 집에서 한달동안 많이 외로워하다가 결국 다시 어미가 있는 곳으로 다시 보냈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보면 참 순한 녀석이었는데, 어쩌다 우리 집에 와서 고생을. 아무튼 그 후 엄마와 잘 살았다고 하니 다행이다.

극한견주1권을 읽으면서 대형견을 키우는 것에 대한 로망 따윈 날린 지 오래지만, 2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했다. 이제는 3살이 되었다고 하는 솜이.
개는 3살이 되면 철이 들어서 키우기가 편해진다고 한다.

1권의 모습들만 봐도 아무리 사랑스럽지만 참아야 하는 상황이 더 많이 보였었기에 철들면 키우기 쉬워지는 걸까 싶지만.


하지만 1권을 읽었을 땐, 성견이 될수록 더 힘겨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권을 읽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의 갓 태어난 생명을 가르치고, 돌보기란 정말 쉽지 않구나. 
아이를 키울 때 미운 5살, 미운 7살, 그리고 정말 힘든 중 2병과 함께 오는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기.
넘쳐나는 호르몬과 체형의 변화로 말이 안 통하는 시기가 개에게도 있다고 하니, 그것은 마의 5개월.
얼굴 털의 경계선이 생기는 원숭이스러운 외모에 말도 안 듣고, 이빨까지 뽑히는 시기.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호르몬의 변화가 오는 건 짐승이나 인간이나 매한가지일쎄.


너무나 천사 같고 작았던 아기 솜이는 작고 귀여웠지만, 알다시피 썰매와 사냥을 하던 사모예드이기에 힘이 넘쳐난다. 그리고 미리 예견된 상황이지만, 아가들은 힘 조절이 되지 않는다. 
점차 폭풍 성장을 하는 사모예드의 말썽이란 상상을 초월한다. 
정원이 있는 주택에서 키워도,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기 일쑤.

솜사탕처럼 귀엽기만 했던 솜이는 미소천사에서 솜커로 변신,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아기에게 구강기가 있던 강아지들도 궁금한 건 뭐든 입으로 가져가는 시기가 있다. 
집안 가산이 모두 부서지고 난장판이 되자, 나름 입에 오래 물고 있을만한 간식이나 장난감을 구입하기도 한다. 읽다 보면 작가의 반려견 키우기 시행착오가 절절히 느껴진다.
간식이나 장난감을 만들어줘도 고장 내거나 금방 싫증 내서 직접 제작하기도 했고.
특히, 강아지들이 그렇게나 좋아한다는 우신으로 만든 수재 개껌 만들기 이야기가 최고로 재미났다.
우신이 뭔지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작품을 읽어보시라. 구하기도 힘들고, 제작하기도 어렵다는 수제표 우신 개껌 제작기를 읽으면서, 모두 뿜으실 것이다.

강아지의 구강기는 온 집을 초토화 시키는 막강함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우신으로 만든 개껌이라는데....


자전거 타고 가는 구두 신은 주인님 발이 신기해서 어떻게든 물어보려는 모습은 지옥의 삼두견을 연상케한다. 넘치는 기운을 빼게 해보려고, 식구가 모두 번갈아가면서 열심히 산책을 시켰지만, 결과는 오히려 참혹했다. 초사이언 무적견이 된 솜이의 파괴력은 정원수를 날릴 정도였으니, 이후는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지옥의 삼두견, 산책의 연속으로 초사이언 무적 파워견이 된 솜이.


읽다 보면 잠시도 웃음을 멈출 수 없는 성견이 되기 전의 개춘기 시절의 솜이 이야기. 남의 강아지 이야기라서 이렇게 맘 놓고 웃을 수 있지만, 내 강아지라면 웃음이 나오지 않을 듯하다.
역시 반려견 키우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정말 1초도 방심할 수 없는 솜이 말썽 이야기에 자꾸 웃프다.

산책시 잠시만 방심해서 시커멓게 변하는 솜이, 도둑고양이에게 냥 펀치 맞는 모습이란.


마지막으로 읽으면서 너무나 공감 갔던 두 컷만 더 공개해본다.
솜이의 배변 훈련을 하면서 든 견주의 마음속을 보면서 정말 웃펐다. 
인간의 삶은 힘겹구나. 
개상전 앞에서 꼼짝없이 하인이 되는 견주라니.
하지만, 오늘도 반려견의 미소와 애교에 자신도 모르게 충실한 하인이 되는 수많은 견주들.

솜이의 배변 훈련하면서 짠해지는 견주의 마음속, 개상전 솜이


세상 서러운 개생 5개월, 잠시도 웃음을 쉬기 힘든 솜이의 극한 개춘기 속으로 빠져보자.


1권의 미소 가득한 성견의 이미지와 달리, 세상 억울하고 서러운 꼬꼬마 시절의 솜이의 귀여움이 묻어나는 이번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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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보이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박현주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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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유명한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 판 오셀로인 뉴 보이


혼자 있기를 좋아했던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주변에서는 늘 외향적이길 강요당했다. 

아이들과 어울려서 고무줄놀이를 하는 것보다 책이 좋았고,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았기에 늘 처박혀 있었다. 특히 2차 성징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4학년을 지나면서부터 5학년 이후부터는 호르몬의 변화로 인한 성격과 외형의 변화로 많이 민감해졌었다. 초등학교 6학년쯤 돼서는 사춘기 초반을 겪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아웃사이더였다. 늘 사람들 곁에 있기보다는 한 발자국 뒤에서 있었다. 뭔가 주목받는 것도 싫고, 그냥 조용히 자기만의 세상에 있고 싶은 아이였다. 
그래서 늘 사람들 사이에서 고독했고, 이질감을 느꼈다.

사회 속에서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질감과 외로움을 느끼는 주제의 작품을 꾸준히 써왔던 트레이시 슈발리에. 섬세한 심리묘사와 역사적 사실과 함께 뛰어난 상상력에 감탄했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많은 화제를 모았다. 

스칼렛 요한슨과 콜린 퍼스 주연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얼마 전 재개봉되기도 했다.


누구나 한 번쯤 학창시절 왕따를 경험해 본 기억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특히 익숙하고 친숙한 환경에 있다가 새로운 환경으로 갈 때쯤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각 교육과정에서 새 학년 새 학기, 사회 나와서는 첫 직장의 순간은 꽤나 많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상상, 가슴 두근거림도 있지만, 그거보다 새로운 환경에 얼마나 빨리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항상 앞섰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새 작품인 뉴 보이는 워싱턴에서의 어린 시절 추억을 더듬어서 작성했다고 한다.
그리고 호가든 셰익스피어 시리즈 중 오셀로를 선택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1970년대 워싱턴 교외의 한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백인들이 가득한 학교에 전학 오게 된 흑인 소년 오세이는 바로 이런 새롭고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사람들 사이에서 이질감을 느끼며, 직업이 외교관이라 잦은 전학을 해온 소년은 이미 적응 방법과 요령을 알고 있지만, 새로운 곳에서의 첫 시작은 늘 힘겹기만 하다.
긴 시간도 아닌 전학 온 하루를 수업시간 전, 오전 휴식시간, 점심시간, 오후 휴식시간, 방과 후 5개로 나눠서 진행된다. 책을 읽다 보면 하루인데도, 참 길게 느껴진다. 진행되는 사건과 시간은 단순한데, 오고 가는 대화와 시대적 배경은 묵직하다.

왜 지금, 하필이면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아마도 작가의 어린 시절의 경험이 우선이기도 하겠지만, 요즘의 미국의 상황을 우려하기에 그 시대를 배경으로 쓴 것이라고 생각한다. 1970년대는 체제에 반대하는 운동으로 흑백차별 금지, 흑백 평등을 주장하고 공권력 남용에 무장 방어를 추구하는 블랙 팬서 운동이 활발했을 시기였다.
기회의 평등을 위해 백인들은 흑인들에게 역차별 받는다고 생각하며, 불안해하며 그들을 더욱 배척한다. 현재 미국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 어디에서도 소수자들에 대한 갈등과 차별, 혐오의 상황은 심화되고 있기에 선택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뉴 보이는 흑인이면서 성소수자인 주인공의 성장통 과정을 그린 문 라이트와 오셀로의 현대적 해석 영화인 O를 떠오르게 한다.


흑인이지만, 아버지가 외교관인 엘리트 그룹에 속하지만 백인들 사이에서 겉돌고, 차별 대우는 여전하다. 오세이의 전학 첫날 학교의 퀸카인 디는 첫눈에 그에게 매료당한다. 선생님의 부탁으로 오세이를 챙겨주게 된 사려 깊고 매력적인 디는 대화하면서 한층 더 오세이와 가까워진다.
그리고 오세이가 관심과 화제의 중심에 있게 되면서 기존에 백그라운드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이언은 계략을 꾸미게 되고 실행에 옮기게 된다.
인종을 뛰어넘은 우정과 애정은 작고 사소한 오해로 순식간에 변한다.


영화 O에서의 장면과 꽤나 유사한 듯한 설정이 있지만, 고등학생이 아닌 11살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인 뉴 보이.


소설을 읽다 보면, 많은 부분 공감이 가고 가슴이 아프다. 
단 한 번이라도 이런 상황이 돼보았던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미리 결정된 선입견과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래서 남들보다 배로 노력해도, 약간의 실수나 틈을 보이는 순간을 미리 예상했다는 반응은 얼마나 소름 끼치는지. 

더 불우한 학생들

얼마나 함축적인 말인가. 그 어떤 부분에서도 딸리지 않는 우수한 학생에게 단지 피부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의 한계를 결정하는 이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다.


흑인은 가난하고 열등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교사들과 아이들 사이에서 오세이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디의 관심을 받는 것만으로도 오세이는 다른 백인 아이들의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절대로 자신들의 서클 안쪽으로 들여보내지 않으려 하는 백인 아이들.
디의 가장 친한 친구인 미미는 디에게 노골적으로 자신이 느낀 불쾌감을 이야기한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리에 절대 끼워주지 않는 아이들


먼저 살던 뉴욕에서의 기억들과 자신과 피부색이 같은 사람들 속에서의 기억.
둘 중 어느 기억이 더 소중할까. 소년 오세이와 소녀 디의 힘겨운 오후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


원래 살던 동네에서도 오세이는 같은 취급을 받았다. 

같은 피부색의 사람들 속에서 자연스럽다는 걸 떠올리는 오세이.


아이들보다, 어른들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 
오해를 풀고 서로 문제를 해결하려던 아이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준 건 교사들이었다.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교사가 차별적인 생각을 하고 전달한다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다.
오세이의 상황을 공감하기보단, 역차별로 자신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펜스를 세우는 모습은 이미 어디선가 많이 본 상황이다. 조금이라도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간다면 역차별로 몰아가는 상황은 아직도 차별과 혐오에서 갈 길이 멀다는 걸 보여준다.


하루의 마지막은 이렇게 엉망이 되어간다.


오셀로보다 더 강렬하고, 아프게 다가왔던 소설 뉴 보이.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혐오와 차별에 대해서 이야기하기에, 꼭 읽어봐야 할 소설이다.
호가스 출판사라는 이름답게 파격적인 기획 셰익스피어 시리즈 중 다른 책들은 어떨지 더 궁금해진다. 잘 알고 있는 작가인 앤 타일러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마거릿 애트우드의 템페스트, 요 네스뵈의 맥베스, 길리언 플린의 햄릿이 특히 흥미진진해 보인다.


보라색 표지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때론 신비롭지만, 고독하고 외롭기도 하며, 화합과 치유를 뜻하기도 하는 보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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