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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죽었다 ㅣ 담쟁이 문고
박영희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30년전을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참 그리 녹녹치 않은 힘든 시기였을 것이다.
가난했던 시절 아버지가 가진 원망과 미움이 가득했고 결국 고향을 등지고 떠나기로 마음먹은
수형이...아마 못내 견디기 힘든 현실이 혈육의 연을 잊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게 밀어버리지 않
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서울로 상경해서 소년 수형이가 품고 있던 꿈을 펼치는 일은 생각만큼 쉽게 일으키기 어려웠던거
같다. 가방공장의 갑갑한 기계처럼 돌아가는 찌든 생활에서 벗어나 어두운 서울 새벽녘을 달려가
는 자유를 갈망하는 모습은 한층 더 세상의 높은 벽을 공감하는 장면이었다. 그래도 홀러 남겨진
서울의 거리위에서 그를 손잡아준 따뜻한 정구형과의 만남은 그에게 다시 새로운 용기를
가져다줄 소중한 기회 였을 것이다.
그렇게 접어든 신설동 신문보급소의 생활로 접어들면서 자신과 비슷한 처치의 달배들과
어울리면서 소년들의 끈끈한 우정과 믿음을 쌓아가면서 어렵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자신들의 목표를 열심히 키워나가는 모습이 왠지 당차보였고 그들의 성장을 한 단계씩
더 끌어올려주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느껴진다.
어느날 늘 새벽 배달을 하던 중 수형이는 골목에서 한 여학생이 양아치 집단 3명에게 둘러싸여
괴롭히면서 추행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아니면 다를까 매일 그가 배달하면서 만나게된
단발머리 여고생이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수형이는 공사판 각목을 하나쥐고
1:3 결투를 펼치게 된다. 자신의 불리한 상황을 알면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여학생을
구하려는 수형이의 용기는 어디서 나왔을까? 쓰러져 맞아가면서도 여학생의 안전을 생각하는
그의 당당한 용기는 참 누가봐도 멋졌을 것이다. 그의 고마운 따뜻한 마음은 분명 한 여고생의
마음을 움직였기에 풋풋한 청춘의 사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서로의 꿈을 격려하면서 소중한 존재로 거듭나는 이 둘의 모습은 지금을 살아가는 현재를
바라볼때면 참 부러운 광경처럼 순수한 사랑으로 비쳐진다.
그리고 또 한 명 이런 수형이가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사람이 한 명 있다.
매일 나오는 신문을 통해서 세상을 좀 더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생각을 가지게 해주고
그가 올바르게 나아가도록 격려해주는 착하고 정많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앞서 양아치들에게 맞았을 때 온 몸에 멍이들어 시름을 앓을때도 직접 사온 소고기를
얇게 멍에 붙여주었을 땐 그 말할 수 없는 고마운 눈물은 고스란히 복받치는 마음을
소중하게 치유해 주었을 것이다. 가족보다 어쩌면 더 소중한 정을 여기서 찾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또 새로운 사건 속에서 그들을 식구처럼 따뜻하게 돌봐주고 힘써주는 손소장이 본사의 억압과 횡포로 쫓겨나 버리게
되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새로운 소장이 왔을 때 그에 대한 분노와 설움을 토해내면서 달배들이 똘똘 뭉쳐 대처하는 모습
은 거대한 힘에 맞서서도 주눅들지 않고 결국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믿음을 져버리지 않은 거 같다. 물론 이 일로 하나를
얻는 대신 그 이상으로 자신들이 내놓을게 많아지는 어려움을 겪게되지만 이 또한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는 과정들을 보고있자
면 마음의 훈훈함이 더 가득히 전해진다.
이 와중에 대통령 박정희가 죽고마는 사건이 발생한다. 김재규의 총날에 대한 국민의 비난 화살은 김재규가 머무는 집으로
쏟아진다. 그의 선택의 옳았는지는 지금에서라도 그 누구도 쉽게 판단할 수 없을거 같다. 독재의 마지막을 끌어내리려 했던
결정이 곧 또 다른 비극의 연속으로 시작될 줄은 미쳐 알 수 없었으니 말이다.
이런 시기가 몰고온 신설동 신문보급소에도 변화의 조짐이 불어오고 만다. 영영 이곳에 머물 수 없느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시기가 달배들에게 다가오고 말았던거 같다. 그들이 그동안 속으로 참아왔던 울분과 분노들이
폭발하는 이 시점은 곧 이들이 작별해야할 시간이었던 것이다. 검정고시에 합격하고도 대학에 진학할 수 없는 그 심정을
그 누구도 풀어줄 수 없었고 지독한 가난의 꼬리표를 이 곳에서는 뗄 수 없다는 깨달음에서 나온 것이었기에...
인생의 간이정거장에서 그들이 갖고있던 자신의 삶에 대한 뿌리는 한층 더 깊게 성장하였고 그 다음의 발걸음을 내딛을 준비가
필요했을거다. 또 다른 어려움과 도전에 부딪칠 수 있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자신에게 펼쳐질 인생의 길은 다양하게
열려있을 것이기에...이런 상황속에서 수형이도 그 동안의 생활을 정리하는 결정을 하면서
그동안 만나온 지혜와 앞으로의 미래를 어떻게 펼쳐나갈지도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더 힘든 길에 서 있을 자신을 굳게 믿어주는 소중한 사람이 있어 그 손을 결코 놓치 않겠다는 다짐도 함께 말이다.
그리고 이들 달배들이 품어왔던 꿈들이 열심히 노력한 끝에 이루어지는 희망을 더 강하게 품어보게 된다.
여러 정치적 사건들이 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또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심고있는 뿌리깊은
나무는 이전의 아픔과 좌절을 이겨내고 계속 잘 뻗어나갈 것이라 믿는다. 아름다운 사랑을 만나는 것 또한 이들의 기쁨과
행복한 순간을 더 힘차게 밀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