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있는 곳, 파라다이스

안녕! 파라다이스 ㅣ 인생그림책 22
김경휴 지음, 배유정 그림 / 길벗어린이 / 2023년 6월

여기 옷을 입지 않은 오리너구리가 있다. 이 동물은 오리처럼 큰 부리를 가지고 있지만, 너구리의 몸을 가진 그 소속을 알 수 없는 동물이다. 오리너구리는 옷을 입고 싶었다.

오리너구리와 여우개구리, 토끼당나귀, 고래상어 등 단일동물이 아닌, 뭔가 결합된 동물이 옷을 입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이야기를 듣던 고래상어는 바다 건너에 이 친구들과 같은 동물들만 사는 파라다이스 섬이라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친구들은 비웃었지만, 오리너구리는 그곳에 가고 싶었다.

오리너구리와 고래상어는 여행을 떠났다. 드디어 도착한 파라다이스 섬. 그곳에는 정말로 오리너구리와 같은 개성 있는 동물들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멋진 옷을 차려입고 있었다. 오리너구리는 당장 옷 가게로 달려가 옷을 구입했고, 그 가게의 주인인 오리도마뱀에게 한눈에 반해 둘은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오리너구리에게 이 섬은 진짜로 파라다이스였을 것이다. 그토록 입고 싶었던 옷을 입을 수 있게 되었고, 가정을 이루게 되었으며 어쩌면 직업도 가지게 되었을 듯. 그런데 몇 해가 지나 아이를 가지게 되었는데, 태어난 아이는 오리너구리도, 오리도마뱀도 아닌 ‘오리’였다.

‘오리’를 키우며 파라다이스 섬에서 산다는 것이 오리너구리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개성이 가득한 섬에서 단일 개체가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다른 ‘개성’일테니 말이다.

결국 이 가족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오도리의상실을 열게 된다. 파라다이스 섬의 동물들도 언젠가 이곳에 와서 옷을 사가기를 꿈꾸며.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살아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완벽하게 같을 수야 없겠지만, 나 자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내가 설 자리가 없다면 그 인생은 괴로움 뿐일 것이다.

오리너구리라는 동물은 실제로 존재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포유류이지만, 알을 낳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오리너구리는 어느 개체에 포함을 시켜야할까?

글을 쓴 김경휴 작가는 바로 이 질문에서 이 스토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사진으로 보아도 호감이 가지 않는 외모의 오리너구리. 이 책의 표지에 나오는 특이한 동물들의 모습도 일반적인 그림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처럼 귀여운 느낌은 아니라 처음 보았을 때 이거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나와 다르기 때문에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내 눈에 비친 상대방의 모습이 바로 이 책의 표지처럼 괴상한 모습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배유정 작가의 그림이 이 책을 이해하고, 편견가득한 나 자신을 발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영어는 만날 때의 ‘안녕’과 헤어질 때의 ‘안녕’이 따로 있지만, 우리 말은 ‘안녕’이라는 단어 하나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파라다이스 그 곳에 처음 들어갈 때의 ‘안녕’은 셀렘 가득한 ‘안녕’이지만, 나올 때의 ‘안녕’은 실망 가득한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안녕’이다.

완벽한 파라다이스가 실제로 존재할까? 파라다이스는 장소적인 문제가 아닌, 마음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때때로 나만 외딴섬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 때 그토록 가고 싶은 파라다이스는 결국 다시 돌아오고 싶어지는 더 외로운 외딴섬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그리고 내 주변의 외딴섬들을 돌아볼 줄 아는 조금은 넓은 섬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북토크에서 두 작가님이 그저 소비하고 마는 그림책이 아닌, 자꾸 펼쳐보고 싶어지는, 생각을 끌어내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라고 화답해주고 싶다.

미디어교육 길잡이서

여기는 빠른섬 미디어를 배웁니다 ㅣ 천개의 지식 25
한화주 지음, 이수영 그림 / 천개의바람 / 2023년 4월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무리지어 살아가고, 서로가 서로를 도와가며 살아간다. 정확히 알아야 다툼이 없기에 소통하지 않는다면 전쟁만이 있을 것이다.

소통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소통할 때 이용하는 수단이나 물건을 통틀어 미디어라고 한다.

최초의 미디어는 말인데,
멀리있는 사람과는 어떻게 말할까?

불편함들은 또 다른 미디어를 만들어냈고,
그렇게 생겨난 것이 글, 신문이고,
더 나아가 매스미디어로 발전하게 되었다.

천개의지식 '섬'시리즈 신간 「여기는 빠른섬 미디어를 배웁니다」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빠른섬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부지런히 자신들의 일을 묵묵히 하며 지내던 빠른섬 사람들에게 생활의 변화가 일어났다. 그것으로 인해 편리함도 있었지만,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미디어의 발전상과 문제점들을 보여주고, 문제 해결은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구체제인 내용으로는 미디어가 무언인지 기본부터 시작하여, 요즘 성행하는 1인 미디어, 소셜미디어에 대한 이야기, 거기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인 가짜뉴스를 어떻게 걸러내야 하는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내용까지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딱딱하게 지식만 전하는 게 아닌, 이야기 형식으로 내용을 풀어가기 때문에 어린이들도 쉽게 읽어갈 수 있다.

이 시대는 뉴미디어를 벗어나서 살아갈 수 없다. 알파세대들은 태어날 때부터 너무나 손쉽게 스마트폰을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를 얻는 것도 글보다는 영상으로 얻는 시대에 이것을 잘 활용하고 잘 걸러내는 능력이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필터버블에 갇히고, 확증편향이 심해질 수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는 점이 이 책에서 주목할만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양육자와 자녀가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좋을 것 같다.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서도 지시하거나 압박하는 것으로 무조건 줄이려고 하기보다는, 함께 시간을 정하여 미디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얻는 길잡이로 이 책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책

딸기 특공대 힘을 내요! ㅣ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19
유명금 지음 / 한솔수북 / 2023년 6월

내가 참 좋아하는, 그래서 수업으로도 많이 활용하고 있는 「꼬마 거미 당당이」를 쓴 유명금 작가님의 새 책 「딸기 특공대 힘을 내요!」가 나왔다.

어른도, 아이도 참 좋아하는 딸기가 그 주인공이다.

세상의 모든 피조물들은 가장 좋은 모습으로 쓰여지기를 바란다. 여기 딸기밭에서 사람의 손에 똑 땋여진 딸기들도 빵빵손의 선택을 받아 최고의 딸기로 쓰여지기를 바라고 있다.

어느 날, 아직 설익어서 색이 하얀 작은 딸기가 친구 딸기들에게 용기내어 다가간다.
그런데 작고 하얗다는 이유로 친구들의 놀림을 받는다.
그 중 가장 선봉에서 작은 딸기를 놀려대던 튼튼딸기는 작은 딸기를 놀리며 도망가다 넘어져서 반쪽이가 되고 만다. 쉽게 말에 물러버린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작은 딸기는 보기 좋은 모습으로 빨갛게 익어갔고, 튼튼 딸기는 선택받지 못할만큼 볼품없는 모습이 되었다.

빵빵손의 선택을 받으면 맛있는 과자나 주스나 되는데, 버려지면 달팽이의 먹이기 된다는 것을 안 딸기들은 빵빵손에게 잡혀간 반쪽이를 구하기 위해 특공대를 결성한다.
달팽이 먹이가 될 거라며 기운이 쫙 빠진 반쪽이에게 용기를 주며 힘을 합치는 딸기 특공대의 패기와 우정이 사랑스럽게 보인다.

어떤 딸기가 가장 맛있는 딸기일까?
큰 딸기일까? 빨간 딸기일까?
요즘은 하얀 만년설 딸기도 상품으로 나오고 있으니 꼭 빨간 딸기만 맛있다는 말도 못할 것 같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다는 아니다.
그리고 친구를 생각하는 모습이 조금 부족해보이는 튼튼 딸기에게 사랑을 베풀어주니 모두에게 평화와 행복이 주어졌다.

이 책의 묘미는 그림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작가님이 팬시디자인을 했던 경력이 있어서인지, 캐릭터들의 표정이 다양하고, 귀엽게 표현되어 있다.
딸기들이 한 가득 그려져 있는데, 그 표정들이 각각 달라서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사랑스럽고 따뜻한 내용에, 활기 넘치는 딸기들의 표정에 독자도 함께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딸기 포장 상자 만들기 키트도 들어 있어서 책을 읽고나서 활동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지도 지식 그림책

한눈에 펼쳐보는 우리나라 지도 그림책 ㅣ 한눈에 펼쳐보는 그림책
민병준 지음, 구연산 그림, 최선웅 지도 / 진선아이 / 2023년 5월

진선출판사의 어린이 도서 브랜드인 진선아이에서 출판한 「한눈에 펼쳐보는 우리나라 지도 그림책」은 앞서 2003년에 출간되어 19쇄까지 재판되었다가 이번에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책이다. 지도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의 장점인 지역의 역사와 축제 정보 등이 변화했을 것이기에 개정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여행을 넘어 해외 여행도 많아진 요즘,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을 넘어 다른 곳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1개의 특별시, 9개의 도, 6개의 광역시, 1개의 특별자치시와 북한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지역들의 중요한 정보들만 알기 쉽게 담아놓은 책이 바로 「한눈에 펼쳐보는 우리나라 지도 그림책」이다.


1. 책의 크기가 스케치북 정도여서 편안하게 내용을 볼 수 있다는 점.

2. 학창시절에 사회과부도를 통해 보았던 지도의 딱딱한 느낌이 아닌 친숙한 일러스트로 지역의 특성을 알려주어 어린이들이 관심을 갖게 구성되었다는 점,

3. 각 지역의 문화 유산과 축제 정보를 간단하게 제공해주어 여행정보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

4. 하단에 똑똑해지는 한국지리 퀴즈를 넣어서 지식을 습득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점.

5. 분단되어 있지만, 한 가족인 북한에 대한 정보도 담아주었다는 점.

6. 두 페이지에 걸쳐 지도를 담아서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

이와 같이 이 책의 장점을 꼽아보았다.

책장에 꽂아놓으면 지역이 궁금할 때마다, 꺼내 볼 수 있는 알찬 지식 그림책, 「한눈에 펼쳐보는 우리나라 지도 그림책」.

이 책을 펼쳐놓고, 아이들과 함께 올 여름 여행지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실수해도 괜찮아

소원빵집 위시위시 베이커리 3 - 야옹야옹! 실수하지마카롱 ㅣ 소원빵집 위시위시 베이커리 3
안영은 지음, 쏘울크리에이티브 그림 / 한솔수북 / 2023년 5월

소원을 들어주는 빵을 만들어 파는 위시위시 베이커리에 알바생이 들어왔다.

새하얗고 귀는 슈크림빵 같은 꼬냥이가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이 알바생의 실수가 엄청나다. 최선을 다해 일하지만 최선을 다해 실수했다.

결국 꼬냥이가 만든 소원빵은 잘못 만들어져서 유삐와 친구들이 손님들을 찾아다니며 사과해야만 했다.

자꾸만 폐를 끼쳐 그만둔다 한 꼬냥이는 다시 돌아와서 주문을 한다. 실수하지 않을 수 있는 빵을 말이다.

유삐와 친구들은 엘 할머니께 실수하지마카롱 레시피를 받아서 만들어보지만, 너무 신나게 만들다보니 계량을 잘못해서 뒤죽박죽마카롱이 되고 말았다.

실수로 만들어진 마카롱이 손님에게 잘못 전달되었는데, 생각지 못한 즐거운 반응이 나타나고,

마지막에는 엘 할머니의 조언으로 꼬냥이의 실수 이유를 찾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자주 하는 사람도 있고, 실수하는 걸 용납하지 못하는 완벽주의자도 있다.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말한다.
단 한번의 실수가 오히려 행운을 가져올 수도 있으니 너무 괴로워하지 말 것과,
실수를 많이 한다면 그럴만한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는 지혜를 배우라고.

그나저나 꼬냥이는 어떤 발명품을 가지고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날까?

P.s. 이 책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에니메이션을 보는 것처럼 이야기 중간중간 노래를 들을 수 있는 QR코드가 삽입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