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하나의 꽃병, 나태주의 세계 동시 따라 쓰기 따라 쓰기
나태주 엮음, 윤문영 그림 / 한솔수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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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시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이 자신의 시를 엮어 발간한 필사 시집에 이어, 두번째 책으로 세계 동시를 엮은 필사 시집이 나왔다.

시인이 서문에서도 말했듯이 시를 소리 내어 읽으면서 베끼는 일은 한꺼번에 시를 세 번 읽는 효과를 준다.

참 좋은 시들이 많지만,
어린 시절에는 독서습관 자체가 그림책이나 동화책 읽기로 편향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좋은 시들을 골라 엮은 시집은 시를 좀 더 가깝고도 편하게 감상할 수 있게 도와준다.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시인은 어떤 시를 좋아하고, 또 어떤 시인에게 영향을 받았을까?
우리는 이 책에서 그런 궁금증도 해소할 수 있다.

세계 동시는 그 양이 방대해서 선별 자체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 시집을 읽는 어린이는 80년 가까이 살아오신 어른의 혜안을 빌려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며, 정서적으로 행복한 시간을 누릴 수 있다.

그림을 그린 윤문영 작가는 미술대전, 영상문화제 등에서 큰 상을 수상한 실력자로, 지금은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며 여러 작품을 출간하였다.

서문에 적은 '시에 그림을 그리며 겨울 아침 살에 닿는 눈송이처럼 가볍고 감각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는 문구가 굉장히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아름다운 시들과 그림을 감상하며, 옆 페이지에 시를 베껴 쓰다 보면,
영상을 보며 자극받은 흥분된 마음들이 정돈되고, 편안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꼭 아이만 쓰는 것이 아닌,
가족들이 함께 쓰며 암송도 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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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슬픈 거예요?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20
임수정 지음, 김혜원 그림 / 한솔수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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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사이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감정 그림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 기성세대는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한 채 살았고, 그것이 독이 되어 성인이 되어 문제로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 기분을 잘 표현했으면 하는 마음, 표현하지 못하고 담아둔 마음 때문에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지금 부모 세대의 마음일 것이다.

임수정 작가가 글을 쓰고, 김혜원 작가가 그림을 그린 「그리움은 슬픈 거예요?」는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손자의 마음이 편지 형식으로 표현되었다. 그림책에 자주 표현되지 않았던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책이다.

내용을 보면, 외국에 사시는 할머니가 자녀의 집에 다니러 와서 얼마간을 지냈던 것 같다. 할머니와 손자는 집안에서, 동네 공원에서, 놀이터에서 많은 추억을 만들었던 모양이다. 아이는 할머니와 보았던 작은 것 하나하나에 보고싶은 마음을 담는다. 할머니가 보고 싶을 때마다 들었던 마음의 움직임, 그것이 무엇인지 느껴보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보고싶은 마음 = 그리움>이라는 엄마의 설명 뒤에, 아이 스스로 <보고싶은 마음 = 슬픔>이 아닐까 생각해보는 가운데 마음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얼마 전, 5살 둘째 아이가 난데없이 “엄마, 우리 죽자.” 그러기에 깜짝 놀라 무슨 그런 말을 하느냐며 핀잔을 준 적이 있다. 이유를 들어보니, 할머니의 엄마가 하늘나라에 있으니 만나러 같이 가보자는 거다. 할머니도 엄마 보고 싶을 테니까.

나의 외할머니는 엄마가 6학년 때 돌아가셨다. 친할머니는 살아계시지만, 무섭기만 했던 모습에 친밀함을 쌓지 못했다. 그래서 할머니에 대한 좋은 추억이 없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홀로 외로웠던 우리 엄마는 손주들에게 항상 열심을 내신다. 이 책의 할머니처럼 우리 주변에 있는 작은 것들과도 잘 놀아주시며 거기에 예쁘고 고운 말들을 담아 아이들과 추억을 쌓아가신다.

글이 짧은 우리 엄마가 여기 할머니처럼 글을 남기거나 편지를 주고 받거나 하지는 못하지만, 아이들의 말에서 행동에서 감동포인트를 찾아 나에게 전해주실 때면 참 고맙고, 나중에 나중에 이 세상에서 엄마를 못 보게 되는 날이 오게 된다면 참 많이 그리울 거란 생각이 들곤 한다.

그리움은 잔잔한 것도 있고 사무치는 것도 있다. 잔잔한 그리움은 다시 볼 그 날을 기대하며 미소 짓게 하지만, 사무치는 그리움은 모든 것에서 손 놓고 슬픔에 빠지게 한다. 이것은 우리 삶의 원동력이기도 하고 때로는 멈춰 있는 것 같지만 잘 이겨내면 오히려 단단하게 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뒷면지에 할머니가 있다. 이 할머니는 미소를 머금고 답장을 쓰고 있다. 할머니 집 벽면에 가득 붙어 있는 손자의 사진들이 할머니의 묵묵한 그리움을 보여준다.

아이여도, 어른이어도 각자의 마음 크기로 그리움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책, 「그리움은 슬픈 거예요?」. 모든 세대에게 따뜻한 추억을 떠올려 미소짓게 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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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너머 집 비룡소의 그림동화 320
소피 블랙올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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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데콧상 2회 수상에 빛나는 소피 블랙올의 신간, 「언덕 너머 집」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책 표지와 커버의 일러스트가 달라서 표지에서부터 책에 빠져들 재미를 선사한다.

책 뒷면지에 상세히 적어놓은 작가의 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실제로 작가가 구입한 오래된 농장의 이야기로 만든 책이다.

언덕 너머 시냇물이 굽이굽이 흐르는 곳 끝자락에 우뚝 서 있는 집.
그 집에는 부부와 12명의 아이가 살고 있었다.

19세기의 이야기이기에 아이들은 부모님과 함께 집안일을 하고, 농사를 짓기도 했으며, 동생들을 함께 돌보았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자라고 배우고 꿈을 꾸었다.
막내가 나이 들어 그 집을 떠나게 될 때까지.

언덕 너머 집은 이제 사람이 살지 않기에 낡아서 바닥이 가라앉았고, 동물들이 들어와 겨울잠을 자기도 했다.

그렇게 허름하고 어지럽혀진 언덕 너머에 있던 집.

작가는 그 집에 있는 벽지와 진흙더미에 묻혀있던, 어머니가 손수 지어 입혔을 원피스 등을 가져와서 꼴라주 작품으로 이 책을 만들었다.

그냥 상상만으로 그린 것이 아닌,
실제 있었던 것들을 재료로 사용했기에
이야기들도 상상이 아닌 19세기 어느 농가의 실제 이야기로 다가왔다.

소피 블랙올의 이야기는 굉장히 가정적이다. 평범하다는 것이 아니라, 평이하지 않은 특별한 가정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12명의 아이들이 지지고 볶는 것을 보여주는 「언덕 너머 집」처럼 「안녕, 나의 등대」 에서도 등대지기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사람의 가정을 보여준다. 평화로움과 호기심, 흥미로움이 공존하는 작품들이다.

이 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아이들과 함께 즐길만한 요소들을 한번 찾아 보았다.

🥔 아이들이 감자나 야채들을 잘라 거기에 그림을 그려서 벽지에 찍고 놀았던 것들을 활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

🦝 가족들이 다 떠나고 허름해진 집 안에서 어떤 동물들이 숨어 있는지 그림들을 찾아볼 수도 있다.

🏡 또, 우리 가족의 지난 날들을 함께 떠올려보며 추억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책을 덮고나니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작은 장난감 조각들이 유난히 특별하게 다가온다. 거기에는 행복한, 따뜻한, 때로는 아픈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행복하고 감동적인 '나만의 언덕 너머 집'의 서사를 남기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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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책이잖아! 올리 그림책 32
로렌츠 파울리 지음, 미리엄 체델리우스 그림, 이명아 옮김 / 올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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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기계에 익숙하고, 스마트폰과 한 몸이 되어 자라가는 알파세대들은 때가 되면 뒤집거나 걸음마를 하듯이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클릭하면 바로 답이 보여지는 것이 익숙한 아이들이니, 직접 답을 찾아야 하거나, 기다려서 답을 얻어야 하는 것들은 오히려 훈련이 필요한 영역이 되어버렸다.

「맙소사, 책이잖아!」 는 글을 모르지만 책을 좋아하는 조카와 스마트폰이 익숙하다 못해 책을 낯설어하는 이모의 책에 대한 흥미로운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글 작가 로렌츠 파울리는 스위스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로 유명한데, 유치원교사로, 동화구연과 어린이 공연을 하는 활동가로도 그 지역에서는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림작가인 미리엄 체델리우스와의 첫 번째 책, <저를 돌봐 주면 되죠!>로 2015년에 화이트레이븐상을 받기도 하였다.

어린이 책을 사랑하고, 어린이를 존중해 마지않는, 책에서 배운 것을 삶에 일치시키려 노력하는 이명아번역가님이 글을 옮겼다는 것도 주목할만한 점이다.

표지부터 살펴보면, 작은 쥐가 자기 몸집보다 커다란 책을 머리가 세 개 달린 용에게 던진다. 그 때, 책이 주둥이에 딱 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용이 이렇게 말한다.

“맙소사! 책이잖아!”

이것은 마치, 쥐 따위가 나를 공격해? 근데 그 무기가 책이라고? 이런 속뜻이 담겨있는 말로 다가온다.

시작부터 맹랑한 쥐의 등장은 도대체 어떤 내용이 나오려는 거지? 하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런데 책 속에 더 반전이 있으니, 스마트폰에 익숙한 사람이 조카가 아닌, 이모라는 사실! 물론 나도 스마트폰을 좋아하고, 이제는 없으면 생활이 마비될 만큼 스마트폰에 과의존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책을 들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조금은 바보 같은 이모의 모습은 웃기기도 하고, 생전 처음 보는 설정이라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아이는 이모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책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앞에서 뒤로 넘어가며 읽는 거라고.
책에서는 모든 게 가능하고, 책에서는 안 되는 게 없다고.

그렇다. 책에서는 생쥐가 괴물을 이기는 게 가능하다.
그리고 글을 읽지 못해도 그림을 보며 내용을 이해할 수 있고,
내 마음대로 상상하고 해석할 수도 있다.

괴물에게서 살아남아 집에 돌아온 생쥐는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라는 말을 한다.

책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책에 나오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이게 맞을까? 진짜일까? 바뀔 수는 없는 걸까? 많은 질문과 다양한 해석을 가지고 내용에 접근한다.

틀어놓으면 넋놓고 끝까지 보게 되는 영상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책을 보는 묘미.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 쯤에서 드는 의문 하나는, 책을 꼭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앞에서 뒤로 읽어야하는 걸까?

이 책을 초등학교 2학년 아이와 함께 읽으며 계속해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엄마, 정말로 책에서는 안 되는 게 없어?”
“책은 확대할 수 없는데!”
“여기에서 보면 이쪽이 오른쪽이지만, 뒤돌아서 보면 이쪽이 오른쪽이야.”

책에 담긴 내용 한줄 한줄 놓치지 않고 다 반응하는 모습에,
아이들은 역시 평이한 내용보다는 ‘반전이 있는’ ‘현실에는 없지만 책에서는 가능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나 자신에게도, 어떤 책이 좋은 책일까? 에 대한 질문을 남겨준 고마운 책이다.

스마트폰이 손에 들려 있는 모습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책을 손에 들고 있는 게 훨씬 어색한 시대이지만, 반전이 많이 일어나길 꿈꿔본다.

맙소사! 지하철 문이 열렸는데, 다들 책을 읽고 있었어!
이런 반전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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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 쿠로베
후쿠다 이와오 지음, 권세나 옮김 / 베틀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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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구 천만이 넘는 시대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유난히 반려견이 많아서 사거리로 나가는 4차선 도로 양쪽에 반려견 관련 상점이 즐비하다. 그만큼 이제 반려견, 반려묘는 우리의 생활에서 떼어놓기 어려운 가족과 같은 존재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쿠로베는 주인공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살고 있었던 노령견이다. 표지 가득 시커먼 몸과 귀여움과는 거리가 먼 얼굴의 형태가 나같이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에게는 조금은 거부감을 주기도 한다.

걸음이 느려진 쿠로베.
다리를 들고 오줌을 싸는데, 다리를 들어도 오줌이 안 나올 때도 있는 쿠로베.
덩치는 커다랗지만, 겁은 많은 쿠로베.

아이가 어렸을 때의 쿠로베는 에너지가 넘치는 강아지였을 것이다. 위협적인 얼굴로 자신이나 주인을 공격하는 사람에게는 으르렁거리기도 하고, 큰 소리로 짖기도 하는, 그래서 “가만히 있어. 쿠로베.”라고 말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 쿠로베가 이제는 힘이 없어서,
느릿느릿 일어나고,
천천히 걷는다.

요즘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장수풍뎅이를 키운다.
산에서 보았다면 징그러워서 도망쳤을 내가,
애벌레 때부터 보아서 그런지 귀엽게 느껴지고, 금방 죽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작은 생물체도 정이 드는데,
자기 나이만큼 같이 살아온 강아지가 죽어간다고 생각하면 많이 슬프고, 그 날이 실제로 올까봐 두려울 것 같다.

이 책의 작가인 후쿠다 이와오는 아이들의 속마음을 작품에 잘 녹여낸다. 이 작품 역시 쿠로베와 아이에게만 핀이 맞춰져 있어, 아이의 마음도 쿠로베의 마음도 짐작해볼 수 있게 했다는 점이 이 작가의 실력인 것 같다.

글을 옮긴 권세나 번역가도 하늘나라로 간 반려견들을 생각하며 작업했다고 하니, 반려견 특히 노견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따뜻한 마음을 전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쿠로베에게 나도 말해주고 싶다.

"힘 내! 쿠로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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