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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 쿠로베
후쿠다 이와오 지음, 권세나 옮김 / 베틀북 / 2023년 5월
평점 :
반려인구 천만이 넘는 시대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유난히 반려견이 많아서 사거리로 나가는 4차선 도로 양쪽에 반려견 관련 상점이 즐비하다. 그만큼 이제 반려견, 반려묘는 우리의 생활에서 떼어놓기 어려운 가족과 같은 존재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쿠로베는 주인공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살고 있었던 노령견이다. 표지 가득 시커먼 몸과 귀여움과는 거리가 먼 얼굴의 형태가 나같이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에게는 조금은 거부감을 주기도 한다.
걸음이 느려진 쿠로베.
다리를 들고 오줌을 싸는데, 다리를 들어도 오줌이 안 나올 때도 있는 쿠로베.
덩치는 커다랗지만, 겁은 많은 쿠로베.
아이가 어렸을 때의 쿠로베는 에너지가 넘치는 강아지였을 것이다. 위협적인 얼굴로 자신이나 주인을 공격하는 사람에게는 으르렁거리기도 하고, 큰 소리로 짖기도 하는, 그래서 “가만히 있어. 쿠로베.”라고 말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 쿠로베가 이제는 힘이 없어서,
느릿느릿 일어나고,
천천히 걷는다.
요즘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장수풍뎅이를 키운다.
산에서 보았다면 징그러워서 도망쳤을 내가,
애벌레 때부터 보아서 그런지 귀엽게 느껴지고, 금방 죽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작은 생물체도 정이 드는데,
자기 나이만큼 같이 살아온 강아지가 죽어간다고 생각하면 많이 슬프고, 그 날이 실제로 올까봐 두려울 것 같다.
이 책의 작가인 후쿠다 이와오는 아이들의 속마음을 작품에 잘 녹여낸다. 이 작품 역시 쿠로베와 아이에게만 핀이 맞춰져 있어, 아이의 마음도 쿠로베의 마음도 짐작해볼 수 있게 했다는 점이 이 작가의 실력인 것 같다.
글을 옮긴 권세나 번역가도 하늘나라로 간 반려견들을 생각하며 작업했다고 하니, 반려견 특히 노견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따뜻한 마음을 전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쿠로베에게 나도 말해주고 싶다.
"힘 내! 쿠로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