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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보는 길 - 정채봉 에세이
정채봉 지음 / 샘터사 / 199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학교때 교과서에서 읽었던 <마지막 잎새>가 연상되기도 하고, 죽음을 앞두고 제자와의 시간을 보낸 이야기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중첩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정채봉 선생님이 간암 선고를 받고 나서 현실 속에서 마음을 추스리면서 느낀 소회도 있고, 어린아이와 같은 투명한 다른 글들도 실려 있습니다. 선생님의 글은 참 맑은데 자꾸만 슬퍼집니다. 감정을 절제하려 애쓰시는 애처로운 몸짓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당신 나이 스물에 돌아가신' 어머니 얘기도 있지만 선생님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사무침 이런 마음들이 여러 곳에서 느껴집니다. 나는 선생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풀잎 끝에 매달린 이슬방울이 연상됩니다. 바람이 산들 불 때마다 흔들리는 풀잎의 너울 따라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이슬방울... 세상살이에서 어쩔 수 없이 통속화되어가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정채봉 선생님의 책을 읽다 보면 아주 조금이나마 마음청소가 되는 것 같아 위안을 삼곤 합니다.
책 속의 내용 중 한대목입니다.
--비가 개어서 산책을 나서니 이슬이 솔잎 새에서 조롱조롱 반긴다. 하도 오랜만에 보는 것이라서 반가워 '오' 하고 손뼉을 치니 웬걸, 이슬방울이 하나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이 방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