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부리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양장본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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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소설가 공지영 님은 소설을 왜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으로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간접 체험함으로써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것을 들었다. 이 책이야말로, 나 아닌 주위의 많은 어려운 사람들의 생활을 간접 체험하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동안 너무 어둡고 힘든 배경 설정에 읽기에도 힘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내용을 읽으면서 먼 곳의 남의 이야기, 있을 수 없는 너무 가혹한 이야기라고 느낄 만 한데, 더 비극인 것은 이것이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하여 쓰여졌다는 점일 것이다. 다들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들, 그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내일은 나은 세상을 일구고자 힘쓰는 영호를 대하면서 마음 속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이 책을 통해 이웃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몽적 동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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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가고 싶다
안도현 지음 / 푸른숲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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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집을 사서 읽어보면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예술성(?)을 너무 강조해서인지 쉽게 의미나 느낌이 와닿지 않고 난해함에 빠져 결국엔 '시는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하고 읽기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이다. 또다른 하나는 시적 예술성은 도외시한 채 감수성 예민한 세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너무 쉬운 말들을 풀어놓은 시들로 시적 감동을 쉽게 얻을 수 없는 경우이다.

나는 너무 어렵거나, 너무 가벼운 시들을 읽고 싶지 않다. 안도현 시인의 이 시집은 이런 나의 까다로운 시를 읽는 조건을 가장 잘 충족시켜 주는 시집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안도현 시인의 시는 결코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말들은 없다. 쉽고 잘 다듬어진 시어들로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그립다는 것은/가슴에 이미/상처가 깊어졌다는 뜻입니다/나날이 썩어간다는 뜻입니다//-[그립다는 것]
//가난하다는 것은/가난하지 않은 사람보다/오직 한 움큼만 덜 가졌다는 뜻이므로/늘 가슴 한쪽이 비어 있어/거기에/사랑을 채울 자리를 마련해 두었으므로//-[가난하다는 것 일부]

결코 어렵지 않은 시어들로, 결코 가볍지 않은 감동을 담고 있는 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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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보는 길 - 정채봉 에세이
정채봉 지음 / 샘터사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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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때 교과서에서 읽었던 <마지막 잎새>가 연상되기도 하고, 죽음을 앞두고 제자와의 시간을 보낸 이야기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중첩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정채봉 선생님이 간암 선고를 받고 나서 현실 속에서 마음을 추스리면서 느낀 소회도 있고, 어린아이와 같은 투명한 다른 글들도 실려 있습니다. 선생님의 글은 참 맑은데 자꾸만 슬퍼집니다. 감정을 절제하려 애쓰시는 애처로운 몸짓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당신 나이 스물에 돌아가신' 어머니 얘기도 있지만 선생님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사무침 이런 마음들이 여러 곳에서 느껴집니다. 나는 선생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풀잎 끝에 매달린 이슬방울이 연상됩니다. 바람이 산들 불 때마다 흔들리는 풀잎의 너울 따라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이슬방울... 세상살이에서 어쩔 수 없이 통속화되어가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정채봉 선생님의 책을 읽다 보면 아주 조금이나마 마음청소가 되는 것 같아 위안을 삼곤 합니다.

책 속의 내용 중 한대목입니다.

--비가 개어서 산책을 나서니 이슬이 솔잎 새에서 조롱조롱 반긴다. 하도 오랜만에 보는 것이라서 반가워 '오' 하고 손뼉을 치니 웬걸, 이슬방울이 하나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이 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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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정채봉 지음 / 현대문학북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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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인이 되신 정채봉 선생님의 시집입니다. 선생은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처럼 평온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경외심이 들게 하는 시들이 실려 있습니다. 시인은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었다고 하는데요, 시들을 읽어가다가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이라는 시를 읽으면서는 콧등이 시큰해졌습니다.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엄마가/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아니 아니 아니 아니/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단 5분/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원이 없겠다
~~~ 중 략 ~~~~
딱 한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엉엉 울겠다//

죽음을 앞두고 엄마를 그리원하는 시인의 절박하고 순수한 영혼이 느껴지는 시이다. 이 책과 함께 <눈을 감고 보는 길>도 같이 읽었는데 한동안 가슴이 아려오는 느낌으로 시인을 추모하는 마음이다. 하늘나라에서는 시인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시인의 [엄마]를 만나셨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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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 Free - 자기를 찾아 떠나는 젊음의 세계방랑기
다카하시 아유무 글, 사진, 차수연 옮김 / 동아시아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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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님의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고서도 느꼈던 점인데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마찬가지로 '참, 부럽다.'였다. 나는 과연 모든 굴레에서 벗어나 훌쩍 떠날 수 있는 마음, 여건, 이런 것들이 가능할까? 각각의 글은 마치 시를 읽고 난 뒤에 느껴지는 울림이다. 더욱이 흑백사진은 단순히 피사체를 찍은 것이라기보다는 저자의 마음을 피사체에 옮겨담아서 한데 묶어 찍어낸 것 같다.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짤막짤막하게 적어낸 글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부담은 덜어주고, 생각은 많이 하게 하는 책이다. 한편씩 읽고 나면 잠시 눈을 감고 저자가 이 글을 쓸 때 어떤 자리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상상하게 된다. 그 자리에 그런 모습으로 내가 서 있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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