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약 4년 전쯤이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내겐 커다란 충격이었다. 처음 도입부분에서는 저자가 수감되기 전까지의 평범한 과정이 실려 있는데 정작 나를 빠지게 한 건 저자가 수감되고 나서 부모님과 형수, 제수에게 보낸 편지글이었다. 아, 이를 어쩌나, 안타까움을 느끼다가도 어쩌면 그렇게 억울함이 사무칠 순간에도 저토록 마음의 평정심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내가 느끼는 시대적인 울분도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 대한 안타까움과 역사의 질곡에 대한 끓어오르는 분노로 글 읽기를 종종 중단하기도 했었다.
나중에는 저자의 글에 몰입되어 한 인간으로서 가지는 마음의 넓이, 깊이, 문학, 철학, 종교 등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 식견에 대한 경외감 등으로 범벅이 되었다. 20년 2개월이라는 기네스북 기록같은 수감생활, 그것도 시대의 희생양으로서 마음으로부터 감당할 수 없는 분노로 몸서리쳤을 것 같은데, 저자의 글은 내 마음과는 별도로 평온, 평상심 그대로 수행자의 모습을 잃지 않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뒤로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었는가를 두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소양과정을 겪었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의 하나로 인식하기까지 되었다. 나는 이 책은을이 시대의 고전이라 굳이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