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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초상 ㅣ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20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80년대 중반 군복무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2년 전쯤 다시 사서 읽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소장하고 싶어서 다시 샀는데, 그 이후로 이문열씨가 보인 엽기적인 보수적 행태에 환멸을 느껴 이문열씨의 모든 책을 모조리 반납해버리고 싶은 기분에 빠졌었다. 다만, 이 책만큼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서 나 스스로가 주인공 못지 않게 감상적인 기분에 빠져 한동안을 헤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책에 나오는 구절들을 마치 연극 대사 외우듯이 줄줄이 외우고 다녔었다.
'나는 망가진 놈입니다. 아침에도 망가지고 저녁에도 망가지고 제법 알뜰하게 망가진 놈입니다.'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 지금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잊을 것,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내 모든 것을 버릴 것'
이런 류의 구절들이 젊은 한때 나를 감상주의자로 몰아넣은 적이 있다. 그만큼 이 책의 위력은 대단했다.
덧붙여, 나는 이문열씨를 고인이 되신 서정주 시인과 더불어서 이 시대의 이해하기 힘든 문학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분은 높은 시적 경지에도 불구하고 보인 친일 행적, 이문열씨는 가장 많은 독자층을 갖고 있으면서도 극단적인 수구, 보수행보로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점이다. 이문열씨의 행보와 별개로 생각하고 책을 사보는 것이 좀 어떨지 스스로도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