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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빠라기
투이아비 지음, 유혜자 옮김 / 동서고금 / 2000년 1월
평점 :
품절
'빠빠라기'는 남태평양 사모아의 외딴 사람들이 문명세계, 특히 유럽사람들을 가리켜 부르는 말이다. 이 말은 '하늘을 찢고 내려온 사람'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사회가 지속될수록 문명세계와 대비되는 자연 그 자체를 파괴하지 않고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글과 책들이 많은 관심을 끄는 시대이고 보면 문명이 우리에게 주는 폐해가 만만치 않음을 자인하는 셈이라 하겠다.
우선 이 책 내용은 참 재미있다. 한참을 읽으면서 '맞아, 지금 원시적인 세상을 사는 사람의 눈으로 보는 문명인, 그래 맞아.' 하며 그때그때 수긍이 간다. 이 책의 핵심적인 말은 맨 처음 '빠빠라기는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 몸을 감추려고 안달이다.'고 한 대목에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빠빠라기들이 사는 집, 사는 모양새, 특히 전화하는 장면을 보고 '다른 섬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으면~ 덩굴풀처럼 길게 뻗어있는 구리줄에 대고 하고 싶은 말을 불어넣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이 돈이라고 부르는 둥근 쇠붙이와 묵직한 종이가 흰둥이들이 믿는 진정한 신'이라고 한 대목은 우리 모두가 깊이 새겨보아야 할 대목이 아닌가. 마치 우리 나라의 요즘 현실을 보고 적은 듯한 대목도 있다. '신문이 우리에게 끼치는 나쁜 영향이 있다. ~ 신문은 우리에게 똑같이 생각하게 만든다. 내 머리와 생각을 지워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머리와 생각을 갖게 하고, 그것으로 성공을 거뒀다.' 지금 우리 나라 언론이 끼치고 있는 폐해를 보고 있기라도 하는 것 같다.
이 책은 굳이 유럽인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과도 같은 내용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