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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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 때 이후로, 나는 누군가에게 업혀본 적이 없다. 타인에게 기대본 경험 역시 없다. 욱체적으로도, 심정적으로도, 기댄다는 행위 자체에 대한 거부감마저 있었다. 기댄다 하여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기대는 일이 지식이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도 아닌데. 그냥 이렇게 머리를 기울여 맞대면 되는 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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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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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구가 닫힌 후, 나는 아주 단순한 진실을 깨달았다. 죽은 다음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진실. 무슨 짓을 하든, 얼마나 후회를 하든, 해병대 노인의 부름을 듣던 순간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뭔가를 하려면 그때 했어야 했다. 뭔가를 할 수 있었던 그때 그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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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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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자네가 간직할 이름이라면 어떤가."
상상을 해봤다. 오늘 밤을 떠올릴 미래의 어떤 순간을. 그때 나만 아는 이름이 있다면 어떨까. ‘아이’라는 보통명사로 기억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나는 다시 옆 차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름을 붙인다는 건 감정적 대상이 된다는 의미였다. 어떤식으로든 내 삶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예고와도 같았다. 원치 않는 일이었다. 킨샤사의 아이만으로도 내 삶은 이미 ㅜㅜㅇ분하게 요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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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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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곳을 나서며 무엇을 꿈꾸었던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니, 나는 아무것도 꿈꾸지 않았다. 꿈을 꾸기엔 미래에 대한 욕망이 너무 약했고, 꿈 없이 살 만큼 삶에 대한 욕망이 강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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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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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이지만, 나는 아저씨와 같은 코스를 밟아 이곳까지 내려왔을 것이다. 아저씨가 그랬듯, 나도 갈 곳을 찾지 못한 자가 필연적으로 도착하는 곳에 이른 것이었다. 내가 앉아 있는 곳은 골짜기 밑바닥이 아니라 삶의 밑바닥이었다. 흔히들 종착역이라 부르는 벼랑 끝이었다. 발을 떼버릴 것인지, 발길을 돌릴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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