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작이지만, 나는 아저씨와 같은 코스를 밟아 이곳까지 내려왔을 것이다. 아저씨가 그랬듯, 나도 갈 곳을 찾지 못한 자가 필연적으로 도착하는 곳에 이른 것이었다. 내가 앉아 있는 곳은 골짜기 밑바닥이 아니라 삶의 밑바닥이었다. 흔히들 종착역이라 부르는 벼랑 끝이었다. 발을 떼버릴 것인지, 발길을 돌릴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지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