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똑같은 사탕을 똑같이 입에 물고 나란히 호수를 바라보았다. 느릿느릿 단맛을 삼켰다. 막ㄷ만 남을 때까지 오래오래 물고 있었다. 그러면 시간도 느릿느릿 갈까 해서, 이 순간이 오래오래 지속될까 해서.
깜박 잊고 있었다. 35년 전 오늘, 내가 태어났다는 걸. 이 사소한 일을 축하해줄 사람이, 나를 ‘나의 친구 진이’라고 불러줄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도 미처 몰랐다.
지금껏 지니는 램프를 통해 침입자에게 호소해온 것이었다. 삶의 타당성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자신의 삶을 자신에게 돌려달라고.
참담하고 부끄러웠다. 지니의 입술 새로 희미한 울음소리가 새어나왔을 땐 온몸이 활활 타는 것 같았다. 불길이 너무 뜨거워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어머니가 내게 그랬듯, 나도 지니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울지마, 울어서는 살아남을 수 없어.
침묵은 때로 거울과 비슷하다. 원치 않는 진실이 명백하게 보인다는 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