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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게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평점 :
표지에서부터 풍기는 목가적인 느낌에 괜스레 가슴이 콩닥거려요. 아직 보지 않고 아껴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와 겹치는 부분이 있는거 같고요.
"안녕달 작가님 그림이네." 반기는 아이들이 있어 더 좋았어요. 이제 컸다고 안 보는거 같지만 나름 그림책 봤구나 싶으면서 뿌듯했달까요.

표지를 넘기고 앞면지를 넘기고 펼쳐지는 장면에서 멈춰서 어떤 장면같냐고 물으니
👦🏻 바닷가에 사금이 있네?
👧🏻 사금? 그게 뭐야? 이거 별 아니야?
👩🏻 엄만 바닷가에 불이 난 줄 알았는데? 저 까만거 연기 아냐?
👧🏻 이거 현무암이잖아. 제주도에 있는 까만 돌.
수업시간에 배웠던 걸 알고 있음을 뽐내고 싶었던 첫째와 감수성으로 다가가는 둘째의 대화가 슬그머니 웃음을 지어내요. (아, 맞아! 이래서 그림책 같이 읽는 거였지.)
콩나물시루 같기도 하고, 떡이 담겼을 것만 같은 저 물건 안엔 뭐가 들었을까요? 할머니가 보입니다. (다시 보니 저 분 꼭 <도깨비>의 삼신할머니 같네요. 소오~름.) 곁에는 노란 꽃들이 흐드러졌어요. 유채꽃인가 싶기도 하고, 병아리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숲속 가든>의 병아리 떼가 생각나기도 하는 장면이에요. 주인공은 저 할머니에게서 별을 받아 집으로 향해요. 엄마에게 보이니 별이 달만큼 커지게 키울 수 있대요. 그럼 별이 뭘 엄청 많이 먹고, 신경을 많이 써줘야 되냐? 그건 아니고 달빛을 보게 산책을 시켜주면 된대요. 그날부터 별이와 엄마, 아이의 산책은 시작되죠.
점점 커가는 별이, 엄마와 헷갈릴 정도로 자라는 아이, 이제는 나이가 드는 게 눈에 보이는 엄마. 와. 이렇게 세월을 녹여낸다고? 한편의 영화 속 필름처럼 샤라락 흘러가는 장면처럼 휘리릭 펼쳐지는 그림마다 멈춰 바라봅니다. 벌써 이렇게 컸어. 이렇게 쑥쑥.
뒷장으로 넘기고 싶지 않아집니다. 다 컸어. 더 클 수 없겠다 싶게. 어떡해! 쿵, 심장이 내려앉을 것 같아요. 다음 장면에서 갑자기 별이 어디론가 쓩 가버릴까봐. 별이는 다음은 어떨지 궁금하신가요? 밝게 빛나는 별이의 빛을 보고 창문으로 날아든 게 나비인지 나방인지 맞춰보실래요? 왜 별이 달만큼 커진다고 했는지 그림으로 확인하실래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펼쳐 보세요.
창비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서평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