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충전하는 사이에 - AI 시대, 모두 똑같은 로봇이 되지 않는 법 스콜라 창작 그림책 92
데이비드 비에드지키 지음, 이지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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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거 너무 뻔하지만 그래도 나 어릴 땐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신할 거라는 이야기가 허무맹랑하게 다가오던 시절이 있었더랬습니다. 지금은 로봇의 발달로 직업이 없어지고, 사람의 설 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했음에도 전 사람이 가장 우위에 있다는 생각에 빠져있나 내 자리를 걱정해야 하나 깊은 고민에 잠시 빠져보고요.


슬쩍 보면 표지의 로봇이 ET와 같은 포즈인가 하고 넘어가는데 잠시만요. 넘어가지 말고 다시 바라봐주세요. 검지를 내민 게 아니에요. 무언가 손에 쥐고 있어요. 응? 볼터치붓인가 아이섀도 붓인가. (근데 왜 로봇은 눈이 하나일까요? 사람의 눈이 두 개니까 로봇도 눈이 두 개여야 한다고 선입견을 가진 것 뿐인가. 로봇은 하나의 렌즈만으로도 가능한가?) 로봇은 현실의 나와는 동떨어진 존재라 아직도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봤던 미지의 존재인 것 같아 가깝게 느껴지지가 않는데 실상에 많이 들어와있긴 하죠. 로봇청소기도 그렇고, 자동화기기도 대부분 인간이 하기 힘든 자리까지 제 몫을 해내고 있으니. 그런데 말입니다. 이 책은 조금 위험해보이기까지 합니다. 로봇이 사람보다 더 감성적인거 같아요. 개인마다 주어진 능력치가 다르듯 로봇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면 어려운 일이 아닐텐데 전 조금 무섭기도 합니다. 로봇에게 주체를 뺏긴 세상이 올까봐 두려운거죠. 어? 사람이 가장 우위에 있어야 하는데 로봇에게 밀리는거 아냐? 하는 조급함이 낭떠러지 앞에 선 딱 그만큼의 두려움이 되어 버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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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게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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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부터 풍기는 목가적인 느낌에 괜스레 가슴이 콩닥거려요. 아직 보지 않고 아껴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와 겹치는 부분이 있는거 같고요.

"안녕달 작가님 그림이네." 반기는 아이들이 있어 더 좋았어요. 이제 컸다고 안 보는거 같지만 나름 그림책 봤구나 싶으면서 뿌듯했달까요.



표지를 넘기고 앞면지를 넘기고 펼쳐지는 장면에서 멈춰서 어떤 장면같냐고 물으니

👦🏻 바닷가에 사금이 있네?
👧🏻 사금? 그게 뭐야? 이거 별 아니야?
👩🏻 엄만 바닷가에 불이 난 줄 알았는데? 저 까만거 연기 아냐?
👧🏻 이거 현무암이잖아. 제주도에 있는 까만 돌.

수업시간에 배웠던 걸 알고 있음을 뽐내고 싶었던 첫째와 감수성으로 다가가는 둘째의 대화가 슬그머니 웃음을 지어내요. (아, 맞아! 이래서 그림책 같이 읽는 거였지.) 


콩나물시루 같기도 하고, 떡이 담겼을 것만 같은 저 물건 안엔 뭐가 들었을까요? 할머니가 보입니다. (다시 보니 저 분 꼭 <도깨비>의 삼신할머니 같네요. 소오~름.) 곁에는 노란 꽃들이 흐드러졌어요. 유채꽃인가 싶기도 하고, 병아리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숲속 가든>의 병아리 떼가 생각나기도 하는 장면이에요. 주인공은 저 할머니에게서 별을 받아 집으로 향해요. 엄마에게 보이니 별이 달만큼 커지게 키울 수 있대요. 그럼 별이 뭘 엄청 많이 먹고, 신경을 많이 써줘야 되냐? 그건 아니고 달빛을 보게 산책을 시켜주면 된대요. 그날부터 별이와 엄마, 아이의 산책은 시작되죠. 

점점 커가는 별이, 엄마와 헷갈릴 정도로 자라는 아이, 이제는 나이가 드는 게 눈에 보이는 엄마. 와. 이렇게 세월을 녹여낸다고? 한편의 영화 속 필름처럼 샤라락 흘러가는 장면처럼 휘리릭 펼쳐지는 그림마다 멈춰 바라봅니다. 벌써 이렇게 컸어. 이렇게 쑥쑥.


뒷장으로 넘기고 싶지 않아집니다. 다 컸어. 더 클 수 없겠다 싶게. 어떡해! 쿵, 심장이 내려앉을 것 같아요. 다음 장면에서 갑자기 별이 어디론가 쓩 가버릴까봐. 별이는 다음은 어떨지 궁금하신가요? 밝게 빛나는 별이의 빛을 보고 창문으로 날아든 게 나비인지 나방인지 맞춰보실래요? 왜 별이 달만큼 커진다고 했는지 그림으로 확인하실래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펼쳐 보세요. 

창비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서평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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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히어로 1 - 여울이와 검은 용 드래곤 히어로 1
이재문 지음, 김지인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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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히어로 #이재문 글 #김지인 그림 #주니어김영사 #청소년소설

엄마는 바쁘다는 핑계로 다른 책들만 읽었는데 두 아이는 읽고 읽고 또 읽고 했다. 여행에도 데려가서 서로 먼저 읽겠다고 하는 모습을 보니 재밌는 책은 부모의 간섭이 아니라도 아이 스스로 찾는구나 느낄 수 있다. 이제 엄마가 읽을 차례인가!

👦🏻: 제목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드래곤’이 들어가는 제목이면 대부분 재밌었던 기억에 다른 책을 뒤로 하고 먼저 읽게 됐다. 미르가 ‘드래곤’이라 가장 좋았던 캐릭터였고, 사람과 용을 이어주는 존재인 용인이 ‘히어로’인거 같다. 드래곤+히어로의 만남이다. 판타지물이라 글이 하나의 장면으로 잘 떠올라서 영상을 보듯 재밌게 읽힌다. 이재문 글작가의 <히든>, <마이 가디언>, <언니는 외계인>을 너무 재밌게 읽어서 기대가 됐는데 역시는 역시였다!

👧🏻: 처음엔 검은 용 미르가 예의가 없다고 생각했다. 구해준 은인에게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고, “이름은 기억해주지.”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쯤엔 생각이 바뀌었다. 미르가 여울이를 진심으로 대하는 것 같아서다. 이재문 글작가님이 글을 너무 잘 쓰신다. 적화신교, 백금군이 미르의 힘을 빌려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하는데, 여울이와 미르가 이 운명을 때려부순다고 해서 찐 감동💕
김지인 그림작가님은 그림을 너무 잘 그리신다. 찾아보니 <몬스터 차일드>, <사랑은 초록>, <변신 네 컷 사진관>, <독고의 꼬리>, <러닝 하이>, <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 등 다 ’내가 좋아하던 책‘이었다. 앞으로 작가님이 더 많은 책에 그림을 그리면 좋겠어요. 화이팅!!
“이재문 작가님, 김지인 작가님 두 분 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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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변할 거란다 웅진 세계그림책 273
앤서니 브라운 지음, 김보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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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제부터' 변할 거라는거지? '누가' 변하는데? 내가? 네가?
제목만 보면 이런 생각이 들죠. 그러나 제목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내기 전에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그림이네요. 시강!! 주전자에 숨어든 고영희라고?
원서가 있겠구나 싶어서 찾았는데 원서 제목은 좀 단순하네요.
그러다 비슷한 그림체를 찾았어요. 으잉? 작가님의 세계관은 이 아이를 자라게 한 건가. 염두해두신건가 했는데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네요. 다른 그림책이 맞는 건가요? 같은 책인가요?

세면대 쟤, 봤는데? 뭐지? 출판사가 바뀌면서 달라진건지, 그러기엔 원서가 나온 시기가 애매하고 또 다른 버전의 원서가 있는지 와.. 이렇게 궁금해지다니. (얼른 제 서평 쓰고 다른 제이님들이 올려준 서평글이 보고싶어 안달납니다. 궁금해궁금해!)

다시 표지로 돌아와서요. 변할 것만 같은 고양이를 품은 주전자를 보고 뭐 떠오르는 거 없으세요?

연식이 꽤된 저만 알아차렸으려나요? 전 딱 보자마자 얘가 떠오르더라고요.
얘 알아보시겠나요? 돈데기리기리 돈데크만!!
이쪽 모습이 표지에 나온 느낌과 같나요. 저만 떠올린 게 아니길요.



목요일 아침 조셉 케이는 주전자의 변화를 알아차려요. 다른 물건들도 그런가 싶은데 주전자만 그런다네요. 그러다 물건 하나하나의 변화를 눈치채요. 무슨 일이 있으려면, 그것이 지속되는 것이 아닌 변화가 있으려면 '명분'이 필요하다잖아요. 명분이 뭘까 주인공도 이유를 찾으려고 했던건지 아빠가 엄마를 데리러 가며 한 말을 떠올렸대요. "이제부터 변할 거란다." 응? 아직 어린 아이인거 같은데 아이만 두고 아빠가 엄마를 데리러 갔다고? 엄마는 어디 갔는데? 아빠는 출근 안하시고? 뭐야. 이런 생각을 잠시 하지만 금세 다음 장을 넘겨버리고 말아요. 아.. 사유할 시간이 부족한 혼자만의 그림읽기 슬퍼요. (그런데 세면대가 너무나 여자 어른 느낌이잖아요. 근데 왜 때문에 기둥 부분은 남자 어른의 정장바지 느낌에 구두인거지? 한몸에 남자와 여자를 표현하고 싶으셨나??)

이 책의 묘미는 일상의 것들이 변화되는 지점인데요. 쇼파의 손잡이 부분이 누군가의 팔처럼, 그러다 고릴라로 변해가는 장면도 눈길이 가지만 커다란 덩어리만 그런게 아니라서 한 번 넘긴 장면도 자꾸 되돌아가서 다시 뭐가 바뀌나 달라지지 않는 건 뭐가 있나 찾아보는 재미가 있어요.

초록색 커튼, 언제적 TV인가 싶은 옛날옛적 모델같은 TV 위의 액자, 빨랫줄에 걸린 양말, 수도꼭지의 연결호스, 축구공, 자전거, 모든 것이 변해가는데 지켜보는 전 가슴이 쫄깃하면서도 상상력을 품은 변화가 신기하게 다가옵니다. 그림 속의 주인공은 얼마나 떨리고 두려울까요. 그래서 속지가 깊은 바닷 속처럼 푸른 색인가? 아빠가 입던 체크가운처럼 아이가 입은 셔츠색인가? (아, 궁금한거 투성이네요. 자꾸만 뭔가 생각하고 찾아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에요.)

처음 그림책을 접했을 때 절 사로잡았던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숨은 의도, 이야기하는 바, 이런 게 손에 잡히지 않아 너무 어려웠던 분야라고 생각했어요. 글로 다 표현하지 않고, 그림과 글을 나누어 숨겨두는 방식이 놀랍고 신기하면서도 어나더레벨, 나와 다른 세계라는 생각에 다가가기 어려웠거든요. 다시금 공부하고 싶어지는 그림책을 만났네요. 아~ 알고싶어요.


신기한 장면 또 포착이요. 아이가 문을 열었는데 거울인지 액자인지 같은 장면이!!! 뭔가요.

제이그림책포럼의 서평단이 되어, 알고 싶어지는 그림책을 웅진주니어 출판사에서 선물받아 제 느낌을 담아 작성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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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달에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2
박미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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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는 너의 부모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장면을 꿈꿨다. 진짜 엄마, 아빠가 짠하고 날 데리러 와주는 장면을 상상했다. 사춘기 즈음 이런 생각에 사로잡혔다. 잔소리를 하는 엄마 말고 날 이해하는 다정한 엄마가 있을 거라고. 사람 좋은 아빠 대신 냉철하게 이끄는 아빠가 나타날 거라고. 바람처럼 일었던 감정은 찬찬히 사그라들었고, 입으로 뱉어내지 않은 속마음이 다행스러웠다. 나이가 드니 들키지 않았다 여겼던 내 마음은 분명 티가 났을 텐데 모른 척 넘어가준 부모의 그릇이 새삼 감사하다. 내가 그리는 부모가 있길 바랐듯 부모 또한 원하는 아이가 있었겠지. 난 부모에게 버리고 싶지 않은 아이였을까? 버리고자 했다면? 지금 하늘에 뜬 달이 몇 개인지 살펴보자. 하나가 맞는지.
그림책 <완벽한 아이 팔아요>가 떠오른다.

첫문장 길을 잃었다.
p.74 “누나는 길이 아니라 기억을 잃었어.”

“내 말은, 길은 잘 찾을 수 있다는 뜻이야.”
p.83 사람들은 가닿을 리 없는 그리움을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기억이 남아 있는 한,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p.98 “나도 그러려고 했어. 아빠가 지금의 너에게 만족했다면.”

“아빠가 내게 만족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데?”
오래 머뭇거리던 오빠가 마침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또 다른 시은이를 데려오겠지.”
p.159 다정한 아빠는 흉내 낸다고 되는 게 아니야. 아이들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뭘 할 때 행복한지 알고 그걸 지지해 주는 거라고.
p.225 진짜 내 삶을 살고 싶어. 그게 지옥 같다면, 그것도 감수할래. 이제야 알았어.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세계를 바꿀 게 아니라 날 바꿔야 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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