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우연한 기회에 '역도산'을 다시 보았다.

         당시에도 들인 공과 비용에 비해 쉽게 평가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 볼 때 그 때 내 평가가 잘못된 것이 아님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 영화에는 곱씹을 만한 대사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역도산이 술집에서 시비끝에 깡패의 칼을 맞고 병원에 입원 중에

         극중 제자로 나오는 김일에게 하는 하는 한국말 대사가 있다.(영화에서 몇 안되는

         한국말 대사중의 하나이다)

        " 내가 일본에 와서 보니 웃어선 안되겠더라. 천한 조선인 주제에 웃으면 뭐가 좋아서

         웃냐고 사람들이 비웃더라. 그래서 결심했다. 성공하자. 그 때까진 웃지말자.

         성공하고 나서 실컷 웃자.'

 

         내가 요새 힘든 일이 많아서 그런지 그 대사가 50년전 재일한국인의 비애를 느끼게 하는

         말로만 들리지 않았다.

 

         사실 내가 웃을 일이 없다. 뭐 개뿔 하는 일은 없는데도 나라 밖에서 서양인 사이에서

         일본인도 아닌 내가 받는 스트레스는 첨에 생각했던 것보다 많다. 안에서 있는 이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물론 밖에 있는 이도 목적과 성격에 따라 웃을 일이 많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알 것이다. 자기가 태어난 나라를 떠나서 무언가 열심히 해보고자 하는

         이는 아주 잘 알 것이다. 자기가 가진 목표를 현재 자신의 처지와 비교할 때마다

         얼마나 많은 웃음이 사라지는 가를.

 

          차범근 감독이 박지성의 활약에 일희일비하는 축구팬들을 향해 한 말도 생각났다.

          "거기서 그런 선수들과 함께 뛴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일인지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모를 것이다'

 

         맞는 말이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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