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토끼 귀 살인사건
안티 투오마이넨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6월
평점 :
화자, 나, 헨리 코스키넨. 마흔두살 독신, 고양이와 살고 있으며, 직업은 보험 계리사(보험계리사 : 보험의 수학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자, 보험사와 보험계약자 둘 모두가 손해보지 않게 보험을 만들고 계산하는 사람, 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설계사와는 다름 - 출처 : 나무위키). 수학과 같이 논리적이고 명쾌함을 줄곧 선호하며 살아온 남자다.
성실하게 일해온 보험회사에서 갑작스레 해고통보를 받고 구직활동을 하던 나는 형의 부고와 함께 형이 운영하던 놀이공원(사실은 탐험공원)을 유산으로 상속받게 된다. 하지만, 나와는 다르게 얼렁뚱땅 살아온 형이 내게 남긴건 공원 뿐만이 아니라 알 수 없는 막대한 부채도 함께 였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나는 하는 수 없이 공원을 운영하기 시작한다.
공원에선 사소한 파손이나 사고가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형의 빚을 받고자 무시무시한 사내들이 찾아와 나를 위협한다. 이 상황을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 그러던 어느날, 공원 입구에 서있는 커다란 토끼 인형(?, 조형물?)의 귀가 떨어지게되고 저녁에 혼자 토끼 귀를 붙이려 했던 나는 나를 죽이러온 사내와 대면한다. 나는 당연히 살기위해 떨어진 토끼 귀 조각 하나만을 가지고 그자를 막아내다 그만, 죽이고 마는데…
자,빚을 잔뜩 짊어진채 살인까지 저지른 탐험공원의 사장, 헨리. 그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목숨을 건 사투로 시작해 직장을 잃게되는 과거, 그리고 살인 후의 생활로 이어지는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즐거웠다. 유쾌할 상황이 단 하나도 없는데 정말 유쾌했다. 유머감각이라곤 전혀 없이 무미건조하게 살다 빚까지 물려받은 이 슬프고 억울한 사십대 독신남성의 이야기가 이렇게 유쾌하다니…펼쳐지는 장면 장면이 영화처럼 머리속에 그려지면서 더 웃음이 나고 즐거웠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며 나오는 유쾌함과 즐거움이 순수하게 상쾌하고 기쁜 마음에서 기인된 그런 웃음은 아니다. 하지만, 난감한 상황과 사람들. 그 속에서 꿋꿋하게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헨리의 모습은 사실 점점 더 힘든 상황으로 치닫는 결말에 다다를 때까지도 불편하지 않게 보여진다. 그러나 극단에 치닫게 되는 헨리, 하지만 헨리는 혼자가 아니었으며, 그래서 마지막엔 진심으로 미소지을 수 있었던 이야기.
이야기 초반, 토끼 귀 가지고 화자가 킬러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의 묘사를 읽다말고, 작가이름을 알라딘 서점에서 검색하였다. 다행이다.
작가님의 작품을 한편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