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2015년판) - 김영하와 함께하는 여섯 날의 문학 탐사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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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는 책을 읽는다는 것, 그 중에서도 소설을 읽는다는 행위에 대한 깊은 고찰을 여섯 꼭지의 강연으로 풀었다. 소설을 읽는 강렬한 경험을 통해 내 자아의 일부가 해체되고 다시 재구축된다. 그러한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나의 내면엔 나만의 고유한 작은 우주가 건설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이 물질만능의 시대에 맞설 수 있는 존엄성과 힘을 가질 수 있다. 김영하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짧은 생물학적 생애를 넘어 영원히 존재하는 책의 우주에 접속할 수 있는 것, 이것이야말로 독서의 가장 큰 보상이라고.

독서는 왜 하는가? 세상에는 많은 답이 나와 있습니다. 저 역시 여러 이유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독서는 우리 내면에서 자라나는 오만(휴브리스hubris)과의 투쟁일 겁니다. 저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읽으며 ‘모르면서도 알고 있다고 믿는 오만’과 우리가 고대로부터 매우 발전했다고 믿는 자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독서는 우리가 굳건하게 믿고 있는 것들을 흔들게 됩니다. 독자라는 존재는 독서라는 위험한 행위를 통해 스스로 제 믿음을 흔들고자 하는 이들입니다. 비평가 해럴드 블룸은 <교양인의 책 읽기>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독서는 자아를 분열시킨다. 즉 자아의 상당 부분이 독서와 함께 산산이 흩어진다. 이는 결코 슬퍼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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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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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삼부작의 전작 <보다>에 비해 훨씬 낫다. `말보다는 글의 세계를 더 신뢰하며, 그 안에서 내 생각이 더 적확하게 표현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김영하는 말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느끼기엔 김영하는 글보다 말을 훨씬 조리있고 재미있게 하는 작가다. 그 간의 강연과 대담, 인터뷰를 모은 책인데, 김영하가 글쓰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소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고백하는 대목이 퍽이나 인상깊다. 오죽하면 완성한 소설을 오롯이 자기만의 것으로 하기 위해 J.D. 샐린저처럼 출판하지 않고 자기 서재 금고 속에 넣어 간직하고 싶다고 할까. 지금까지 김영하의 소설을 몇 권 읽어봤지만 큰 감흥은 없었는데, 나머지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무용한 것이야말로 즐거움의 원천이니까요.

서재는 일을 하지 않는 공간이예요. 서재에 들어가면 책으로 둘러싸이게 되는데, 책이라는 것은 지금 것이 아니잖아요? 책은 제아무리 빠른 것이라도 적어도 몇 달 전에 쓰인 것이거든요. 더 오래된 것은 몇백 년, 몇천 년 전에 쓰인 것이고요. 그래서 서재에 들어간다는 것은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은 목소리들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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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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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산문집 삼부작 중 첫 번째 작품. 한국사회의 갖은 문제에 초연하던 그가 2012년 귀국한 이후 ˝내가 사는 사회 안으로 탐침을 깊숙이 찔러넣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고백과 함께 내놓은 책이다. 하지만 이 <보다>는 그가 선언한 바와 달리 우리 사회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가하지 않는다. 주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대해 고찰하고 사람들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얼핏 요네하라 마리의 글과 유사한 면이 있지만, 신랄함은 많이 떨어진다.

<뉴로맨서>의 작가 윌리엄 깁슨은 언젠가 이런 말을 남겼다. "미래는 이미 도착해 있다. 지역적으로 불균등하게 배분되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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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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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눈먼 자들의 국가>를 ˝읽어내는˝ 것은 무척이나 힘겨운 일이다. 200페이지 남짓한 얇은 분량이지만, 읽다보면 가슴 속에 슬픔과 분노, 참담함이 밀려와 책을 잠시 덮어두고 마음을 가라앉혀야 하는 일이 잦으니 말이다.

- <눈먼 자들의 국가>는 열두 명의 소설가, 시인, 문학평론가, 사회학자, 언론학자, 정신분석학자, 정치철학연구자가 계간 <문학동네>에 세월호 사건에 대해 기고한 글들을 엮어 낸 책이다. 신형철 편집주간의 말대로 진실과 슬픔의 무게 때문에 얇지만 무거운 책. 2014년 4월 16일의 참사 이후, 진실은 수장될 위기에 처했고, 슬픔은 거리에서 조롱받는 중이다. 진실에 대해 응답하고 타인의 슬픔에 예의를 갖추기 위해 나온 책. 그것이 <눈먼 자들의 국가>다.

- 열두 명의 글 중 김애란, 박민규, 진은영, 배명훈, 황종연의 것이 특히 인상 깊었다. 진은영은 말한다. 우리는 망자와 유가족에게 연민을 보일게 아니라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고. 연민은 강자가 약자에게 베푸는 안일한 도덕적 시혜일 뿐이지만, 그들을 구조하지 못하고 사건을 규명하지 못한 우리는 마땅히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고. 그러니 이 비극 앞에서 희생자에 대한 연민의 눈물을 흘리기보다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혀야 한다고.

- 304명이 TV카메라 앞에서 수몰되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비극이 있었음에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나라. 아니, 더욱 비참해지는 나라. `헬조선`이라는 자조적인 별칭으로 불리우는 여기는 지옥인가? 아니 차라리 지옥이라면 죄지은 자들이 죄의 무게에 걸맞는 형벌이라도 받지, 여긴 숫제 사방에서 아귀들이 판치는 마굴이다.

"세상은 신의 노여움을 잠재울 의인 열 명이 없어서 멸망하는 게 아닐 것이다. 세상은 분명 질문에 답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질문하는 사람 자리로 슬쩍 바꿔 앉는 순간에 붕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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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 산책 2 - 20세기, 유럽을 걷다
헤이르트 마크 지음, 강주헌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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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 산책 1, 2>의 가장 뛰어난 미덕은 당시의 역사를 겪은 산 증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상황을 히틀러에게 직접 보고했던 젊은 중위 빈리히 베어, 레닌그라드 전투에서 살아남은 안나 스미르노바, 폴란드 공산당의 실력자 부아데크 마트빈, 유럽연합의 기초를 닦은 막스 콘스탐, 포르투갈 카네이션 혁명의 주모자 비토르 알베스, 네덜란드의 전 총리 뤼트 뤼베르스, 세르비아의 소설가 알렉산드리 티슈마... 인터뷰를 통해 들은 이들의 개인적 경험은 일반적 역사서를 통해서라면 접하기 힘든 소중한 자산이다.

유럽은 20세기 두 차례의 끔찍한 전쟁에서 교훈을 얻었다. 다시는 그러한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유럽연합을 창설한 것이다. 그 결과, 70년 동안 서유럽 주요 국가 간에 평화가 유지되었다. 그러나 유로존에 대한 심각한 회의가 대두되고, 난민과 무슬림 이민자로 인한 갈등이 커지고 있는 지금, 서유럽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탄생한 유럽연합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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