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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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영하의 신작 단편집. 지난 7년 동안 발표한 일곱 편의 단편을 엮었다. 그 중 표제작인 <오직 두 사람>보다 <아이를 찾습니다>라는 작품이 아주 인상깊다. 마트에서 잠깐 한 눈 파는 사이 세 살 난 아들을 잃어버린 부부의 이야기다. 부부는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전 재산을 들여 전단지와 현수막을 찍고 아들을 찾는데 인생을 바친다. 그러길 십일 년, 아내가 점점 미쳐가고 있을 때 쯤, 경찰에게서 아들을 찾았다는 연락이 온다. 아들은 유괴되어 낯선 여자를 엄마로 알고 살았던 것이다. 아들을 찾을 날을 기다리며 지옥 같은 나날을 견뎌왔지만, 정작 아들이 돌아오면서 주인공에겐 진짜 지옥이 시작된다. 무너진 관계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인생의 상실은 보상받지 못한다. 아들을 다시 찾는데 모든 재산과 시간을 바쳤지만,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같은 동화 같은 이야기는 없었다. 아내의 정신은 이미 제자리로 돌아오기엔 너무 망가졌고, 남은 건 단칸방과 불안정한 일자리, 자기가 부부의 아들임을 믿지 못하는 사내아이가 전부다. 지난 십일 년 동안 불행했지만 그래도 언젠가 아들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라도 있었으나, 이제 가혹한 현실의 장벽 앞에 주저앉은 주인공은 어떻게 해야 하나? 소설은 지극히 김영하다운 결말로 끝을 맺는다. 살면서 잃어버린 어떤 것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저 견디며 살아나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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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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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병사‘. 소년병과는 다른 느낌의 슬픈 단어. 독소 전쟁 초기에 동부전선의 소련군은 독일군의 전격전에 휘말려 연전연패, 궤멸 직전의 상황까지 몰린다. 모스크바가 함락될 위기에 몰린 이 때, 애국심에 불타는 수없이 많은 소련 여성들이 너도나도 자원하여 지옥 같은 전쟁터로 떠난다. 열 다섯 소녀부터 아기 엄마까지. 저격수로, 보병으로, 간호병으로, 공병으로, 취사병으로.
그러나 아수라 지옥도에서 살아남아 전쟁을 끝낸 그녀들에게 돌아온 것은 환대가 아니었다. 그녀들이 전쟁터에서 뭘 했을지 의혹에 찬 시선을 보내는 이웃들, 전쟁의 참상에 침묵할 것을 강요하는 남성 중심의 사회. 최전방에서 보초를 서다 새벽녘에 들리는 맑은 새소리에 눈물짓고, 군율이 엄격한 영내에서도 남는 군복으로 몰래 원피스를 만들어 입으며, 잔인한 적인 독일군 부상병도 가엾게 여겨 정성껏 돌봐주던 그네들의 감수성을 이해받기에 전쟁은 너무 잔인했다.
위화의 소설 제목처럼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저자의 인터뷰 요청에 응한 200여명의 참전 여성들의 목소리는 전쟁에 관한 어떤 기록보다도 고통스럽다. 저자가 찾아오기 전까지 몇 십년을 숨겨온 기억을 어렵게 토해내는 그녀들의 눈물이야말로 지금을 사는 우리가 깊이 새겨야할 절박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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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의 말 - 언어의 미로 속에서, 여든의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윌리스 반스톤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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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그의 말이 글보다는 쉬울 줄 알았다. 보르헤스의 책이라고는 20여년 전 <픽션들> 한 권 읽어본 게 전부였지만, 내 독서 인생에서 제일 어려운 책이었으니. 대체로 인터뷰집은 가벼운 마음으로 슬렁슬렁 읽을 수 있는 게 미덕 아닌가.
착각이었다. 해체주의, 기호학, 후기 구조주의에 막대한 영항을 끼친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작가이자, 5개 국어에 통달한, 도서관이라 할만한 전설적인 기억력을 가진 대가가 하는 말이 쉬울 리가 있나. 보르헤스는 인터뷰어가 질문 중에 어느 작가를 언급하면 즉시 그 작가의 작품을 각종 언어로 암송한다. <픽션들>의 단편 <기억의 천재 푸네스>의 주인공(머리를 다친 후 자기가 본 것을 절대 잊지 않는 기억력을 소유하게 된다. 나뭇잎 하나, 개미 한 마리까지도)의 모델이 보르헤스 자신이라니 뭐. 이런 천재의 머릿 속을 들여다보는 게 어렵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포스트모더니즘의 창시자이지만 역설적으로 보르헤스는 자신을 19세기의 고전적인 작가에 가깝다고 말한다. 실제 그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월트 휘트먼, 프로스트, 에드거 앨런 포, 에밀리 디킨슨, 단테 같은 사람들이었으며, 그 자신 고대 영시와 노르드어 문학을 깊이 연구했다. 인터뷰 내내 이러한 작품들이 인용되고 논평된다.
악몽, 미로, 죽음, 시간, 기억. 보르헤스 작품의 핵심 키워드들과 카발라, 영지주의, 범신론 같은 개념이 계속 등장하니 인터뷰 한 줄도 쉬이 넘길 수 없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꿈 속에서 난해한 책들로 꽉 찬 도서관의 미로를 헤매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난 의무적인 독서는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요. 의무적인 독서보다는 차라리 의무적인 사랑이나 의무적인 행복에 대해 얘기하는 게 나을 거예요. 우리는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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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빵파랑 - My Favorite Things
이우일 글.그림 / 마음산책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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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엔 어느 날 밤 천둥 소리에 놀라 하나 둘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줄리 앤드루스가 노래를 불러주는 대목이 있다. 노래의 제목은 <My Fovorite Things>. 슬프거나 무서운 일이 있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생각한다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내용의 노래.
저자 이우일이 DVD로 이 장면을 보다가 떠올린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이 책은 책 제목인 옥수수빵파랑(Dodgerblue라는 파란색이란다)부터 <사운드 오브 뮤직>까지 저자가 좋아하는 것들 55가지를 소개한다. 그 사람의 친구를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대충 알 수 있듯, 그가 좋아하는 물건의 목록은 그의 내면이 장난기와 자유로움으로 가득 차 있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글만 놓고 보면 그의 만화(도날드닭!) 만큼이나 썰렁하지만, 글에서 드러나는 삶의 여유로움은 샘날 정도로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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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센트
이언 매큐언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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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미국과 영국은 동베를린에 위치한 소련군 사령부 지하로 터널을 파고 들어가 통신선을 따서 도청한다는 담대한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작전명 골드. 이 작전에 참여하게 된 스물 다섯 살의 영국 체신국 직원 레너드 마넘이 주인공인 소설 <이노센트>는 존 르 카레를 연상케 하는 냉전 시대 첩보물이면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유약한 영국 청년 레너드는 동료들과 같이 간 무도장에서 독일 여자 마리아를 만나고, 그 순간부터 그들의 삶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지점으로 나아간다. 첫 사랑의 열정과 번뇌, 다툼, 비밀, 갈등. 이를 묘사하는 지극히 아름다운 글귀들, 그리고 그보다 더 빛나는 스토리텔링. 주인공들의 앞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 책의 제목 <이노센트>는 어떤 의미일까? 이 걸작의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이언 매큐언의 작품을 더, 더 많이 읽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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