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이건 단연코 미미 여사의 최고 걸작이다. 마무리가 약한 게 항상 단점으로 꼽히는 미미 여사지만, 이 작품은 이미 전개 과정에서 보여준 것만으로도 마무리 따위는 상관없을 정도다. 은폐된 진실, 비정한 권력, 퍼지는 광기, 그 속에서 빛나는 아이의 지고한 순수. 이 모든 게 합쳐져 독자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짙은 슬픔과 페이소스를 안긴다. 여운이 정말 길게 남을 것 같다.
미미여사님 이번엔 너무 나가셨네. 에도 시대극도 아니고, 스릴러도 아니고, 추리소설도 아닌 `호러 판타지 시대물`이라니. 미미 여사의 다른 에도 시대물과 같은 선상에 있으나 결말이 소설이 아닌 애니를 보는 듯 오글거린다. 미미 여사의 뒷심 부족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첫<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저자 빌 브라이슨의 책입니다. 빌 브라이슨은 우리 나라 출판시장에서 그 이름만으로도 판매부수가 보장되는 몇 안 되는 외국 작가입니다. 빌 브라이슨은 특유의 유머와 재치가 빛나는 문장으로 유명한데요. 문제는 그렇기 때문에 꽤나 번역하기가 까다롭다는 겁니다. 영미권에서 통하는 유머를 한국어로 옮기는 게 쉽지 않으니까요. 제가 읽어본 대부분의 빌 브라이슨 번역서들은 그런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영미권에서는 엄청나게 재미있다는 평을 듣는 베스트셀러들이지만 번역된 작품을 읽어보면 영 재미가 없었습니다. 단지 재미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문장을 이해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번역을 해놔서 읽기가 힘든 책들이 많았구요.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문제가 없습니다. 번역을 정말 깔끔하게 잘 해놨거든요. 이 책은 빌 브라이슨이 온 유럽을 여행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들과 이에 대해 빌 브라이슨이 늘어놓는 투덜거림이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습니다. 뚱땡이 미국 아저씨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말도 잘 안 통하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고생하는 걸(그것도 아주 자세히 묘사합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재미는 보장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별 것 아닌 소소한 사물을 포착하여 해박한 지식을 풀어내는 글재주는 대단한 흡입력을 갖고 있습니다. 여행기는 웬만하면 재미있지만 이 작품은 그 중에서도 최상급의 재미를 선사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