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미숙의 이전 작들은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이 책은 참 심드렁하다. 여행기 장르의 고전들(열하일기, 서유기, 돈키호테, 허클베리 핀의 모험, 그리스인 조르바, 걸리버여행기)을 리뷰하여 ‘길‘을 탐구해 보겠다는 발상은 좋았으나, 그런 주제를 감당하기엔 저자의 역량이 모자라다는 느낌이었다. 극단적이고 제멋대로 튀는 논리 전개 때문이기도 했고, 고전 여행기들에 대한 잘 공감되지 않는 해석 때문이기도 했다. 아무데나 역학과 한의학을 끼워 넣는 것도 못마땅하고. 어떤 대목에선 사이비의 냄새마저 나는 것 같았다. 또한 평생 글을 써온 사람치고는 지나치게 글의 리듬이 방정맞고 조악하다. 자기 딴에는 신선한 글쓰기라 생각할지 모르겠으나(물론 처음 고미숙의 책을 접했을 땐 신선했었다), 50대 아저씨가 억지로 스키니진을 입은 것 마냥 낯뜨겁다. 틈만 나면 대책없이 ˝유목민˝과 ˝자유˝를 찬양하는 것도 사유의 깊이가 얕음을 증명하는 듯 했다. 그리고 제발 글 쓸때 이모티콘은 뺐으면 한다. 젊게 보이고 싶은 건 이해하지만, 민망하다.

저것이 바로 중생의 실상이 아닌가. 이런 중생도 구할 수 있어야 비로소 대승이라 할 수 있을터, 저팔계도 갈 수 있다면 대체 누군들 가지 못하겠는가.(...) 온갖 추태를 저지르고 갖은 망신을 다 겪으면서도 꿋꿋이 나아가는 모습을 보라. 탐욕이 인간의 운명이라면 구도 또한 ‘원초적 본능‘이다! 그런 점에서 저팔계야말로 ‘민중의 영웅‘이 아닐지.

길이란 장애와 번뇌를 마주하는 것이고, 그로부터 힘을 길어 올려 다시 한걸음을 내딛는 것을 의미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