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 화폐, 제국, 종교. 아프리카 사바나의 일개 유인원에 지나지 않던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다른 종을 압도하고 지구를 지배하는 존재가 되었는지 설명하기 위해 저자가 빼어든 핵심 키워드들이다. 이 중 단연 핵심은 저자가 7만년 전에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인지혁명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뇌 속에서 어떤 극적인 돌연변이가 발생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론이다. 인지혁명이 중요한 이유는 이로 인해 인간은 실재하지 않는 허구를 믿는 능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것이 종교가 됐든 정치가 됐든 화폐가 됐든, 실체가 없는 것을 믿고 따르며 전혀 모르는 사람끼리도 협력하고 희생할 수 있게 되면서 비로소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사실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은 허구다. 우리가 돈을 버는 회사도 물리적 실체가 있는 게 아니고 국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절대적으로 믿는 자유, 평등, 권리 같은 개념도 생물학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런 수많은 허구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 우리의 문명은 분명 다른 종이 절대 흉내낼 수 없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교과서적인 상식의 세계를 산산히 깨부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꽤 불편한 구석이 많다. 제국주의가 식민지를 건설하면서 사회 인프라를 확충하여 후손들이 그 덕을 보고 있다는 식민지근대화론 비슷한 얘기도 그렇고, 현대의 자유민주주의가 중세에 비해인간의 행복에 기여한 바가 없다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지나친 문화상대주의처럼 보여 ‘인간에게 진정 가치있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과 회의가 든다.
또 이 책은 지나치게 단편적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위에서 말한 키워드들로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 그런 것 같은데, 한 가지 사건을 두고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는데도 저자는 자기 입맛에 맞는 시각만 소개한다. 이를테면 자본주의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프랑스 대혁명은 ‘미시시피 버블‘이라는 당대 최대의 금융 버블 사태로 인해 야기되었다는 식이다. 수많은 원인 중 하나만 소개하는 저자의 나쁜 버릇은 많은 논쟁거리를 만들 것 같다.
거칠게 말하면 <총, 균, 쇠>와 <특이점이 온다>를 짜집기 해놓은 듯한 책이다. 워낙 방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늘어놓으니 그럴듯해 보이는데, 다 읽고 나면 절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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