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원전 - 다 빈치에서 파인만까지
존 캐리 엮고지음, 이광렬.박정수.정병기.이순일.방금성.김문영 옮김 / 바다출판사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레오나르도 다 빈치부터 시작되는 근대 과학기술의 연구 기록과 저술들을 한 꼭지씩 따서 모은 책. 저자 존 캐리가 과학자가 아닌 옥스포드 영문학 교수라는 점도 놀랍지만, 이 수많은 과학 저술들을 뒤져 대중이 반드시 알아야 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만 발췌하고 편집한 그의 노력이 경이롭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챕터는 화학자 프리모 레비의 <어느 탄소원자 이야기>로, 수억 년의 세월을 석회암 속에 갖혀 있던 탄소원자가 우연한 기회에 이산화탄소가 되어 겪는 모험을 상상한 이야기이다. 탄소가 대기를 떠돌다 이태리 어느 농장의 포도나무 잎으로 들어가 포도송이로 자라고, 와인이 되어 사람 몸 속으로 들어가 간을 거쳐 근육에서 젖산으로 분해되고, 호흡을 통해 다시 대기로 돌아가 레바논의 삼목나무 줄기 속 셀룰로오스가 되고, 나무벌레의 일부가 되고, 미생물에게 먹혔다 어쩌다 우유가 되어 프리모 레비의 몸 속에서 뇌를 구성하는 세포의 일부가 되어 이 글을 쓰게 되는 긴 여정. 우리가, 우리를 구성하는 세포 하나하나가 곧 우주의 일부이자 우주 그 자체라는 걸 윤회라는 종교적 언어를 빌리지 않아도 훌륭하게 설명할 수 있음을 증명한 아름답기 그지 없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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