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들의 도서관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부터 김중혁의 소설을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근래 가장 유망한 젊은 소설가로 꼽히는 이이기도 하지만, 사실 김연수의 고향 친구라는 점이 호기심을 끌었다는 점을 부정하진 않겠다. 같은 학교 친구가 나란히 연예인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그 좁은 김천 바닥에서 두 명이나, 그것도 친구 둘이 소설가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정말 흥미롭지 않은가?
난 단편집을 좋아하지 않는다. 읽고 나면 잘 기억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해 마지않는 하루키, 위화, 김연수의 단편들도 읽을 땐 감탄했으나 지금 기억나는 작품은 없다. 김소진도 마찬가지. 그런 내가 김중혁의 단편집 <악기들의 도서관>을 고른 건, 여름휴가 때 가족들과 묵었던 제주의 한 민박집에 꽂혀 있던 책이기 때문이다. 민박집 조그만 벽장엔 서울에서 여성운동, 환경운동을 하다 제주에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민박을 치는 주인 아가씨의 취향이 그대로 드러난 책들이 모여 있었다. 거기서 이 책을 골라 단편 하나를 읽어보고 한 번 사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이 내가 김중혁에 대해 상상했던 것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자주 가는 합정역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냉큼 사서 읽었다. 완독한 후의 소회를 말하자면, 나는 이 책과 잘 안 맞는 것 같다. 이 책의 단편들엔 <무방향버스> 한 편만 빼놓고 전부 음악이 주된 모티브로 등장한다. 등장인물들도 피아니스트, 공연기획자, DJ지망생 등 음악과 관련된 직업을 갖고 있다. 이 책의 작품들은 사소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가벼운 사건을 다루지만 그 울림이 가볍지만은 않다. 음악을 매개로 일어나는 사건들은 음악에 대한 개인의 취향이 타인과 세계를 판단하는 가치관으로 전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도회적인 3~40대를 위한 동화 같은 느낌의 단편집이고 바로 그래서 내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고향 친구인 김연수와는 너무나 다른 작풍을 가진 소설가다. 김중혁의 장편을 읽어보고 계속 찾아 읽을지 판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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