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의 밥도둑
황석영 지음 / 교유서가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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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3대 구라 중 한 명이라는 황석영 선생의 산문집. 선생이 걸어 온 험난한 삶의 길 위에서 경험했던 음식에 대한 이야기다. 고교 시절 집을 나와 남도를 떠돌고, 입대하여 월남으로 파병가고, 군사정권 하에서 옥고를 치르고, 방북하여 김일성을 만나는 와중에도 선생의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끊이지 않는다. 선생이 맛보았던 수많은 음식에 대한 세밀하고 맛깔난 묘사를 보고 있노라면 `이 사람은 정말 먹는 걸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더불어 선생의 까다로운 미각과 고집까지. 그 성정 덕분에 인생의 파고가 높지 않았을까 싶다.
맛난 것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 음식에 대한 컨텐츠가 넘쳐나는 지금이지만, 남북을 넘나들며 근현대를 살아온 선생의 글만큼 깊이있는 것은 없으리라 장담한다. 사람의 미각에 한 인간의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증명하는 좋은 예가 아닐까 싶은 책이다.

무엇보다도 음식은 사람끼리의 관계이며, 시간에 얹힌 기억들의 촉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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