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하 진 지음, 김연수 옮김 / 시공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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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린은 대도시 군 병원에서 일하는 군의관이다. 그에겐 고향의 부모가 정해준 아내 수위가 있다. 전형적인 농촌 아낙인 수위는 고향 시골에서 딸을 키우며 남편과 떨어져 살고 있다. 린은 병원에서 만난 간호사 만나에게 끌리게 되고, 아무 애정없는 결혼을 청산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휴가를 받아 집에 갈 때마다 아내와 이혼하려고 시도하지만, 매번 실패를 거듭하고 그의 이혼 시도는 17년 동안 계속된다.
얼핏 들으면 흔한 불륜 이야기 같지만, 이 중 악인은 아무도 없다. 심약한 린과 가련한 만나가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품게 되는 것도 이해가 되고, 순종적인 수위에게도 동정심을 갖게 된다. 섬세하고 풍부한 심리 묘사와 평범하고 담담하지만 탁월한 절제를 보여주는 문장은 마치 펄 벅의 소설을 연상케 한다. 여기엔 소설가 김연수의 매끄러운 번역도 한 몫 한다.
<기다림>의 저자 하 진은 중국 태생으로 미국 유학 중에 천안문 사태를 맞아 미국에 남기로 결심한다. 마흔 셋의 나이에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소설을 쓰기 시작해서 이 <기다림>으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하고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까지 한다. 정말이지 대단한 재능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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