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위화 지음, 김태성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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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중국 작가를 꼽으라면 단연 위화를 꼽을 수 있다. 위화는 10개의 단어(인민/영수/독서/글쓰기/루쉰/차이/혁명/풀뿌리/산채/홀유)를 키워드로 하여 공산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양 극단 사이에서 부유하는 현대 중국의 사회와 경제, 도덕의 급격한 변화와 이로 인해 파생된 모순들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게 조롱한다. 이를 위해 저자가 경험한 수많은 실화들이 등장하는데, 사실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부조리하다. 그리고 그 이면엔 항상 문화대혁명이 있다. 고교 시절, 위화와 친하게 지내던 국어 선생이 제발 자기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써붙여달라고 위화에게 조른다거나, 초등학생 때 친구와 어떤 논쟁을 하든 `루쉰 선생이 그렇게 말씀하셨다!` 라고 주장하면 반드시 이기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현대 중국의 역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하고 냉혹한 코미디 같다는 기분이 든다. 대약진운동 때 모택동이 참새를 가리키며 `저 새는 해로운 새다`라는 한 마디를 했다고 전 인민이 들고 일어나 중국의 참새를 모두 잡아 죽이는 바람에 해충으로 인한 대기근이 발생하여 3천만명이 굶어 죽은 것처럼 말이다. 하루키 소설의 시원이 60년대 전공투이듯, 위화의 글은 언제나 문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위화의 인생 뿐만 아니라, 당금의 중국, 중국인의 모든 사상과 생태에 절대적 영항을 미친 사건이니까.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문화대혁명을 이해하는데 꽤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일반 민중들의 삶이 문혁으로 인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아주 쉽게 보여준다.

이는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 전까지 나는 빛이 사람들의 목소리보다 더 멀리 전달된다고, 또 사람의 목소리는 사람의 몸보다 에너지를 더 멀리 전달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스물아홉 살이던 그 밤에 나는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민이 단결할 때 그들의 목소리는 빛보다 더 멀리 전달되고 그들 몸의 에너지가 그들의 목소리보다 더 멀리 전달되는 것이다. 마침내 나는 `인민`이라는 단어를 진장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몇 달이 지나 중국 각지의 양곡 창고는 텅텅 비었다. 그 뒤로 이 낭만주의 부조리극은 무기력하게 막을 내리고 현실주의의 잔혹한 비극의 막이 오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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