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롱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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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메롱>은 지난 번 소개해드린 바 있는 미미 여사의 <얼간이>, <하루살이> 처럼 에도 시대 후카가와 지역을 무대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소설입니다. 위 두 작품과는 다른 주인공이 등장하는데요. 이제 막 요릿집 `후네야`를 개업한 주인 부부의 딸, 열 두살 먹은 오린이 그 주인공입니다. 오린은 열병을 호되게 앓고 난 후 `후네야`에 살고 있는 다섯 귀신 - 메롱만 할 줄 아는 꼬마 오우메, 한량같은 무사 겐노스케, 아름다운 여인 오미쓰, 실력좋은 맹인 안마사 와라이보 영감, 마구잡이로 칼을 휘두르기 십상인 덥수룩이 - 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오직 오린만.

귀신이라고는 하지만 그리 무섭지 않은 존재들입니다. 자기들이 왜 죽었는지, 왜 귀신이 되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며,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고(덥수룩이는 좀 다릅니다. 후네야의 손님들을 칼을 휘둘러 내쫓아버리기 일쑤죠.), 오히려 오린을 도와주려 애씁니다.

오린은 궁금해집니다. `이 사람들은 왜 귀신이 되어 우리 집에 붙어 있을까? 성불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러다 그들의 죽음에 공통된 사건 하나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30년 전, `후네야` 자리에 있던 `고간지`라는 절의 주지가 덕망높은 스님인 척하면서 사실은 수많은 사람을 죽여 온 살인마였던 것입니다. 그러다 주지는 절에 불을 지르고 도망쳐 종적을 감추었고, 불타 없어진 고간지 자리에 공동주택이 들어섰다가 후네야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오린은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난 `후네야`를 구하기 위해, 다섯 귀신들을 성불시키기 위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갑니다.

미미 여사의 다른 소설들이 그렇듯, 뒤통수를 탁 치는 반전이 있거나, 시원하게 사건이 해결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작품 중간중간 남긴 복선도 전부 해결하지는 못하구요. 하지만 역시나 미미 여사 작품 답게 인간의 마음 속 어둠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풀어내는 솜씨가 대단합니다. 유쾌하다가도 서글프고, 때로는 섬뜩한 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가 펼쳐지죠. 이 책을 괴담소설이나 추리소설로 보지 않고 `평범한 인간에 대한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로 읽는다면 대단히 매력있는 소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미미 여사의 에도 시대 이야기를 전부 읽어봐야 겠습니다.

부모란 아무리 현명한 존재라 해도 부모의 입장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어둠을 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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