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열린책들 세계문학 46
존 르 카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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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르카레의 첫 번째 히트작입니다. 방금 소개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이전에 나온 작품이구요. 조지 스마일리도 잠깐 나오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리머스라는 영국 스파이 입니다. 그는 동독 지역 첩보망을 담당하던 책임자였으나, 동독 정보부의 수장인 문트라는 인물에 의해 관리하던 첩보망이 궤멸되어 버립니다. 리머스는 영국으로 소환되어 한직으로 문책성 인사를 당하더니, 문제를 일으켜 퇴직한 후 동네 도서관에서 일하게 됩니다. 도서관에서 같이 일하던 영국 공산당원 리즈와 사랑에 빠지지만, 연금도 못 받는 처지라 빚에 쪼들리는 피폐한 삶을 살다 폭행 사건을 일으켜 감옥에 가게 됩니다. 감옥에서 나온 그는 이전까지 적이었던 동독 정보부에 포섭되어 영국의 기밀을 넘겨주게 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영국 정보부에 큰 타격을 입힌 문트를 제거하기 위한 MI6의 수장 컨트롤과 리머스의 거대한 계획이었습니다(본작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서 컨트롤이 쫓겨나기 몇 년 전 이야기입니다). 리머스는 거짓 투항을 한 것이죠. 그가 동독 정보부의 간부 피들러(문트와 적대관계인 인물입니다)에게 넘긴 정보도 문트를 영국의 이중 스파이로 몰아가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동독 정보부는 리머스에게서 확실한 진술을 얻기 위해 동베를린으로 리머스를 데려옵니다. 문트의 반격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리머스. 그는 피들러와 함께 문트를 모함했다는 죄목으로 동독 법정에 서게 되고, 그는 문득 이 모든 사건을 둘러싼 더욱 거대한, 그리고 충격적인 진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 소설의 분량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절반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작품성은 훨씬 뛰어나지 않나 싶습니다. 제목만큼이나 건조하고 냉철한 문체, 스파이 세계의 배신과 암투, 숨막히게 빠른 전개, 독자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추리소설적 반전, 연민과 서글픔을 느끼게 하는 결말까지.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진짜 걸작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보다 이 책을 더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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