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유인원 - 영장류를 통해 바라본 이기적이고 이타적인 인간의 초상
프란스 드 발 지음, 이충호 옮김 / 김영사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인간의 본성은 선한가? 악한가? 유사 이래 철학과 종교의 주된 논제였던 이 문제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자는 유전학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인 두 종의 유인원, 침팬지와 보노보를 통해 인간 본성탐구를 시도합니다.

여기서 잠깐! 유인원과 원숭이를 구분하실 줄 아시는 분?
유인원은 꼬리가 없고 원숭이는 꼬리가 있습니다. 유인원은 전 세계에 딱 4종 밖에 없습니다. 오랑우탄, 고릴라, 침팬지, 보노보.

침팬지는 익히 들어보셨겠지만 보노보는 낯선 분들이 많을 겁니다. 보노보는 한 때 `피그미침팬지`라는 침팬지의 아종으로 잘못 알려진, 현재 지구상에 2만 마리 밖에 남아있지 않은 멸종위기종입니다. 침팬지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엄연히 침팬지와 다른 종입니다. 이 보노보가 흥미로운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침팬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굉장히 폭력적이고 권력투쟁적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바나나만 먹고 살 것 같은 얼굴이지만, 원숭이를 잡아다 산 채로 찢어먹는 동물이죠(침팬지가 우습게 생겼지만 성인 5명 분의 힘을 갖고 있습니다. 타잔에선 치타가 타잔의 부하 내지는 애완동물 쯤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타잔이 치타의 부하일지도?). 침팬지 무리들은 다른 침팬지 무리와 세력권 다툼이 생기면 격렬하게 싸웁니다. 실제로 한 무리가 다른 무리를 10년간 학살한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고 합니다. 또한 침팬지 무리 내부에서도 격렬한 권력 다툼이 발생합니다. 우두머리 한 마리가 암컷들과 교미할 수 있는 독점권을 갖기 때문이죠.

하지만 보노보는 분쟁을 폭력이 아니라 섹스로 해결합니다. 두 무리가 커다란 먹이를 두고 다툼이 발생하면 두 무리의 우두머리가 나와서 교미를 합니다. 그리고 먹이를 사이좋게 나눠 갖죠. 어느 종에서도 보기 힘든 특이한 문제 해결 방법입니다.

이러한 침팬지의 생태는 얼마 전까지 인간의 본성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인간은 침팬지처럼 폭력적인 본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쟁과 차별, 전쟁은 당연한 현상이라는 거죠. 경쟁이 당연한 것이니, 약자에 대한 배려라든가 복지는 부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사상을 뒷받침하는 생물학적 증거가 된 셈입니다. 하지만 보노보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통념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다윈의 진화론을 잘못 해석해서 나온 이론이 사회적 다위니즘입니다. 나치 유태인 학살의 기반이 된 이 이론은 진화론에서 적자생존만 따와서 사회구성원으로 적합하지 못한 장애인,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는 말살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이론입니다. 하지만 다윈의 적자생존은 환경변화에 적합하게 진화하는 종이 살아남는다는 것이지, 환경변화에 적합하지 않은 종을 말살해야 한다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현재 진화론의 트렌드는 협력 진화입니다. 즉, 생물 개체 간의 협력을 통해 진화에 적합하게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침팬지와 보노보이구요.

저자 프란스 드 발은 침팬지와 보노보의 구체적 연구 사례를 통해 인간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에서 발전해 왔음을 근본적으로 부정합니다. 인류는 애초에 상호 협력을 통해서만 생존할 수 밖에 없게 진화된 것이지, 홉스나 로크가 말하는 것처럼 사회 구성원들간의 계약에 의해 공동체를 만든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지금 우리 사회가 구성원들간의 경쟁에 기반하여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끝없는 경쟁에 내몰리고, 경쟁에서 탈락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받아야 하는 위험한 줄타기. 천 길 벼랑 끝을 걷는 것 처럼 항상 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우리 사회의 근본 구조를 고치기 위해서도 협력의 문화를 만드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