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 알기 쉽게 간추린 완당평전
유홍준 지음 / 학고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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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당 김정희의 평전. 한학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유홍준이 말하는 완당의 학문적 성취의 대단함은 잘 모르겠다. 오히려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은 그의 인생 역정이다. 완당은 그의 드높은 학예의 경지 만큼이나 오만하고 까다로운 인물이었다. 젊은 시절, 당대의 석학 정약용에게 대드는 것은 젊음의 치기라고 하자. 하지만 이순(耳順)이 다 되어 가는 나이에도 그의 불같은 성정은 그대로였다. 전주의 이름난 서예가 창암 이상만이 자신의 글씨에 평을 부탁하자 ˝노인장께선 시골에서 글씨로 밥은 먹겠습니다˝라고 깔본 일화나, 80이 다 된 노납 백파선사와의 禪 논쟁에서 ˝망증(妄證)이 들었느냐˝라고 안하무인격으로 깎아내린 일화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했기에 당연히 적이 많았고, 권세가 안동 김씨 집안의 미움을 사서 제주로 유배된다. 그런데 완당은 9년 간의 유배 생활을 통해 서예에 크나큰 성취를 이룬다. 추사체가 이 때 완성된 것이다. 큰 고난을 겪으며 인격과 예술 모두 비로소 완숙해진 것이다. 유배에서 풀려난 후, 그가 앞서 모욕했던 창암 이상만이나 백파선사에게 사과하러 가는 대목은 코믹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완당이 이전에 얼마나 지독하게 사람을 무시하여 적을 많이 만들었던지, 유배가 끝나고 조용히 살던 완당은 3년 만에 또 다시 북청으로 유배된다. 북청 유배는 1년 뒤에 풀리지만, 이미 집안은 풍비박산나고 완당은 가난하며 고적한 말년을 마치게 된다. 당대의 명문가 자제로 태어나 타고난 재능을 마음껏 펼쳤으나, 그로 인해 불행한 말년을 보낸 완당. 하지만 말년의 불행이 아니었다면 그의 예술 세계가 완성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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