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는 책을 읽는다는 것, 그 중에서도 소설을 읽는다는 행위에 대한 깊은 고찰을 여섯 꼭지의 강연으로 풀었다. 소설을 읽는 강렬한 경험을 통해 내 자아의 일부가 해체되고 다시 재구축된다. 그러한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나의 내면엔 나만의 고유한 작은 우주가 건설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이 물질만능의 시대에 맞설 수 있는 존엄성과 힘을 가질 수 있다. 김영하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짧은 생물학적 생애를 넘어 영원히 존재하는 책의 우주에 접속할 수 있는 것, 이것이야말로 독서의 가장 큰 보상이라고.

독서는 왜 하는가? 세상에는 많은 답이 나와 있습니다. 저 역시 여러 이유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독서는 우리 내면에서 자라나는 오만(휴브리스hubris)과의 투쟁일 겁니다. 저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읽으며 ‘모르면서도 알고 있다고 믿는 오만’과 우리가 고대로부터 매우 발전했다고 믿는 자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독서는 우리가 굳건하게 믿고 있는 것들을 흔들게 됩니다. 독자라는 존재는 독서라는 위험한 행위를 통해 스스로 제 믿음을 흔들고자 하는 이들입니다. 비평가 해럴드 블룸은 <교양인의 책 읽기>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독서는 자아를 분열시킨다. 즉 자아의 상당 부분이 독서와 함께 산산이 흩어진다. 이는 결코 슬퍼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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