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하기도 하지. 제주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닐 때엔 제주에 사는 게 그렇게 싫었다. 꽉 막힌 좁은 섬에 갇혀 사는 삶이 너무 답답했으니까. 그래서 대학에 와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도 별로 외롭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있노라니 도로 제주에 가서 살고 싶어진다. 그렇게나 도망치고 싶던 곳인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국민학교 때 학교 뒷산에서 메뚜기 잡고 열매 따먹던 시절의 기억이 참 그립다. 이렇게 말하니 내가 아주 시골에서 큰 것 같은데, 우리 집은 나름 제주시내 한복판에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러니 아파트 좁은 놀이터에서 놀 수 밖에 없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제주에 가서 사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하고...
이 책에서는 제주에서의 삶과 제주인들의 교육 철학을 아름답게 그려내지만, 내가 경험했던 학창시절은 이 책의 내용과는 좀 거리가 있어서(물론 내가 제주를 떠난 사이 많이 변했겠지만), 읽다보면 의구심이 드는 부분도 많다. 당장 먹고 사는 터전이 여기 있으니 제주에서 사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을 꿈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아이들을 이 삭막한 아파트 숲에서 경쟁의 한복판에 밀어 넣으며 사는 건, 아이들에게 너무나도 미안한 일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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