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북경의 택배기사입니다 - 일이 내게 가르쳐준 삶의 품위에 대하여
후안옌 지음, 문현선 옮김 / 윌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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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의 인구는 약 14억명. 2022년부터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라고는 하나 여전히 세계 2위의 인구 대국이다. 그마저도 동부 해안가 대도시들에 인구가 집중되어 있고 도시화율이 67%에 달한다. 자연히 대도시에서의 삶은 무척 빡빡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저자 후안옌은 지극히 평범한 남자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잘 하지도 못했고, 부유한 집안도 아니고(오히려 가난한 축에 속한다), 활달한 성격도 아니다.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이 사람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무려 19개의 일자리를 전전하게 된다(너무 짧아서 여기 들어가지 못한 경력도 몇 개 있다). 호텔 종업원으로 시작해서 옷 가게 점원, 주유소 직원, 애니메이션 잡지 편집 등의 직장을 다니기도 하고, 옷 가게, 온라인 쇼핑몰, 식품점 등을 창업하여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나같이 여러 이유로 오랫동안 근무하지 못하고 여러 일자리를 전전했다. 후안옌이라는 개인은 무척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이지만, 또 한 편 소심하고 지극히 내향적인 사람이었다. 고지식하고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사업을 잘 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어떤 자본주의 국가보다도 자본주의적인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그가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저 멀리 윈난선 다리시까지 지역을 옮겨 다니며 여러 직업을 가졌지만 그의 삶은 고달팠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내는 그의 삶에 나까지 숨이 턱턱 막혀 온다. 그러던 그가 글을 쓰기 시작한 건 2009년 10월, 열 한번째 직업인 옷 가게를 창업하면서부터였다. 가게에서 남는 시간에 서구의 문학작품들을 읽으며 그것들을 모방하는 글쓰기를 시작한 그는 다른 여러 직업을 거치다 열 일곱번째 직업인 물류센터 야간직을 시작하면서부터 재능이 꽃피기 시작한다. 이 책은 바로 이 광저우의 물류센터 야간직부터 시작하는데, 신문기사나 커뮤니티의 경험담으로 접한 우리나라 택배 물류센터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아 그 고단함에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그 다음 직업인 택배기사를 묘사한 챕터가 이 책의 백미인데, 담담하고 꾸밈없이 써내려간 후안옌의 글을 읽고 있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건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이 먹먹한 이야기는 그 어떤 사회이론보다도 설득력있게 보여 준다.

우리 사회에도 수없이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의 삶은 담벼락 위를 걷는 것처럼 불안정하고, 오토바이로 도로를 질주하는 것처럼 위험하다. 먹고 사는 것, 그리고 인간성을 지키는 것. 두 가지 모두를 이루기 위해 우리는 일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가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받는 사회로 거듭나길 나는 소망한다. AI가 곧 인간을 대체할 것처럼 행세하는 시대이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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