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400년. 4광년 떨어진 삼체 문명에서 지구를 침공하기 위해 출발한 함대가 지구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그 400년 동안 인류는 삼체 함대에 맞서 싸워 이기고 생존을 지속하기 위한 절박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이를 간파한 삼체 문명은 우월한 기술력으로 양자 크기의 슈퍼 컴퓨터인 지자(智子)를 만들어 지구에 파견한다. 이 지자는 입자가속기의 관측 결과를 교란하는 등 남은 400년 동안 인류의 과학 기술 발전을 저지하고 지구 전체를 감시·감청하여 이 정보를 양자 얽힘을 이용해 삼체 문명에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인류는 삼체 문명 앞에 발가벗겨진 채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쳐야 한다.인류는 이에 맞서기 위해 4명의 면벽자를 지정한다. 면벽자란, 불교에서 면벽 수련하듯 홀로 자기 만의 세계에서 탐구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지자에게 들키지 않도록 머릿 속으로만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전술과 기만책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미국의 국방장관, 남미의 대통령, 영국의 뇌과학자가 각각 면벽자로 선정된다. 나머지 한 자리는, 1부에서 삼체 문명을 불러들인 장본인인 예원제의 딸의 대학 동기인 뤄지에게 돌아간다. 지극히 평범한, 별 성과도 없는 천문학자인 뤄지가 선발된 이유는 간단했다. 전인류 중 유일하게 삼체 문명이 암살하려고 시도하는 인물이 바로 뤄지이기 때문이었다. 예원제는 삼체 문명의 진정한 의도를 알아채고 뤄지와의 짧은 만남에서 삼체에 대항할 수 있는 몇 가지 화두를 남긴다. 이제 뤄지와 나머지 면벽자들은 삼체 함대를 물리칠 각자의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한다. 과연 인류는 절망의 끝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류츠신은 1부에서 잔뜩 풀어놓은 매력적인 설정을 확장하여 2부를 이어 나간다. 독자들은 면벽자들이 세운 대담한 계획에 전율하게 된다. 인류는 절멸의 공포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생존과 인류애, 어느 것이 먼저인가? 살아남은 지구 함대 앞에 놓인 트롤리의 딜레마를 처리하는 류츠신의 방식에 동의할 수 없으나 ‘어둠의 숲‘ 이론에 대한 은유로 받아들일 수는 있겠다. 여전히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넘쳐나지만 불어난 분량만큼 군더더기가 많이 붙은 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