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중국을 찾아서 2 이산의 책 7
조너선 D. 스펜스 지음, 김희교 옮김 / 이산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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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엔 전권에 이어 일제의 만주 침략부터 천안문 사태까지의 역사의 물줄기가 담겨 있다. 제2차국공합작, 난징대학살, 일제의 패망, 인민공화국의 탄생, 한국전 참전, 백화운동,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 중·미 수교, 문호 개방, 천안문 사태 등 중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망라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의 탄생부터 문화대혁명까지는 프랑크 디쾨터의 <인민 3부작>에 무척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스펜스 교수가 <현대 중국을 찾아서>를 집필할 당시엔 중국 현대사에 대해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아 <인민 3부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량이 부족해 보인다. 그리고 <인민 3부작>에서 극히 부정적으로 기술된 대약진 운동과 문혁을 스펜스 교수는 다소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느낌이다. 프랑크 디쾨터가 중국 공산당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다는 학계 비판을 감안하면, 이 책이 훨씬 먼저 쓰여졌지만 학문적으로 좀 더 정치된 역사서라 하겠다. <인민 3부작>은 읽으면서도 ‘이게 사실인가‘ 싶을 정도의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이 넘쳐나서, 마치 폴 존슨이 <지식인의 두 얼굴>에서 소위 좌파 지식인들의 사생활을 까발린 행태와 비슷한 불쾌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의 초판이 미국에서 출판된 것은 1990년이었다. 천안문 사태가 일어난 게 1989년이었으니 역사학자로는 이례적으로 극히 최근의 사건까지 역사서에 담은 것이었다. 아직 객관적인 학계의 평가가 정립되지 않았을 때이지만, 스펜스 교수 스스로 중국사의 권위자로서의 책무를 저버릴 수 없었던 듯 하다. 천안문 사태를 짧지만 비판적으로 기술함으로써 사건에 역사성을 부여하고, 이 사건을 명 말의 농민 반란, 백련교도의 난, 의화단의 난 등과 등치시킴으로써 중국 현대사에서 민중들에게 가해진 압력이 어떤 방향으로 폭발해왔는지를 일깨운다. 사실 그의 모든 저서의 중심엔 역동하는 민중이 있었다.

중국 현대사를 개괄하기에 이 책만큼 적당한 게 없을 듯 하다. 주요한 사건과 인물들을 전부 다루고 있으며 뚜렷한 주제의식에 따라 기술되었다. 지나치게 학술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밸런스가 절묘한 역사서이기도 하다. 오래 되었지만 품위를 갖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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