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중국을 찾아서 1 이산의 책 6
조너선 D. 스펜스 지음, 김희교 옮김 / 이산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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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 권위자인 조너선 D. 스펜스 교수의 초기작이다. 근 15년 쯤 전 그의 저작들을 열심히 읽던 시절이 있었는데, 당시 구입만 하고 읽지 않은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그가 이후에 집필한 작품들 대부분이 이 책에서 다루는 시대 - 명말청초부터 천안문까지 - 에 걸쳐 있기 때문에 이 <현대 중국을 찾아서>는 스펜서 교수의 학문 여정에 대한 개괄서라 하겠다. 개괄서라서 그런지 <신의 아들: 홍수전과 태평천국>, <마테오 리치, 기억의 궁전>, <천안문> 같은 이후의 작품들에 비해 재미는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요즘 진보진영의 중국 관계 전문 스피커로 유명해진 김희교 교수가 젊은 시절 - 이 책은 우리나라에선 1998년에 초판이 인쇄되었다 - 번역을 맡은 책인데, 막힘없이 술술 읽히도록 번역이 꽤 잘 되어 있다.

제목은 ‘현대 중국을 찾아서‘이지만 정작 책의 시작은 20세기 초가 아니라 명나라 말기부터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그 이유를 밝히는데, ‘그렇게 해야만 현재 중국의 문제들이 어떻게 발생했으며, 또 중국인들이 어떤 자원(지적·경제적·정서적)을 이용하여 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갔는지를 최대한 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근대 중국의 사건들을 되짚어 볼때 명말청초의 사건들이 소환되곤 한다. 저자의 이러한 시선은 현대 중국 공산당이 추구하는 노선이 우리의 통념과는 다르게 중국의 과거 역사와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리라. 저자는 중국인들이 ‘현재에 대한 환멸과 과거에 대한 향수가 미래에 대한 열정적 희망과 결합되어 구질서를 무너뜨리고 불확실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개척한‘ 사례로 1644년 청나라 수립, 1911년 신해혁명,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탄생을 들며, 이 사건들을 통해 혼란스러운 현대 중국이 - 이 책은 천안문 사태 즈음에 쓰여졌다 - 앞으로 세계 속에서 어떻게 위치할 수 있을지를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1권은 명말부터 모택동의 대장정까지를 다룬다. 옛날 책이라 중국 현대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눈에 띄지 않지만, 세계사 시간에 스쳐가듯 배웠던 이홍장, 증국번, 임칙서 등의 인물들의 활약상에 대해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서구의 열강들이 어떻게 중국을 침탈하려 했고, 청 왕조와 민중들은 어떻게 이를 극복하려 했는지, 그리고 그 에너지의 응축과 분출은 역사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갔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유럽에서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이 지구 반대편 중국에서의 열강들 간의 세력 균형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밝히는 대목은 국가와 지역을 기준으로 역사를 나누어 파악하는 것이 세계사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얼마나 방해가 되는가를 일깨워준다.

2권은 일본의 본격적인 만주 침략부터 시작하는데 그야말로 현대 중국의 완성이라 할만한 장면들이 숱하게 등장할 것이다. 저자가 이를 어떻게 풀어내고 해석할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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