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둘러싼 바다 레이첼 카슨 전집 2
레이첼 카슨 지음,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레이첼 카슨은 바다를 사랑했다. 무분별한 살충제 남용이 불러올 무시무시한 미래를 예견한 책 <침묵의 봄>으로 세상을 바꾼 그녀이지만, 레이첼 카슨은 늘 바다를 고향으로 여겼다. 그녀의 저서 중 <침묵의 봄>을 제외한 나머지 전부가 바다를 주제로 한 책이라는 점, 미국 정부 수산부에서 오랫동안 일했다는 점, 퇴직 후 뉴잉글랜드 바닷가의 웨스트사우스포트 섬에 자그마한 오두막을 짓고 집필에 몰두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평생 바다를 무엇보다도 사랑했다는 점에서 비록 바다와는 거리가 먼 펜실베이니아 서부 한적한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그녀의 참된 고향은 바다라 할 수 있겠다.

이 책 <우리를 둘러싼 바다>는 한국전쟁이 한창이었던 1951년에 출간되었다. 전작 <바닷바람을 맞으며>가 하필 2차대전 때 출간되는 바람에 참담한 실패를 겪었던 터라, <우리를 둘러싼 바다>의 판권을 사려는 출판사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천신만고 끝에 출판된 이 책은 매스컴의 찬사와 함께 큰 성공을 거두면서 카슨이 전업작가로 전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우리를 둘러싼 바다>는 우리가 흔히 보아온 해양 다큐멘터리와는 조금 다르다. 이 책은 대양의 아래,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달과 해의 만유인력이 바다의 조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대양에 면면히 흐르는 거대한 해류로 인해 어떻게 지구의 온도가 조절되는지, 해저의 거대한 산맥과 계곡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해양 지각은 어떻게 움직이는지(지금은 당연한 상식이 되었지만, 이 책이 출간된 시점엔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이 아직 학계에서 정설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저 멀리 망망대해에서 파도는 어떻게 밀려오는지, 천문학적인 숫자의 플랑크톤과 규조류, 그밖의 미세 바다 생물들이 억겁의 세월을 거쳐 어떻게 바다를 변화시켰는지. 카슨은 이 모든 걸 과학의 언어로 마치 시인처럼 바다와 생명에 대한 사랑을 담아 노래한다.

그래서일까. 70년 전에 출간된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세월의 더께가 앉은 흔적을 찾을 수 없다.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누군가 말했지만, 고전의 참된 가치는 시간이 지나도 희미해지지 않는다. 레이첼 카슨이 좀 더 오래 살아서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다면, 지금 같은 기후재앙의 위기는 오지 않거나 한참 늦춰지지 않았을까? 그녀가 이 책에서 보여준 바다와 자연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침묵의 봄>이 환경 정책에 미친 심대한 영향을 생각한다면 터무니없는 상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