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연금술사 - 뇌는 어떻게 인간의 감정, 자아, 의식을 만드는가
다이앤 애커먼 지음, 김승욱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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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과학 속에 숨어 있다는 걸 깨우쳐 주는 이. 문학의 언어로 과학을 경이롭게 번역하는 이.

나에게 다이앤 애커먼은 그런 사람이었다. 이전에 읽었던 <감각의 박물학>, <휴먼 에이지>에서 과학서적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수려한 문장과 철학적인 사유, 나아가 인간과 자연의 위대함을 역설하는 그녀의 글쓰기에 매료되었었다. 인문학과 과학의 이상적인 만남이랄까. 나는 그녀의 열정과 재주가 부러웠다.

이 책 <마음의 연금술사>에서도 그녀의 글솜씨는 여전하다. 하지만 읽다보니 왠지 모르게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뇌과학이 워낙 복잡하고 전문적인 영역이어서일까? 다른 뇌과학 책들은 뇌의 각 부분이 어떤 식으로 기능하는지부터 설명하지만, 이 책은 그런 배경지식을 독자가 이미 갖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하는 느낌이다. 사전에 특별한 설명 없이 의식과 무의식이 작동하는 방식, 이성이 구성되는 과정, 기억이 만들어지고 저장되는 메커니즘, 자아와 감정에 대한 설명 등등을 늘어놓는다. 여기선 그녀 특유의 아름답고 현학적인 문장이 오히려 뇌를 이해하는데 독이 된다. 그녀의 설명이 - 사실 이걸 설명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으니 말이다. 게다가 서른 네 개의 챕터를 다 읽고 나도 다이앤 애커먼이 당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끝내 알 수가 없다. <마음의 연금술사>라는 제목만 봐서는 수많은 뉴런과 회백질로 이루어진 뇌가 어떻게 인간의 의식을 만들어내는지 그 신비를 설명하려는 책 같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도 내 머릿속에는 물음표만 남았다. 이렇게 얻을 게 별로 없는 과학 에세이를 읽은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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