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연대기 - 유인원에서 도시인까지, 몸과 문명의 진화 이야기
대니얼 리버먼 지음, 김명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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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건강한 생활방식을 선택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이 한 문장이 바로 이 책이 독자에게 내미는 화두라 볼 수 있겠다. 현대인이 겪는 수많은 질병들의 원인을 지금까지의 의학적 관점이 아니라 진화론적 관점에서 추적하려는 게 이 책의 목표다. 저자 대니얼 리버먼은 2형 당뇨병, 골다공증, 심장병, 뇌졸중, 알레르기, 요통, 족저근막염, 근시, 관절염 등의 질환을 불일치 질환이라 칭한다. 최근까지 인류를 괴롭혀온 전염성 질환 - 천연두, 장티푸스, 말라리아, 소아마비 등 - 들은 의학 기술과 약학의 눈부신 발달로 인해 거의가 정복되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불일치 질환들은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쳐 변화한 우리의 생활 습관과 우리 몸의 진화적 특성이 맞지 않아서 생기는 병이다. 생물학적 진화의 속도는 무척 느리기 때문에 우리의 몸은 여전히 수백만년 전 인류의 신체에서 그다지 변한 게 없다. 하지만 인간의 문화적 진화는 생물학적 진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그 옛날 아프리카의 사바나에 살던 우리의 조상과 지금의 우리의 삶은 한 점의 비슷한 구석도 없지만, 신체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를 괴롭히는 수많은 질병들을 이해하려면 인류 역사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서 대니얼 리버먼은 이 책의 거진 3분의 1을 인간이 유인원에서 현생 인류로 진화하는 수백만년의 과정을 개관하는데 할애한다. 호미닌 - 침팬지 등 여타 유인원들보다 현생 인류에 가까운 모든 종 - 에서 출발하여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사피엔스, 호모 사피엔스와 경쟁한 네안데르탈인들의 생태와 신체적 진화를 추적하고 세밀히 탐구한다. 인간은 어떻게 직립 보행을 하게 되었는지, 또 어떻게 열대 우림에서 과일을 먹던 유인원이 사바나를 달리는 호모 사피엔스로 탈바꿈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뇌와 골격, 장기들은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살핀다.

진화를 거칠게 요약하면 변화된 환경에 적합한 개체가 살아남아 자신의 형질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불일치 질환은 진화를 거스르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생존에 불리한 불일치 질환을 가진 개체가 의학 발달에 힘입어 생명을 연장하고 자손을 가져 불일치 질환의 요인을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니까. 수렵채집 시대였다면 족저근막염을 앓는 것 만으로도 생존에 큰 위협이 되었겠지만, 지금은 조금 불편한 질환일 뿐이다. 충치도 마찬가지. 저자는 이런 현상을 ‘역진화‘라고 칭한다. 문화적 진화가 생물학적 진화를 거스르는 것이다. 문제는 이 역진화가 점점 가속된다는 점이다. 비만을 야기하는 고칼로리 식단과 신체 활동 부족을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의학이 생명을 연장해 주기 때문에,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는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저자는 말한다. 다시 한 번, ˝우리는 건강한 생활 방식을 선택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불일치 질환에 걸리기 쉬운 환경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많이들 들어보았을 이야기지만 미국의 빈곤층은 신선한 채소보다 가공식품이, 물보다 콜라가 싼 환경에 살기를 강요받고 있다. 차가 없으면 살 수 없으니 하루에 걷는 거리가 1km도 안 되는 사람이 허다하다. 이런 환경을 바꾸지 않는 한, 우리는 나이가 들어 만성질환에 걸리고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약물과 값비싼 기술에 의존하는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만들어낸 이 환경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역진화의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이 환경을 바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더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공 교육을 강화하고 저렴하지만 건강에 해로운 식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우리 몸은 생물학적 진화 과정을 거쳐왔고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문화적 진화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지에 우리 몸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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