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혁명 - 중국 인민의 역사 1962~1676 인민 3부작 3
프랑크 디쾨터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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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로 유명한 중국 작가 위화의 작품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가 바로 문화 대혁명이다. 그의 에세이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에도 그가 문화대혁명 시절 겪었던 수많은 일화와 그에 대한 단상이 기록되어 있다. ‘착취 계급의 모든 낡은 사고와 낡은 문화, 낡은 전통, 낡은 관습‘을 타파한다는 기조 아래 행해진 문화 대혁명으로 중국은 완전히 뒤집혔다. 학생들이 교사에게 집단 린치를 가하고, 수없이 많은 문화 유산이 파괴되고, 공장 노동자들이 일손을 멈추고 혁명에 동원되었다. 위화의 책에도 그가 고등학생 시절, 문화 대혁명의 칼끝을 피하기 위해 선생이 위화에게 제발 자신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써붙여달라고 애걸하는 장면이 나온다. 무척이나 부조리하면서 우스꽝스러운, 그러면서도 참혹한 장면인데 이 책 <문화 대혁명>에서 발가벗겨진 혁명의 실체는 그보다 훨씬 심각했다.

마오쩌둥이 문화 대혁명을 기획하고 실행한 것은 앞서 대약진 운동의 처참한 실패로 말미암아 자신의 권력이 류사오치에게 넘어가는 것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류사오치를 비롯한 당내 지도부를 숙청하기 위해 마오쩌둥은 학생들을 이용했다. ‘사령부를 포격하라‘며 홍위병의 등장을 부추긴 것이다. 홍위병들은 고비 사막의 메뚜기떼 마냥 모든 것을 쓸어버렸다. 이들이 저지른 무시무시한 규모의 반달리즘은 문화와 예술 뿐만이 아니라 중국인들의 정신까지 완전히 박살내버리고 말았다. 오늘날 중국인들의 부정적인 특질로 여겨지는 것들 - 무례하고 막무가내로 자기 이득만 취하고 타인의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는 심성 - 은 거개가 이때 만들어졌으리라 짐작된다. 내 가족이, 내 이웃이 하루 아침에 ‘계급의 적‘으로 몰려 조리돌림 끝에 죽임을 당하는 상황이 10년 동안 반복되면 그 누가 내 주변을 돌볼 수 있으랴.

결국 마오쩌둥은 홍위병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세력을 전부 숙청하고 자신을 신격화 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홍위병들이 조반파와 보황파로 나뉘어 전국토를 준내전 상태로 만드는 등 통제가 힘들어지자, 마오쩌둥은 토사구팽을 결행한다. 인민해방군를 동원해 홍위병을 해산하고 그들을 농촌으로 추방해 버린다. 이것이 마오쩌둥의 하방(下放)운동이다. 농촌으로 쫓겨난 홍위병들은 빈곤한 환경 속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했고 오랫동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처럼 문화 대혁명은 중국 인민들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상흔을 남겼다. 문혁을 통해 권력을 다시 움켜쥔 마오쩌둥이 승리자인 것처럼 보였으나 그도 2인자 린뱌오의 배신에 충격을 받아 그 후 오래 살지 못했다. 인류 역사에서 한 인간의 권력욕이 비극을 불러온 사례는 수없이 많지만, 마오쩌둥이 집권한 30여년 간의 중국 현대사만큼 광기로 가득 찬 재앙은 그 유례를 찾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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