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의 대기근 - 중국 참극의 역사 1958~1962, 2011년 새뮤얼 존슨상 수상작 인민 3부작 2
프랑크 디쾨터 지음, 최파일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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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이 사망한지 3년 뒤, 후계자 흐루쇼프는 제20차 전당대회에서 작심하고 스탈린의 개인숭배와 악행을 낱낱이 비판한다. 스탈린이 그간 공산주의 국가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기 때문에 이 흐루쇼프의 발언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왔다. 소련의 위성국가들에 민주주의와 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급기야 헝가리와 폴란드에서 봉기가 일어났다.

마오쩌둥에게 있어 스탈린은 정치적 스승이자 경쟁자였다. 스탈린은 마오쩌둥이 열패감과 존경심이라는 양가적인 감정을 투사해온 애증의 대상이었다. 그런 스탈린이 흐루쇼프에 의해 부정당하고 범공산권국가들이 어수선해지자, 마오쩌둥은 자신이 스탈린을 대신해 공산주의의 수호자로 나서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서방국가들과의 경쟁 - 사실 흐루쇼프의 소련을 염두에 둔 것이지만 - 에서 승리해 보이겠다는 원대한 비전을 발표한다. 당시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던 영국의 철강 생산량을 15년 내로 넘어 보이겠다고 말이다. 대약진 운동의 시작이었다.

스탈린은 농촌을 착취하여 얻어낸 자원으로 중공업에만 매달렸으나, 마오쩌둥은 중국의 가장 큰 자산인 수억 명의 노동력을 이용해 농업과 공업을 동시에 개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스탈린의 집산화가 이미 실패한 전력이 있는데도 그보다 더 철저한 농업집산화를 시행하고, 농촌 곳곳에 철강 생산을 위한 간이 용광로인 토법고로를 설치하고,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 농법을 강요하고, 참새를 모조리 잡아 죽이고, 무리한 치수사업에 인민들을 동원했다. 당연히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이 모든 걸 인해전술로 밀어붙여 달성하려니 필연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당의 맨 꼭대기에서 일방적으로 하달된 비현실적인 목표를 맞추기 위해 인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강요받았다. 목표를 맞추지 못하는 사람은 우파로 낙인찍혀 당 간부들에게 지독한 학대를 받게 된다. 주로 어린이와 임산부, 노약자 등의 사회적 약자들이 그 대상이 되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무리하게 추진한 정책들이 인류사에 다시 보기 힘들 재앙을 초래했다는데 있다. 사유 재산을 일절 인정하지 않는 극도의 집산화와 지역과 작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농법 때문에 식량 생산량이 급감했다. 하지만 각 성(省)과 현(县)은 중앙에서 정한 목표량을 무슨 일이 있어도 맞춰야 했다. 목표를 달성할 유일한 방법은 인민을 착취하는 것이었다. 집에 숨겨둔 곡식과 가축을 하나도 남김 없이 수탈하고 - 심지어 내년에 심어야 할 종자까지! - 이에 저항하는 인민들에겐 폭력과 테러로 대응했다. 참새가 사라진 논밭엔 병충해가 들끓었다. 농기구까지 토법고로에 녹여 내 생산한 철강의 품질은 형편없었다. 이로 인해 대약진 운동 기간 동안 5천만명으로 추산되는 인민이 굶주림과 구타, 학대로 사망한다. 애초에 중국 공산당이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수탈에서 인민을 구해내기 위해 등장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참고로 가장 참혹한 전쟁 중 하나로 꼽히는 독소전으로 인해 사망한 소련의 인구가 3천만명이 안 된다. 그야말로 전쟁보다 더한 참화였다.

정치는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겠으나 그 중 내가 좋아하는 한 가지는 ‘정치는 사회의 한정된 자원을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반대로 경제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고. 효율에만 초점이 맞춰지면 제어받지 않는 자본의 폭주가 일어나지만, 정치적 권위에 매몰되면 세상은 지옥이 된다. 정치에서의 권위는 국민들이 통수권자에게 위임한 것인데, 마오쩌둥은 권위가 자기 개인의 카리스마와 업적에서 나온 것이라 굳게 믿은 것 같다. 마오의 대약진 운동은 이러한 착각이 어떻게 파멸적인 결과를 불러 올 수 있는가에 대한 더할 나위 없는 예시다.

※ 훌륭한 책인데 번역은 그렇지 않다. 이 <인민 3부작>은 1, 3부와 2부의 번역가가 다른데, 본작인 2부 <마오의 대기근>은 꽤 유명한 역사전문번역가가 작업했는데도 곳곳에 어색한 문장 투성이다. 심지어는 아예 이해가 안 되게 번역해 놓은 곳도 눈에 띈다.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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